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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이코지만 괜찮아’ 촬영, 속초 오실마을 살아보기[함영훈의 멋·맛·쉼]
한국관광공사 생활관광 대표주자
스토아트, 정크아트, 푸근함 넘치는 곳
주민 재치 독보여..속초 ‘문화도시’ 선언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물레방앗간은 이제 방문자 센터가 되었다.

지붕 위를 지나는 서너갈래 전기줄엔 100마리는 족히 될 제비들이 앉아 여행자를 반긴다. 속초 상도문 돌담 오실마을의 첫 풍경이다.

속초 상도문 오실마을 2박3일 살아보기
오실마을 방문자센터와 전기줄의 제비들

500년전 돌의 기본 형태를 유지하되 다른 돌과 잘 맞물리도록 다듬어 쌓은, 너비 80㎝ 높이 120㎝ 가량의 돌담은 여전히 건재하다. 몇몇은 그후 흙을 발라 견고하게 하고, 약한 것을 보수했다.

돌담 아래와 벽엔, 사슴벌레·무당벌레 조형물이 붙었고, 돌담 위엔 옹기를 놓거나 개구리·달팽이·백조 등을 정크아트로 만들어 올려놓았다. 마을에 사는 동물들을 돌에다 그린 스톤아트는 동네 곳곳을 지키며 아트빌리지로 만들었다. 지혜와 예술감각이 뛰어난 주민들이다.

500년된 오실마을의 돌담
스톤아트

K-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남녀 주인공의 첫키스 장면을 찍은 집, 디딜방아 집 인근엔, 미국 속담 처럼 해가 날 때 건초를 말리는 집, 막 수확한 옥수수를 걸어 놓은 집, 담너머로 고개를 내민 꽃과 나무 등이 줄지어 나타난다. 정겨운 내 할머니의 시골마을 같은 모습들이다.

속초 상도문 오실마을 내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 촬영지
오실마을을 찾은 여행자
오실마을의 흑백 사진관, 육모정 상점

1980년대풍 스튜디오 인테리어로 레트로 감성을 자극해 많은 생활관광객을 끌어모은 흑백 셀프사진관, 아이의 장난감 미니카에 애완식물을 태워놓은 모습, 근대 유럽 자동차 처럼 바퀴 큰 세발 비클의 머리에 우체통을 둔 풍경에서 상도문 돌담마을(오실) 사람들의 재치를 엿본다.

설악산 입구에서 가까운 오실마을은 속초의 유명 여행지를 15분 이내에 갈수 있는 곳에 있어, 1차 목표인 ‘살아보기’ 여행의 하루 하루를 즐기는 중에, 혹은 주민들이 정성껏 마련한 생활관광 체험을 모두 마친 뒤, 설악·동해·영랑호·영금정·청초호·아바이마을·갯배·외옹치 등 대한민국 최고 관광자원들을 2차 여행하기에도 좋다.

한국관광공사가 2019년부터 시작한 살아보기(생활관광) 프로그램의 2023년 대표주자 중 하나가 속초 상도문 돌담마을이다. 여행의 일상화, 워라밸 추세에 맞춰, 발 빠르게 론칭해서 안정화시킨 뉴 트렌드 프로그램이다.

설악산책

설악산 울산바위가 보이는 곳, 도서관-음악연습실-카페-식당이 있는 복합문화예술공간 ‘설악산책(雪樂山册)’에서 곤드레밥, 감자전, 오징어순대, 쌀막걸리를 먹고 5분 정도만 차를 몰고 가면 외국대도시처럼 시티사인보드(‘상도문’)을 둔 오실마을에 이른다.

제비들의 환대 속에 물레방앗간에 이어 창고건물로 쓰던 방문자센터에 가면, 생활도구와 마을지도, 상점할인쿠폰 등을 담은 웰컴키트를 받고, 안내와 설계를 맡고 있는 지구인투어 스태프들로부터 생활관광 노하우를 듣는다.

오실마을 학무정과 헌종승하때 통곡을 했다는 망곡터

“사랑하는 주민 여러분..” 방송을 하는 통장(옛 이장)이 나와 일일 가이드가 된다. 현 통장이 농사일로 바쁘면, 전 통장이 나온다. 그는 스톤아트의 실제 주인공들을 찾아주기도 하고, 오실 인문학 르네상스의 주역인 매곡 오윤환(1872∼1946) 선생과 그 제자들이 지은 시를 소개하기도 하며, 장모네 집 담 너머로 처녀때 자신의 부인을 불러내던 일 등을 이야기해준다.

셀프 흑백 사진관, 육모정 상점의 인기가 대단하다. 흑백에 익숙치 않던 MZ세대 중 몇 명이 찍어 인화한 사진이 작품처럼 나오자 저마다 찍겠다고 나서 상점 앞은 금새 장사진을 이룬다.

몽트비어 맥주공장

마을 한바퀴 돌고나서 돌담떡 만들기를 한 뒤 가져간다. 인근 몽트비어 공장에서는 맥주 주조과정을 체험하고 시음한 뒤 한병씩 선물 받는다.

오실마을 첫날 일과가 조금 일찍 마무리돼, 해질녘 아바이마을 해안가에 있는 오징어횟감 다듬는 할복장을 찾았다. 이곳은 오는 17일까지 실향민 주민들의 80년 삶을 문화예술 작품으로 승화한 갤러리로 탈바꿈한다. 이번 특별전 제목은 ‘속 깊은 마을, 살펴보는 걸음’이다. 이후에도 다른 전시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는 재생형 예술공간이다. 드라마 ‘가을동화’의 가장 애잔한 장면, ‘갯배’가 교차하는 곳이다.

속초 아바이마을 재생 예술공간의 ‘속 깊은 마을, 살펴보는 걸음’展
오징어활복장 재생예술공간 옥상에서 남쪽 설악산 황철봉과 북쪽 금강산 신선봉 사이로 깃든 노을

‘오징어 처럼 널부러져 보는 옥상 휴게소’에 가면, 설악산 황철봉과 금강산 신선봉 사이 V자 틈새로 지는 일몰이 기가 막히다. 남의 북, 북의 남이 만나는, 또 하나의 통일 염원 풍경이다.

이승우 속초시 행정국장은 “속초에 다양한 매력이 많은데, 여기에 더해 시 승격 60주년을 맞아 주민의 삶 자체가 문화가 되고 관광이 되는 콘텐츠를 더해서, 도시를 업그레이드 하려고 합니다”라고 말했다.

계란꾸러미를 담는 짚풀공예 체험

상도문 돌담마을로 돌아가 감성 짙은 하룻밤을 보낸뒤, 계란꾸러미를 담는 짚풀공예 체험을 하고, 신라 화랑의 족적이 묻은 코리안라군 영랑호 구경을 한다.

천혜의 자연유산을 가진 속초가 오실 인문학과 아바이 예술을 곁들이면서 ‘문화도시’의 매력을 더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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