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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전 수수 다툼없지만 빌린 돈 여부 두고 분쟁…법원 “대여 증명해야”
대여금 소송 낸 A씨, 2심도 패소
[헤럴드DB]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당사자 사이에 금전 수수 사실 자체에 대한 다툼은 없지만 대여 여부를 두고 분쟁이 생긴 경우 대여 사실을 주장하는 측에 증명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혼하기 전 시댁에 돈을 빌려줬지만 돌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려면, 차용증 같은 확실한 증빙 수단이 있어야 한다는 내용의 판결이다.

4일 법원에 따르면 전주지법 민사2-3부(부장 설민수·고연금·박미리)는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대여금 소송 항소심에서 지난달 9일 원고 패소 판결한 1심을 유지했다.

A씨는 B씨 동생인 C씨와 2009년 결혼했다가 2021년 12월 이혼 조정으로 이혼했는데, 이혼 전인 2021년 10월 B씨를 상대로 대여금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2011년 9월 1500만원을 이자 연 12%(매월 15만원 지급), 변제기 1년으로 정해 B씨에게 빌려줬는데 B씨가 2012년 4월까지의 이자만 지급하고 그 이후 이자 및 원금을 갚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B씨는 재판에서 이 1500만원은 A씨가 아닌 A씨의 전 남편이자 자신의 동생인 C로부터 빌린 것이고, C에게 다른 재산의 소유권을 넘겨 2013년 채무를 갚았기 때문에 A씨에게 변제할 의무가 없다고 맞섰다.

1심은 지난해 8월 원고 패소 판결했고,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들어 “다른 사람의 예금계좌에 금전을 이체하는 등으로 송금하는 경우 그 송금은 소비대차, 증여, 변제 등 다양한 법적 원인에 기해 행하여질 수 있는 것”이라며 “그러한 송금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소비대차에 관한 당사자의 의사합치가 있었다고 쉽사리 단정할 수 없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당사자 사이에 금전의 수수가 있다는 사실에 관해 다툼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를 대여했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해 피고가 다투는 때에는 그 대여사실에 대해 이를 주장하는 원고에게 증명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B씨에게 2011년 9월 1500만원을 이체한 사실이 있고, B씨가 A씨에게 2011년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총 110여만원을 송금한 사실이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A씨와 B씨 사이에 금원에 대한 대여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두 사람 사이에 차용증이 작성되지 않았고, 변제기나 이율 등 금전소비대차 계약에서 주로 정하는 사항에 관해서도 A씨 주장만 있을 뿐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금전소비대차는 돈을 빌려주고 돌려받기로 하는 민법상 계약이다.

또 B씨에게 돈이 이체된 2011년 9월부터 약 10년이 경과된 2021년 10월 소송이 제기됐는데, 이 소송이 제기될 때까지 A씨가 B씨에게 반환을 요구한 바 없고 C씨와 이혼 절차가 시작된 이후 소송을 제기하면서 반환을 요구하는 점도 판단 근거로 삼았다.

아울러 “A씨가 B씨로부터 2011년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이자를 지급받았다고 주장하는데, 배우자의 통장을 통해 돈 거래를 하는 것이 흔하다는 점에 비춰볼 때 A씨가 B씨로부터 110여만원을 지급받았다는 것만으로 대여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d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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