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타운대를 거니는 학생들. [EPA 연합뉴스]

[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미국 주요 대학들이 생각도 못 한 고민에 휩싸였다. 바로 입학 지원 에세이에 인공지능(AI) 사용을 허용할지 여부를 두고서다.

AI 사용은 학생들의 표절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수 있지만, 글쓰기 자원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으로 대입 ‘형평성’을 보장한다는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주요 대학들이 입학 지원 에세이에 챗GPT 등 인공지능(AI) 챗봇 사용을 허용할지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6월 미국 대법원이 소수 인종 우대 입학(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에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입학 에세이의 중요도가 부쩍 높아졌다.

이런 가운데 AI가 학생들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에세이를 대입의 척도로 삼아도 될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학생들이 자신의 취향과 관심사, 경험 등을 AI 챗봇에 입력해 에세이를 온전히 기계에 맡겨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교사들은 이런 ‘글쓰기 외주’가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와 스토리텔링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수잔 바버 애틀랜타주 미드타운고교 영문학 교사는 “대학 에세이는 초고와 퇴고를 통해 글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챗GPT 같은 것들이 이 과정을 빼앗아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AI 글쓰기는 천편일률적인 결과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각자의 개성을 살리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다른 의견도 있다. 또 다른 교사들은 AI가 대입 공정성을 강화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대졸자 부모, 다양한 인맥, 글쓰기 과외 등 주로 여유로운 배경을 갖춘 학생들만 누리던 자원들을 챗GPT를 통해 구현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대입 상담교사 부족으로 개별적인 에세이 지도가 쉽지 않은 고등학교 입장에서는 희소식일 수 있는 셈이다.

AI 에세이의 장단점에 대한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리면서 대학들도 관련 정책을 확정 짓지 못하고 있다.

NYT는 대형 공립대와 아이비리그 대학 등 10여곳에 AI 입학 지원서에 대해 문의한 결과 대부분이 답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미 AI 사용 가이드라인을 공개한 대학들도 제각각 다른 정책을 내놓고 있다.

미시간 로스쿨은 최근 에세이 초안 작성 과정에서 챗GPT를 비롯한 AI 도구를 사용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애리조나주립대 로스쿨의 경우 기술을 책임감 있게 사용하고, 사실만 기재한다는 전제하에 AI 도구 사용을 허용했다.

심지어 올해 챗GPT 활용 실험을 거친 조지아공과대는 학생들에게 AI 사용을 권장하는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단 브레인스토밍과 아이디어 개선, 편집 등에 보조 툴로 활용하되 AI로 제작된 글을 그대로 받아써선 안 된다는 조건을 붙였다.

AI가 몰고 온 혼란 속에서 학생들은 대부분 대학 에세이에 AI를 사용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독자적인 스토리를 적어내려는 의도도 있지만, 많은 대학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도 사용을 기피하는 요인이라고 NYT는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