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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프리카, 도미노 군부 쿠데타
니제르 이어 가봉서...봉고 대통령 체포
중앙·서아프리카서 5년간 8차례 발발
장기 독재 반발에 ‘쿠데타 벨트’ 확장세
30일(현지시간) 가봉의 수도 리브르빌에서 시민들이 군부 쿠데타 성공을 축하하는 환호를 보내고 있다. [AP]

가봉 군부가 선거를 통해 3연임에 성공한 알리 봉고 온딤바 대통령을 축출하고 브리스 올리귀 은구마 장군을 과도 지도자로 임명했다. 니제르에 이어 가봉 역시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하면서 아프리카 내 ‘쿠데타 벨트’가 확장되는 형국이다.

가봉 군부는 30일(현지시간) 국영방송을 통해 은구마 장군을 만장일치로 과도 재건위원회 의장으로 선출했다고 밝혔다. 은구마 장군은 지난 2020년부터 대통령을 지키는 공화국 수비대를 이끈 인물이며 온딤바 대통령과는 친척 관계로 알려졌다. 은구마 장군은 이날 프랑스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3선을 할 권리가 없었고 헌법을 위반했다”며 쿠데타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을 강조했다.

지난 26일 치러진 대선에서 현 온딤바 대통령이 64.27%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그는 42년 간 장기 집권한 아버지 오마르에 이어 지난 2009년 대통령직에 올라 14년 간 가봉을 통치해 왔다.

가봉 군 고위장교들은 선거 결과 발표 몇시간 만에 쿠데타를 일으켰다. 군인들은 “최근 선거 결과는 신뢰할 수 없으므로 무효로 한다”며 “가봉 국민의 이름으로 현 정권에 마침표를 찍음으로써 평화를 지키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가봉의 쿠데타가 최종적으로 성공할 경우 최근 5년 간 서아프리카와 중앙 아프리카에서만 8차례나 쿠데타가 벌어지는 셈이다. 아프리카에서 3번째로 면적이 큰 수단에서는 지난 2019년 군부 지도자인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과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신속지원군(RSF) 사령관이 쿠데타를 일으켜 30년 간 장기 집권한 오마르 알바시르 전 대통령을 몰아냈다.

이후 군부와 민간이 권력을 공유하는 과도정부가 출범했지만 부르한 장군과 다갈로 사령관은 지난 2021년 또다시 쿠데타를 일으켜 과도 정부를 무너뜨렸다. 이후 민정 이양 협상 과정에서 이견을 드러낸 두 사람은 반목하기 시작했고 지난 4월부터 무력분쟁을 시작했다. 4개월 넘게 이어진 분쟁으로 지금까지 5000여명이 사망하고 400만명 이상이 피난길에 올랐다.

서아프리카 말리에서는 지난 2020년 8월 치안 악화와 총선 결과에 항의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난 틈을 타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다. 군부 지도자 아시미 고이타 대령은 2021년 5월 2차 쿠데타로 과도 정부를 몰아내고 스스로 권좌에 올랐다. 이후 국민 투표를 통해 대통령 권한을 대폭 강화한 개헌을 단행하고 내년 2월 대선을 앞두고 있다. 특히 말리 군정은 러시아의 바그너 용병을 끌어들여 이슬람 무장단체와 분리 주의 세력에 대항하는 한편, 지난해 8월엔 현지 프랑스 군을 철수 시켰다.

기니에서는 개헌을 강행해 3선 연임에 성공한 알파 콩데 대통령이 지난 2021년 9월 쿠데타로 쫓겨나고 마마디 둠부야 대령이 이끄는 군정이 들어섰다. 군정은 지난해 5월 모든 시위를 3년간 금지하고 민정 이양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차드는 30년 간 장기 집권한 이드리스 데비 전 대통령이 지난 2021년 4월 반군의 공격으로 숨지자 아들인 마하마트 이드리스 데비가 이끄는 과도 군사 정부가 통치하고 있다. 데비 과도군사위원회 의장은 18개월의 군정 이후 민주 선거를 치르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지난해 10월 군정을 2년 연장했다.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는 지난해 1월 폴 앙리 산다오고 다미바 중령의 쿠데타로 선거로 뽑힌 로슈 카보레 대통령이 쫓겨났다. 그러나 8개월만인 9월 2차 쿠데타로 이브라힘 트라오레 육군 대위를 수반으로 하는 군정이 들어섰다.

서방 국가들이 사헬 지역에서 이슬람국가(IS), 알카에다 등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에 맞서는 데 중요한 요충지 역할을 해온 니제르에서는 지난달 대통령 경호실장인 압두라흐마네 치아니 장군등이 쿠데타를 일으켰다.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가 민정 이양을 요구하며 협상에 실패할 경우 군대를 동원하겠다고 나서자 군부는 말리와 부르키나파소 군부에 지원을 요청하며 쿠데타 연대를 꾀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쿠데타가 발생한 아프리카 국가 대부분은 독재자가 장기 집권하면서 치안 불안과 경제난 등에 시달린 시민들의 반발이 커진 틈을 타 군부가 권력을 차지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리스크 전문 컨설팅 업체 베리스크 메이클크로포트의 마이자 보브콘 분석가는 “이 모든 쿠데타 속에서 국제사회가 민주적 통치를 회복시킬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 점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원호연 기자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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