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아 잠브루노씨. |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의 동거인인 안드레아 잠브루노씨가 TV 뉴스쇼에서 젊은 여성들에게 술에 취하지 않으면 성폭행을 피할 수 있다고 말해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야당과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여성에게 2차 가해를 저지른 것이라며 성토하는 분위기이다.
안사(ANSA) 통신 등에 따르면, 잠브루노씨는 지난 28일(현지시간) 자신이 진행하는 '레테 4' 방송사 뉴스쇼 '오늘의 일기'에서 최근 잇따른 젊은 여성 집단 성폭행 사건을 다루면서 문제의 발언을 했다.
그는 "춤을 추러 간다면 술에 취할 권리가 있다"며 "여기에는 어떤 종류의 오해나 문제가 있어서는 안되지만, 술에 취해 이성을 잃지 않는다면 어떤 문제에 부딪히거나 '늑대'와 마주치는 것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이탈리아에선 나폴리의 카이바노, 시칠리아섬의 팔레르모에서 술에 취한 젊은 여성이 집단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팔레르모 사건의 경우엔 성폭행 당시 촬영한 영상까지 발견됐다.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인프라 교통부 장관이 성범죄자들에 대한 화학적 거세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이탈리아 사회가 느낀 충격과 분노는 컸다.
이런 상황에서 범죄 유발의 책임을 피해 여성에게 전가하는 듯한 발언이 생방송에서 나오자 후폭풍은 더욱 컸다.
안드레아 잠브루노씨. [EPA 연합뉴스] |
당장 야당은 그의 발언을 일제히 비난했다.
최대 야당인 민주당(PD)의 세실리아 델리아 상원의원은 "잠브루노씨는 여성에게 조심하라고 가르치기보다는 남성들에게 동의의 가치를 가르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야당인 오성운동(M5S)은 성명을 내고 "잠브루노씨가 이미 육체적, 정신적으로 파괴된 여성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는 2차 가해를 저질렀다"고 성토했다.
그의 발언은 SNS에서도 거센 반발을 불렀다.
파장이 커지자 잠브루노씨는 다음 날 뉴스쇼 '오늘의 일기'를 시작하며 "난 성폭행을 정당화하지 않았으며, 그 행위를 '가증스럽다'고 했고, 가해자를 '늑대'라고 표현했다"며 "내 말을 왜곡하는 사람들은 악의가 있거나 이해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잠브루노씨는 30일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 인터뷰에서도 "남성이 술에 취한 여성을 자유롭게 성폭행해도 된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정치인들이 잘못된 헤드라인에 편승해 징계를 요구하고 있는데,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잠브루노씨는 멜로니 총리와 사실혼(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결혼) 관계로, 교제 시작 전부터 유명 방송인으로 활동했다.
둘은 슬하에 7살짜리 딸을 두고 있다. 멜로니 총리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한편, 잠브루노씨가 논란을 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달에는 기후 변화로 인해 이탈리아의 관광산업이 종말을 맞을 것이라는 취지의 글을 올린 카를 라우터바흐 독일 보건부 장관을 향해 "집에 머물러라, 검은 숲에 머물러라"라고 말했다.
라우터바흐 장관은 당시 휴가차 이탈리아를 방문했다가 이탈리아 전역을 덮친 폭염의 직격탄을 맞은 뒤 이 같은 글을 썼다. 잠브루노씨는 그에게 이탈리아에 오지 말고 독일에 있으라고 말한 셈이다.
'검은 숲'은 독일 서남부의 침엽수림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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