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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닝타임 3시간…어려운 핵무기 개발 영화에 열광하는 이유
영화 ‘오펜하이머’ 광풍 지속
“놀란의 걸작” vs “길고 어렵다”
엇갈린 평가 불구 원작까지 인기
4050세대 “현대사회 위기 관통”
[유니버셜 픽쳐스 제공]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오펜하이머’의 열풍이 뜨겁다. 극과 극으로 나뉘는 관람 후기와는 정반대다. 핵무기 개발 실화를 다룬 이 영화의 메세지가 현대 사회가 처한 위기를 관통하다 보니 엇갈린 평가에도 관객의 주목을 받는 것으로 분석된다.

30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망에 따르면, ‘오펜하이머’는 지난 15일 개봉 이후 2주 이상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흥행 가도를 이어가고 있다. 누적 관객 수는 30일 기준 250만명에 육박한 상황이다.

영화 ‘오펜하이머’에 대한 관심은 원작인 평전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까지 이어지고 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평전은 지난 달 마지막 주까지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130위권에 머물렀지만, 영화 개봉을 앞둔 이번 달엔 12위로 훌쩍 뛰었다. 특히 영화 개봉 이후인 8월 셋째 주엔 2위까지 올랐다.

이 평전은 과거 절판됐었지만, 지난 6월 특별판으로 복간된 서적이다. 1000쪽이 넘는 이른바 ‘벽돌책’임에도 불구하고 찾는 독자들 수가 급증한 것이다.

오펜하이머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관객들의 관람 평가와는 사뭇 다르다. 관객들의 평은 호평 일색이기보단 호불호가 극명히 갈린다.

[유니버셜 픽쳐스 제공]

영화 평단에선 놀란 감독의 파격적이고 고증에 가까운 연출에 호평이다. 반면 대중들은 대체로 어렵다는 평가가 강하다. 런닝 타임이 3시간으로 긴 편인 데다 화려한 볼거리보단 밀도 높은 대사와 주인공의 내면 심리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영화가 시간 순으로 전개되지 않고 두 인물의 회고가 교차 편집돼 나오는데, 놀란 감독의 특유의 시간적 재구성이 두드러지면서 관객들에게 일부 혼란을 준다는 평가도 있다.

실제로 ‘오펜하이머’의 관객 증가 추이는 느려지고 있다. 개봉 첫날 55만명 이상의 관객을 모은 뒤 매일 10만명 이상 동원했지만 지난주부턴 일일 관객 수가 1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놀란의 명작 ‘인터스텔라’처럼 1000만명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낮은 것도 이 때문이다.

김헌식 영화 평론가는 “‘오펜하이머’는 마니아층이 좋아할 만한 영화로 대중적으로 편한 영화는 아니다”며 “당대 과학자들도 많이 나오고 오펜하이머를 둘러싼 결단에 대해 논쟁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니버셜 픽쳐스 제공]

그럼에도 오펜하이머 자체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것은 영화가 한국 현대사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그가 주도해 만든 원자폭탄이 일본에 투하되면서 2차 세계대전이 막을 내렸고, 동시에 우리는 광복을 맞았다. 한반도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은 핵무기 개발에 적극적이고, 국내 정치권에서는 자체 핵무기 개발론이 언급된다. 오펜하이머가 고뇌하고 우려하던 핵무기 논란이 스크린 안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당장 우리 현실과 맞닿아 있다.

김 평론가는 “오펜하이머가 아니었으면 우리나라가 해방되지 못했을 것이고, 핵무기는 여전히 우리 사회가 관심 갖는 문제이다 보니 현재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며 “‘핵을 보유하는 것이 평화를 가져오느냐’라는 영화 속 고민이 현재 우리 시대의 고민과 맞물린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오펜하이머에 대한 관심은 4050세대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예스24에 따르면, 평전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구매자의 69.2%가 4050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책 구매자 10명 중 7명이 40~50대인 셈이다.

[유니버셜 픽쳐스 제공]

오펜하이머의 열풍은 미국에서 훨씬 뜨겁다.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오펜하이머’의 흥행 수입은 이날 기준 북미에서만 약 3억 달러(한화 3962억원)를 돌파했다. 놀란 감독의 ‘인셉션’(2억9000만달러)의 기록을 넘어서면서 ‘다크 나이트’ 시리즈 이후 놀란 감독의 북미 최고 흥행작으로 자리매김했다.

미국의 오펜하이머 열풍 역시 현대사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영화가 원자폭탄 개발로 영웅이 됐던 오펜하이머에 대해 수소폭탄 개발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소련의 스파이로 몰린 과정을 성찰하면서 미국 관객들에게 시사점을 던지기 때문이다.

심영섭 평론가는 “영화가 미국의 역사적으로 중요한 순간을 그린 데다, 역사적으로 오점으로 남은 청문회 사건 등을 각성하고 성찰하는 시선에서 그려져서 미국 내 열풍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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