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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세계가 캠퍼스” 한국판 미네르바大 개교…32명 신입생 출발
하이브리드형 혁신 태재대 첫발
410명 학생 중 32명 선발
입학생 직접 작성한 선언문 낭독
서울·도쿄·뉴욕·홍콩·모스크바·메타버스 캠퍼스
염재호 총장 “도전 직면한 세계의 답은 학생들”
조창걸 한샘 창업주 3000억원 쾌척
30일 서울 종로구 태재대학교에서 입학식이 열려 염재호 총장이 신입생 전다희 양에게 기념 스톨을 목에 걸어주고 있다. 태재대학교는 조창걸 한샘 창업주가 사재 3000억원을 들여 설립했으며 이날 첫 신입생들이 입학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글로벌 교육과 다양성은 지속 가능한 세계를 만들 지도자 양성에 필수적이다. 우리는 태재대에서 받을 획기적 교육을 소중히 간직하며 세계로 뻗어나가 인류가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도록 책임을 다 하겠다.” (태재대 입학생 32명 일동)

혁신 대학의 기준을 세울 태재대(泰齋大)가 문을 열었다. 창의적 사고과 소통·협업 능력을 갖춘 미래형 글로벌 인재 양성이라는 설립 취지에 걸맞게 입학생들이 손수 작성한 선서문을 읽어내려갔다. 입학식장에서 ‘대기’하고 있던 염재호 태재대 총장과 교수진은 일렬로 서 입학생을 맞이했다. 염 총장은 학생의 목에 일일이 학교의 상징이 담긴 스톨(어깨 덮개)을 걸어주며 악수했다. 학령 인구가 감소하며 대학 위기가 전례없이 심각해진 시대, 기존 대학 체계를 부수고 미래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시도가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다.

태재대는 한국판 ‘미네르바 대학’으로 불린다. 미네르바 대학은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하이브리드형 명문 사립대학이다. 아메리카, 아시아 등 각 대륙의 주요 도시에 거점 캠퍼스를 만들고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곳이다. 2023년 세계혁신대학평가(WURI)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태재대는 한국이 선보인 첫 번째 하이브리드 대학이다. 학생들은 서울, 도쿄, 뉴욕, 홍콩, 모스크바 등 글로벌 도시의 캠퍼스와 메타버스 캠퍼스를 누비며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한 역량을 기른다.

색다른 태재대 입학식
태재대학교 입학식이 30일 서울 종로구 태재대학교에서 열려 입학생들이 선서문을 낭독하고 있다. 태재대학교는 조창걸 한샘 창업주가 사재 3000억원을 들여 설립했으며 이날 첫 신입생들이 입학했다. 임세준 기자

30일 태재대는 서울시 종로구 태재대 태재관에서 첫번째 입학식을 진행했다. 총 410명의 학생이 지원해 32명이 선발됐다. 입학생 면면도 남다르다. 이스라엘의 샤하르 베잘렐(Shahar Bezalel) 학생은 고등학교 졸업 후 군 복무를 마친 후 아시아에 대한 관심을 계기로 태재대에 입학했다. 자기 혁신 전형으로 입학한 최지훈 학생은 남아공 의대를 입학했다 밀라노 소재 대학으로 옮긴 후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염 총장은 “도전에 직면한 오늘날 세계에는 명확한 사고, 좋은 아이디어, 강력한 리더십, 사회적 책임이 필요하다”며 “태재대는 이러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답은 바로 학생 여러분”이라고 환영 인사를 건넸다. 염 총장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고려대 총장을 지낸 인물이다. 총장으로 재직하며 ‘개척하는 지성’이라는 책을 내고 미래 인재에 대한 고민을 심화시킨 그는, 세계적 혁신 대학에 대한 지식을 토대로 태재대의 초석을 닦았다. 조창걸 한샘 창업주가 개인 사재 3000억원을 투자해 설립한 이 대학은 디지털과 글로벌을 두 축으로 미래형 인재를 키워내는 것이 목표다.

신입생으로 입학한 학생들은 9월부터 서울에 위치한 레지덴셜 캠퍼스 입주를 시작으로 전세계를 순회한다. 가상공간으로 확장된 태재 메타버스 캠퍼스에서 최첨단 온라인 교육 플랫폼 인게이지리(Engageli)를 활용해 학습한다. 이후 뉴욕, 홍콩, 모스크바, 도쿄 등의 글로벌 도시에서 1학기씩 생활한다. 방학 중에는 미국 실리콘밸리 견학, 유럽 문명사 그랜드 투어 등의 스터디 투어를 진행한다. 체류 지역의 사회경제적 환경을 직접적으로 탐구할 수 있는 씨빅 프로젝트도 수행한다.

모든 학생은 1학년에 단일학부인 혁신기초학부 과정을 이수한다. 2학년부터는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인문사회학부 ▷자연과학학부 ▷데이터과학과 인공지능학부 ▷비즈니스혁신학부 등 총 4개의 전공 중 하나를 선택해 융복합 분야를 탐색한다. 자기주도 학습능력을 갖출 수 있는 토론형 수업이 핵심이다. 모든 모든 수업은 20명 이하 소규모로 진행되며 100% 영어를 사용한다. 2학년 1학기에는 모국어와 영어를 제외한 2개의 제2외국어, 파이선(Python)과 같은 컴퓨터 언어를 포함해 총 3개의 언어를 중급 이상의 수준으로 마스터하게 한다.

전세계서 모인 교수진…UN 인사가 축사
30일 서울 종로구 태재대학교에서 염재호(오른쪽) 총장이 신입생들의 목에 학교의 상징이 담긴 스톨(어깨 덮개)을 걸어주고 있다. 태재대학교는 한샘 창업주인 조창걸 명예회장이 사재 3000억원을 들여 설립했으며 이날 첫 신입생들이 입학했다. 임세준 기자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캠퍼스라는 특징은 교수진 구성도 변화시켰다. 세계 어디서나 수업이 가능해 교수진의 거주 의무가 없다. 하버드, 스탠포드, 예일, 프린스턴, 유펜, 컬럼비아, 옥스퍼드, 캠브리지 출신 박사 등 수백여명이 지원했다. 겸임 교수에는 학계와 산업계에서 인증받은 석학들도 다수 포함됐다. 교수진은 학생들이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기초학습방법을 가르치고 액티브 러닝, 문제 기반 학습 전략, 세미나, 가이드북, 튜터링 등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4년 동안 ▷비판적 사고 ▷창의적 사고 ▷자기주도학습 ▷소통과 협업 ▷다양성과 공감 ▷글로벌화합과 지속가능성이라는 6대 핵심역량을 기른다.

이날 디지털 콘텐츠로 축하 인사를 전한 인사들의 면면도 주목할 만하다.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은 “태재대는 고등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개척자이자 건설자이며 21세기 진정한 고등교육을 향한 긴 여정에서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며 “태재의 졸업생들이 미래 글로벌 리더가 되어 더 위대한 사회를 건설하는데 기여하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승수 UN 총회 의장협의회 의장은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좋은 교육이 학생과 사회에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 며 태재대의 커리큘럼이 학생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필즈메달을 수상한 세계적 수학자 허준이 프린스턴 대학 교수 또한 “불확실성을 받아들이고 현재에 충실하며 열린 마음을 유지하라”는 조언을 남겼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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