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와 인터뷰하는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법위)가 삼성의 수직적 지배 구조 개선과 관련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재용 회장의 ‘4세 경영 승계 포기’ 선언은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삼성 준법위는 29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2022 연간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찬희 위원장은 발간사를 통해 “삼성의 수직적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서는 아직 명쾌한 해법을 찾아내지 못했다”면서도 “수직적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준법감시위원회와 회사 모두 다양한 모델을 연구 검토하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미 삼성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를 대부분 관계사에서 실천하고 있다”며 “또 사외이사를 비롯한 이사회 권한 강화, 50%가 넘는 여성 사외이사 비율 등 수평적 지배구조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4년째 준법위 위원으로 참여하는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보고서에 실린 인터뷰에서 “아무래도 (준법위가) 가장 잘한 업적은 이재용 회장이 2020년 5월 선언한 ‘4세 승계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이끌어 낸 것”이라며 “재벌 그룹의 승계 이슈 관련해서 사회적으로 관심이나 감시의 정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이재용 회장의 발언에 진정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현행 법령상 몇몇 극소수 예외를 제외하면 동일인 지정은 총수 아들로 계속 이뤄진 점, 회사가 총수 지배력 없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는 현실적 여건이 마련돼야 하는 점 등 실제로 살펴볼 쟁점이 많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포스코나 KT 사례를 보듯이, 회사를 지배하는 총수 일가가 없는 경우 현실적으로 정치권 입김에서 자유롭기 힘들다는 점도 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준법위 2기는 지난해 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총 33회의 정기회의, 임시회의(서면결의 포함)를 실시했다. 준법위는 ▷인권 우선 경영, ▷공정하고 투명한 경영, ▷ESG 경영 등 3대 중점 과제의 실현을 위한 활동과 이 회장 및 관계사 대표이사 등 최고경영진과 간담회 등을 진행했다.

이찬희 위원장은 “‘준법위의 검토를 거쳤나요?’라는 말이 삼성 안에서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며 “준법경영이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기업 문화로 체질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준법위와 삼성은 준법경영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2인3각’ 동반자라는 신뢰가 형성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