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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상 협박·수천% 이자에 성범죄·음주 휘말리는 10대 [청소년 불법사채의 덫]
불법사채 광고 온라인서 횡행
7수천% 이자에도 청소년 ‘덜컥’
“연체하면 영상 유포”
신상 약점 삼아 2차 범죄 이어져
협박에 성범죄·강제 음주까지
[헤럴드DB]

[헤럴드경제=박혜원·김영철 기자] “퍼지면 안 되는 영상, 사진 받습니다. 돈만 제때 갚으시면 퍼져 나갈 일 없습니다.”

2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미성년자 대출’을 검색하자 관련 게시물이 수십여건 쏟아졌다. 한 게시물에 안내된 텔레그램 계정을 통해 ‘17살, 30만원’이라고 문의하자 2분 만에 답변이 돌아왔다. 이자는 원금의 20%(6만원), 상환기간 7일이 지나면 원금의 5%(1만5000원)를 연체료로 받는다. 연이율로 따지면 1810% 수준이다.

그는 본인 인증 목적의 학생증 사진과 인스타그램 계정 주소 등에 이어 ‘담보’를 요구했다. 학생증을 직접 들고 있는, ‘퍼지면 안 되는 사진’을 달라는 것. 그는 “미성년자라 저희 돈을 제때 갚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신상 약점 삼아…“친구 데려와” 협박에 30명 알선까지

불법사채에 휘말려 폭력·협박 등 범죄에 휘말리는 청소년이 늘고 있다. 온라인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불법사채는 연이자율 수천%를 우습게 웃돌지만 금융지식이 부족한 청소년은 덜컥 대출을 받곤 한다. 이후 위 사례와 같이 청소년이 대출을 받기 위해 제공한 신상은 이들이 범죄 피해로부터 빠져나올 수 없게끔 하는 협박 수단이 된다.

경찰 등에 따르면 청소년의 경우 불법사채를 받더라도 원금은 대개 수십만원 안팎이다. 문제는 불법 사채업자들이 쥐고 있는 청소년들의 신상이다. 청소년들은 원금 이상의 돈을 요구받거나 2차 범죄를 당하더라도 신상 노출 두려움에 신고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중학생 A양은 집에서 몰래 가져온 어머니 가방을 담보로 불법전당포에서 10만원을 빌렸다. 이후 이 업체는 해당 사실을 부모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하며 A양에 일주일마다 5만원을 요구했다. 연이자율을 계산하면 2500%에 달한다. 피해는 A양에서 멈추지 않았다. A양은 대출 사실을 부모에게 알리겠다는 협박에 친구 등 지인 30명을 전당포에 알선하기까지 했다. A양은 업체에 100만원 이상을 변제한 뒤에야 부모에게 사실을 말한 뒤 고소를 진행했다.

이는 비단 A양만의 특수한 사례가 아니다. 해당 사건을 맡았던 김보영 브라이트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처음에는 피해자였다가 나중엔 주변 지인까지 알선해 본인도 이익을 보며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최근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범죄 등 극단적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김 변호사는 “성인인 가해 일당이 피해 청소년을 상대로 강제로 술을 먹이고 성범죄를 벌이는 사례도 있었다”고 했다.

불법사채를 받았다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되기도 한다. 일명 ‘핸드폰깡’으로 잘 알려진 내구제대출이 그 수단이다. 내구제대출이란 본인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한 뒤 단말기를 넘겨 그 대가로 현금을 받는 것을 말한다. 문제는 본인 명의로 개통된 휴대전화가 제3자에 의해 범죄에 쓰이는 경우다. 이기동 한국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소장은 “피해자 휴대전화를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포폰으로 쓰거나 또다른 범조직에 피해자 휴대전화와 유심을 넘기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연이자율 2500% 대리입금에 청소년 480명 몰렸다

불법사채는 SNS를 통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만큼 단기간에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한다. 경기도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양정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사례에 따르면 주로 청소년 여학생을 대상으로 SNS에서 연이자율 최대 2500%의 대리입금을 벌여온 B씨에게 대출을 받은 피해자는 480명이었다. 첫 거래는 3만원으로 제한하는 등 소액으로 대출이 이뤄졌음에도 총 대출금액은 5억3000만원에 달했다. B씨는 피해자들에게 받은 신상을 실제로 SNS에 올렸다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20개월에 걸쳐 338명에게 2억2900만원을 대출해준 C씨 역시 대출금을 갚지 않으면 지인에게 고지하겠다는 등 협박을 일삼았다. 경기도 특사경 관계자는 “불법사채는 조직화돼 있지도 않고 대부분 개개인에 의해 이뤄짐에도 피해가 큰 상황”이라며 “몇 달만 사채를 줘도 수익이 크다 보니 상습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청소년 대상 불법사채시장이 커지면서 당국에선 최근 온라인 가정통신문까지 제작해 예방에 나섰다. 지난 6월 금융감독원은 불법사채 관련 주의를 당부하는 내용을 담은 포스터 형식의 가정통신문을 제작해 전국 중·고등학교 및 지방교육청을 통해 가정에 배포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대리입금 관련 온라인 불법사채 광고는 2020년 2576건에서 지난해 3819건으로, 연평균 21.8% 늘었다.

양정숙 의원은 “지난해 교육과정 개편으로 '금융과 경제생활'이 우리나라 최초의 독립적 금융교육 과목으로 신설될 예정이지만, 수능 과목이 아닌 고등학교 통합사회 융합선택과목이라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이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해 청소년이 올바른 금융경제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청소년 대상 금융교육 강화를 주문했다.

금융감독원에서 청소년 불법사채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안내문을 제작 배포했다. [금융감독원 자료]
klee@heraldcorp.com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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