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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화책도 썼던 프리고진...중고 그림책 값 5000만원 됐다
2004년에 2000부 발간된 ‘인드라구지크’ 가격 1000배 뛰어
비행기 추락사고로 사망한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자녀들과 함께 낸 그림동화책 ‘인드라구지크(Indraguzik)’ 속 삽화. [모스크바타임스]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한 러시아 용병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생전에 쓴 동화책이 저자 사후에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무자비하고 잔악한 전쟁범죄로 악명높은 프리고진이 어린이를 위한 동화를 쓰고, 섬세하고 매력적인 삽화까지 직접 그릴 정도로 예술적 재능이 있었다는 사실은 놀라움을 준다.

28일(현지시간) 러시아 독립언론 모스크바타임스 등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약 20년 전에 ‘인드라구지크(Indraguzik)’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비행기 추락사고로 사망한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자녀들과 함께 낸 그림동화책 ‘인드라구지크(Indraguzik)’ 속 삽화. [모스크바타임스]

책은 2004년에 아가트란 출판사에서 겨우 2000부 인쇄됐다. 공식 저자는 프리고진의 딸과 아들인 폴리나와 파블이다. 책의 서문에는 프리고진이 아내와 딸, 아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실려있고, 프리고진이 아이들과 함께 썼다고 소개돼 있다. 전체 90쪽인 책에는 프리고진이 그린 삽화가 실렸다.

책은 극장의 샹들리에 왕국에 사는 소인들 이야기다. 동화 속 주인공 인드라구지크가 샹들리에에서 떨어져 보통 몸집의 사람들이 사는 세계로 내려갔다가 여러 모험을 겪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는 여정을 담았다.

책이 출간될 당시 프리고진은 이미 1980년대 절도죄로 9년을 복역한 전과자였으며, 상트페테스부르크에서 식당을 경영하고 있었다. 이 식당에서 프리고진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인연을 맺어 부를 쌓고 ‘푸틴의 요리사’란 별명을 얻게 됐다.

비행기 추락사고로 사망한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자녀들과 함께 낸 그림동화책 ‘인드라구지크(Indraguzik)’ 속 서문에 실린 프리고진의 가족 사진. [모스크바타임스]

책에는 푸틴을 연상케 하는 인물도 등장한다. 주인공 인드라구지크는 샹들리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또 다른 소인인 '가가릭'을 만난다. 가가릭은 거친 천으로 만든 트렌치 코트를 입고 새를 키우는 나이든 사람이다. 가가릭은 인드라구지크에게 수프를 요리해준다. 샹들리에에 사람의 몸집을 키우는 마법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인드라구지크와 그의 친구들은 왕을 도와 왕의 몸집을 키운다. 그러나 계산 착오로 몸집이 지나치게 커버려 거인이 된 왕은 백성을 통치할 수 없게 된다.

왕은 "내 백성들이 이토록 작다면 어떻게 내가 그들을 통치할 수 있단 말인가"라며 "내가 그들을 파괴해버릴 수도 있다. 제발 나를 전과 같은 몸집으로 되돌려달라"고 요청한다. 왕은 또 "작은 왕만이 왕국을 통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시민들이 추모를 위해 놓은 꽃 속에 러시아 용병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 사진이 보인다. [AFP]

이 책은 프리고진이 사망한 뒤 가격이 급등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고책 거래 사이트에서 권 당 360만 루블(약 5000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올 정도다. 가제타 등 현지 언론은 프리고진이 숨진 뒤 가격이 1000배 올랐다고 보도했다. 책 판매자는 "이 책은 러시아 정치 엘리트만이 갖고 있는 희귀본이 됐다"며 "진정한 수집가들의 소장품이 됐고, 러시아 여러 유명 인사들이 소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재 이 판매글은 사라진 상태다.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이던 프리고진은 러시아군 수뇌부를 공개 비난하는 등 물의를 빚다가 돌연 타고 있던 비행기가 추락해 숨졌다.

지난 23일 밤 10시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던 프리고진 소유 비행기는 도중에 추락했으며 프리고진을 포함해 탑승자 10명이 전원 사망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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