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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시론] 음주사고에서 나타난 우리 사회의 모순

1990년부터 지난해까지 음주 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2만3586명이고 부상자 수는 124만명에 이른다. 음주운전으로 하루에 두 명이 죽고 103명이 다친다. 사망자나 피해자들은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 피해를 입고 피해자들의 가족은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는다. 여기서 의미 있는 사실은 음주 사고 피해를 입히는 가해자가 음주운전 경험이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음주운전 재범률이 40%가 넘는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10년 전에 비하면 음주 사고가 크게 줄어들고 있어 그동안 단속, 제도 개선 등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30년 전에 비하면 음주 사고 건수나 사망자 비율은 여전히 높다. 음주운전자의 95%가 집행유예로 풀려나고 재범률이 높다는 점은 음주 사고가 지속될 수밖에 없는 점을 보여준다.

시동잠금장치 관련 법률안의 경우, 음주운전 억제를 위해 음주운전 적발이나 사고를 일으킨 경험이 있는 운전자를 대상으로 음주운전 처벌 이후 일정 기간 시동잠금장치를 부착한 차량만 운전할 수 있게 해 음주운전을 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것이 목적이다. 지난 2009년 3회 이상 적발된 음주운전자를 대상으로 시동잠금장치가 설치된 차량만 운전하도록 하는 법률개정안이 발의됐지만 2023년 5월에서야 본회의에 상정된다. 시동잠금장치 관련 법안의 역사는 약 14년이 넘는다.

음주운전 억제를 위해 2004년 도입된 사고부담금의 경우 2020년에야 사고부담금 한도가 인명피해 사고당 3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올라갔고, 재물 파손의 경우 1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높아졌다. 그리고 2022년 7월 28일부터는 피해자 1인당 1억5000만원, 사고 건당 재물 파손은 2000만원으로 올라갔다. 최근에서야 음주운전 억제에 대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사고부담금제도 현실화에도 도입 이후 16년 이상 소요됐다.

음주운전 억제를 위한 논의는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 음주운전 가해자가 부담해야 하는 피해자 보상은 자동차보험에서 이뤄진다. 심지어 음주 사고를 초래한 음주운전자 본인이 입은 상해도 자동차보험에서 보상한다. 보험은 우연히 발생한 사고를 보상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음주운전자가 고의로 초래했다고 보이는 음주 사고에 대해서도 ‘피해자 구제’를 우선하면서 선량한 계약자들의 보험료로 보험 혜택을 주는 것이다. 피해자 구제 이후에는 음주운전자로부터 보험금을 구상해야 하지만 사고부담금 회수율(구상비율)은 2018년 90.8%에서 2023년 4월 38.9%까지 줄어들었다. 음주운전자로부터 구상을 강제화할 수 있는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보험료 할증률도 외국은 2배 이상 할증되지만 우리는 최대 20%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음주운전에 대해 취했던 태도를 보면 사회적으로는 공분하지만 억제대책 마련에는 소극적이었다. 1986년부터 음주운전 억제에 대해서는 언론, 학계, 정부 모두 한 마디씩 했지만 정작 음주 사고를 억제할 수 있는 제도 개선에 대해서는 소극적이었고 실효성이 없었다.

음주운전이 초래하는 사회적 비용은 늘어가는데 음주운전 관련 제도 개선에는 10여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된다. 우리 사회가 음주 사고 피해자는 방관하고 음주 사고 가해자를 두텁게 보호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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