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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 옛날폰 찾아”…Y2K 감성에 집구석 뒤지고 시장 찾는다
디지털카메라·피처폰·헤드셋
일명 ‘Y2K’ 아이템, 젠지 세대들에 인기
경험해보지 못한 시대에 대한 향수 깔려있어
임모(22)씨가 사용하는 LG 싸이언(CYON) 폴더폰 모습. [독자 제공]

[헤럴드경제=박지영·김빛나 기자] 젠지 세대(1997년~2010년생)인 임모(22) 씨는 요즘 어머니가 쓰던 LG 싸이언(CYON) 폴더폰을 다시 충전해서 가지고 다닌다. 임 씨는 “오래된 만큼 배터리가 빨리 닳는 단점이 있지만 버튼을 누를 때 나는 소리와 메뉴 스타일의 다양성은 시각과 청각을 즐겁게 한다”며 “스마트폰 카메라보다 피처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따뜻한 느낌을 받는다”고도 했다.

‘과거 유행’에 빠진 젠지 세대덕분에 옛날 물건이 인기를 얻고 있다. 자유롭고 낭만적이었던 2000년대 초 감성을 다시 느끼기 위해 디지털 카메라, 피처폰 같은 악세사리부터 카고바지, 헤드셋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관련 거래가 늘었다. 디카를 찾는 손님 덕분에 카메라 가게도새 손님이 늘었다.

하모(29)씨 또한 집에 있던 올림푸스 디지털 카메라를 다시 찾았다. 하씨는 “사실 사진을 찍으려면 휴대폰으로 찍는 게 제일 편하지만,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옛날 생각도 나고 시간이 흘러 다시 추억 할 수 있기 때문에 귀찮음을 감수하면서도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다니게 됐다”고 했다.

남대문 시장의 카메라 전문점에 2000년대 초반 출시된 디지털 카메라들이 전시돼 있다. 박지영 기자.

카메라 상점이 즐비한 남대문 시장도 인기를 실감하고 있었다. 카메라 전문점을 운영하는 A씨는 “하루에 2~3팀 정도 디지털 카메라를 찾는 손님이 있다”며 “하나에 10만~30만원 정도 하는 일본 브랜드인 산요 디지털 카메라나 캠코더가 가장 잘 나간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전문점 사장 B씨는 “원래는 필름 카메라가 많이 나갔었는데 필름 카메라 가격이 4배 정도 뛰면서 대체품으로 저화질의 디지털 카메라가 인기를 얻고 있는 것 같다”고 하기도 했다.

28일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 따르면 전년 동기(1~7월) 대비 디지털 카메라 검색량은 83%, 캠코더는 67% 증가했다. 거래량은 각각 71%, 72% 증가했다. 거래액도 각각 139%, 67% 늘었다.

흐릿한 화질의 3만원 상당의 어린이용 디지털 카메라도 젠지 세대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독자 제공]

젠지 세대는 옛 물건으로 남다른 감성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유학생 왕진상(24)씨는 얼마 전 대학 졸업식에서 친구들과 디지털 카메라로 추억을 남겼다. 왕씨는 “흐릿하니까 더 감성이 살아나는 것처럼 보인다”며 “옛날 사진 찍는 느낌도 나고. 사진 찍으려고 2006년 모델 10만원 주고 구입했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를 대표하는 패션 아이템도 유행이다. 카고바지와 헤드셋이 대표적이다. 평소 애플의 에어팟 맥스를 끼고 다니고 카고바지를 즐겨 입는다는 조모(26) 씨는 “카고바지는 바지 통이 넓어서 딱붙는 바지에 비해 활동하기 편하기도 하고, 다른 옷과 코디하기 어렵지 않으면서도 자유로워 보이고 개성이 드러나서 자주 입고 다닌다”며 “헤드폰은 누가 봐도 특이해 보이고 개성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아이템이어서 쓰고 다닌다”고 했다.

이수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현실에 대한 불만이나 어려움을 해소하는 하나의 창구로 2000년대 유행했던 아이템들이 여전히 인기를 얻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실제로 경험해보진 않았지만 그리움이나 아련함을 느끼는 감정인 아네모이아(Anemoia) 정서가 최근 Y2K 소비 흐름에 담겨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go@heraldcorp.com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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