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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고진 사망, 푸틴 권력유지 최우선 신호”
NYT “프리코진 사망, 배신은 용납 않는다는 신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우크라이나 점령지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의 수반 대행 데니스 푸실린과 회의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비행기 추락으로 사망한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에 대해 언급했다. 푸틴 대통령이 프리고진의 사망에 대해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러시아 용병단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죽음에 크렘린궁이 관여했을 것이란 의심이 커지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자신의 권력유지를 최우선에 두고 있다는 신호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간) 프리고진의 사망은 그가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에 자신의 용병 수만명을 쏟아붓고 아프리카에서 세를 확보하며 크렘린궁에 ‘잔혹한 효율성’을 입증했으나, 불충만큼은 단죄를 피할 수 없다는 신호를 크렘린궁이 보낸 것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지난 23일 프리고진의 사망 소식을 전하는 뉴스가 타전됐을 무렵 푸틴 대통령이 TV에 나온 모습에 주목했다. 푸틴은 제2차 세계대전 쿠르스크 전투 80주년을 기념해 러시아 TV로 중계된 행사장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온통 검은색 배경에 빨간 조명으로 웅장한 느낌을 낸 무대에서 푸틴 대통령은 연설을 하고 군인들에 훈장을 수여한 뒤 호국영령을 기리는 묵념을 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때 프리고진이 타고 있던 전용기가 화염에 휩싸여 땅으로 곤두박질쳤다는 소식이 전파됐다.

극명한 대비를 이룬 두 장면은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지만, 2차대전 기념식장에서의 푸틴 대통령의 모습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시작한 지 1년 반이 지난 시점에 어느 때보다도 단호하게 자신의 장악력과 힘을 드러내고자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NYT는 해석했다.

모스크바의 정치 분석가 미하일 비노그라도프는 러시아 집권층의 중심부에 있던 인물이 ‘국가의 지원을 받는 암살’로 사망한 적은 없다면서 “가혹한 선례를 남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크렘린궁은 암살 배후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전화회의에서 크렘린을 배후로 보는 서방의 추측에 대해 “완전한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비노그라도프는 크렘린궁이 프리고진 살해를 승인했을 것이라는 세간의 의심 어린 시선을 무마하려는 노력을 그다지 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NYT는 러시아 집권층의 강력한 인물이 크렘린궁의 뜻에 반해 살해됐다면, 이 역시 푸틴 대통령의 통제권 상실 신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러시아 집권층 내부의 역학관계로 볼 때 푸틴 대통령이 실제로 프리고진 살해를 지시했는지 여부보다는 푸틴이 프리고진의 배신을 비난한 이후 프리고진이 참혹한 죽음을 맞았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이 매체는 분석했다.

지난 6월 프리고진이 무장 반란을 일으켰다가 접은 이후 일각에서는 오히려 프리고진이 두 달간 벨라루스행을 허가받고 푸틴 대통령이 주최한 러시아와 아프리카 국가 간 정상회의 한켠에서 아프리카 관리들을 만날 만큼 건재했다는 데 더 놀라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한다.

수장의 사망으로 바그너 그룹의 앞날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공동 설립자인 드미트리 우트킨 등 핵심 인사들도 프리고진과 함께 추락한 전용기에 탑승했다가 사망한 만큼 그룹이 이전 모습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바그너 그룹은 말리와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서 정권유지를 돕는 대가로 금광과 다이아몬드 광산, 삼림벌채권 등 이권을 챙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brunc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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