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내년에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제2차 한미일 정상회의를 한국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한미일 정상회의가 동북아시아 지역 핵심 안보협력체로서의 첫발을 내딛은 가운데 향후 정권 교체 등 각국 정치적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안보뿐만 아니라 공급망 등 경제안보, 첨단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포괄적 협력을 이어간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1차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20일 새벽 트위터에서 “다음 3국 정상회의 주최를 희망한다”고 밝히는가 하면, 공동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다음에는 한국에서 우리 세 정상이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키도 했다.

대통령실에서는 첫 단독 한미일 정상회의가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주최로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렸고, 지난 5월에는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계기 한미일 정상회의가 개최된 만큼 다음번 회의의 경우 한국 개최가 자연스럽다고 설명하고 있다.

첫 회의에서 한미일 정상회의를 최소 연 1회 개최하기로 한 만큼, 2차 회의는 내년 상반기 중에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한국의 내년 4월 총선, 미국의 내년 11월 대선이 치러지는 만큼 구체적인 시기는 조정될 수 있다.

당일치기로 열린 이번 첫 회의에서 세 정상은 3국 간 안보협력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북한의 핵·미사일 대응 공조를 위한 ‘대화’ 수준에 머물렀던 한미일 협력이 그 틀을 제도화한데 따른 것이다. 세 정상 모두 “역사적 순간,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고 입을 모은 이유기도 하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정상회의 뿐만 아니라 3국 국가안보보좌관(안보실장)·국방·외교·상무(산업)장관 회의 역시 정례화하기로 합의했다. 또 재무장관 회의를 출범시키고 향후 정례화를 검토하는 등 다양한 분야의 고위급 회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로렐 로지 앞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연합뉴스TV에 출연해 “한미일 정상회의는 앞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에 핵심적인 포괄적 협의체로서 지속해서 계속될 것”이라며 “인태 지역의 지정학을 바꾼 8시간이라고 얘기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고 했다.

조 실장은 “정상회의를 정례화한 게 핵심 성과”라며 “캠프 데이비드 원칙이라는 문서에 합의했는데, 앞으로 포괄적 협의체를 계속해 나간다는 것이고, 공통의 이익과 지향점을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방향을 중심으로 한미일 협의체가 지속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 정상은 이번 회의에서 3국 간 지속적인 협력 지침을 담은 ‘캠프 데이비드 원칙(Camp David Principles)’, 3국 협력의 비전과 이행방안을 담은 ‘캠프 데이비드 정신:한미일 정상회의 공동성명(The Spirit of Camp David:Joint Statement of Japan, the Republic of Korea, and the United States)’, 공동위협에 대한 공조 방안을 담은 ‘한미일 간 협의에 대한 공약(Commitment to Consult Among Japan, the Republic of Korea, and the United States)’ 등 3가지 문서를 채택했다.

특히, 국제사회에서는 3국이 ‘안보·경제 등 공동 위협시 즉각 대응’에 합의한 ‘한미일 간 협의에 대한 공약’에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 이를 두고 ‘동북아판 쿼드(Quad, 미‧일‧호주‧인도 안보협의체), 오커스(Aukus, 미‧영‧호주 안보협의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 대통령, 바이든 미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연합]

대통령실은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문서에 단순히 성명, 선언, 발표문 등의 이름 대신 ‘원칙’, ‘정신’, ‘공약’이란 특별한 가치가 부여된 명칭이 사용한 것을 두고 “상징적 의미가 크고 국제사회에 주는 메시지도 굉장히 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도운 대변인은 “정상만 따로 모여 정상회의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국제사회에 주는 메시지 컸다”며 “문서를 통해 세 나라가 상호 관계를 국제사회에 공식 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매우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난 4월 ‘워싱턴 선언’, 그에 이어지는 한미 핵협의그룹(NCG) 구성 등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기본 구도를 갖췄고, 3국 정상회의를 통해 우리가 필요한 안보 전선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조 실장 역시 한미일 정상회의와 관련 “안보 협력이 당연히 있고, 모든 분야가 망라돼 있으며, 구체적인 협력 프로그램도 나와 있다”면서 “한미일 협의체는 다른 어떤 협의체와 비교해도 협력 분야와 포괄성, 다양성을 볼 때 첫째 가는 협의체일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