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K-DOCS와 같은 다큐멘터리 지원 플랫폼이 필요한 이유[서병기 콘텐츠톡톡]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K-콘텐츠가 글로벌화되고 있다. K-팝이나 K-드라마 얘기다. 다큐멘터리는 아직 그렇지 못하다. 제작 지원이나 콘텐츠의 소비 측면에서 여전히 열악한 실정이다.

방송사의 다큐 제작 여건도 좋은 편은 아니지만 독립 다큐멘터리 제작 분야는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욱이 팬데믹을 거치면서 글로벌 다큐멘터리 시장은 지난 3년간 거의 초토화 되다시피 했다.

그런 가운데 넷플릭스 등 OTT 플랫폼이 서서히 시장을 지배하면서 다큐멘터리 산업은 더욱 고립이 심화하는 분위기다.

한국이 다큐멘터리 제작이나 소비가 K팝과 K드라마처럼 왕성한 시장은 아니지만, 아시아에서 다큐멘터리를 지원하는 공공펀드(Public Funding)는 그리 야박하지 않다. EBS 국제다큐영화제(EIDF)가 올해로 20주년을 맞으며 별도의 행사로 운영하는 ‘K-DOCS’는 아직은 생소해 보이지만 다큐멘터리 제작을 초기 단계에서 편집 단계까지 단계별로 지원해주는 제작 지원 플랫폼이다.

과기부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이 지원하고 EBS가 운영을 맡아 다큐멘터리 기획 단계에서 편집 단계까지 여러 구간에 걸쳐 있는 다큐멘터리 작품을 소위 경쟁 피치 행사(제작 발표회)를 통해 선발하고 지원한다.

세계적으로 다큐멘터리의 제작 지원과 영화제로 가장 유명한 나라는 네덜란드이다. ‘IDFA(International Documentary Film Festival Amsterdam, 암스테르담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www.idfa.nl)를 보유한 네덜란드는 한국처럼 국토의 크기는 작지만, 극영화의 칸 영화제나 베를린 영화제 같은 세계 최고의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를 지난 1988년부터 운영해 왔다.

올해가 무려 36회째인데 주최 측 말로는 매년 10만명 가까운 감독과 제작자 그리고 관객들이 참여한다고 한다.(올해는 11월 8~19일)

암스테르담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왜 유명해졌을까? 수많은 국내의 다큐멘터리 제작자와 배급사 그리고 프로듀서들이 이 영화제의 문을 두드리는 이유는 바로 ‘IFDA-FORUM’과 ‘INDUSTRY’라고 부르는 엄청난 제작지원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매년 200여편의 새로운 다큐멘터리 영화가 암스테르담을 수놓긴 하지만 이 영화제의 백미는 신인 감독에서부터 경력이 많은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을 지원하는 영화제 시스템이 제작 아카데미부터 제작 지원 피칭, 그리고 영화 세일즈 마켓 까지 완벽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K-DOCS는 암스테르담 영화제보다는 미국의 POV(Point Of View) 시스템에 더 가까운 제작 지원 플랫폼을 운영한다. 미국의 공영방송인 PBS(Public Broadcasting Service)가 방영 시간이 긴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를 방송을 통해 더욱 많은 시청자가 볼 수 있게 특별 편성한 프로그램과 지원 시스템에 더 가깝다는 의미다.

한국은 아직 다큐멘터리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지만 유럽이나 미국은 다큐멘터리 작품의 극장 소비가 매우 넓게 퍼져있는데, 그 부분을 바로 다큐멘터리 영화제가 담당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마이클 무어라는 미국 미시간 출신의 스타 다큐 감독들의 덕이 크긴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도 다큐멘터리 산업은 다른 장르에 비해 열악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은 K-DOCS 형태의 다양한 제작 지원 플랫폼을 충분히 활용해 다큐멘터리 산업의 활성화를 돕는다. 다시 말해 완성품이 나오기 전 기획 방향, 트리트먼트 단계에서 구매가 이뤄져 제작비 확보가 가능한 ‘입도선매’를 하는 것이다.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은 감독이나 제작자들을 공영 방송사, 제작사, 배급사 그리고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의 다양한 지원 펀드와 공공펀드가 복합적으로 공동 투자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다큐멘터리를 비즈니스적 측면에서만 바라보면 투자 대비 이익을 창출해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것이 매우 어렵다. 예능이나 음악 장르처럼 그렇게 쉽게 즐길 수 있는 컨텐츠는 아니지만 우리 사회의 다양한 측면을 밝히는 시대정신을 언제나 다큐멘터리에서는 오롯이 담고 있어 존재가치는 충분히 있다.

이 지원 펀드를 받으려면 공개 발표회 형식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런 공개 경쟁을 통해 제작 지원 투자를 유도하는 것이다. 이 자리에는 방송사 관계자, 배급사, 투자자 그리고 영화제 관계자들이 참석해서 그들이 원하는 작품을 선정하고 투자 지원의 방향을 잡는다.

한국의 독립 다큐멘터리도 이제는 해외시장을 목표로 하는 작품들의 경우 평균 제작비가 3억~5억 정도가 된다. 이 규모의 제작비를 투자해서 한국 시장에서 본전을 회수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해외시장을 노크할 수밖에 없는데, 한국에서 독자적으로 제작해 해외시장에서 팔릴 수도 있으나, 다큐멘터리는 편집 경향이나 선호하는 스토리텔링, 장르 등을 고려해 국제공동제작 형태로 전환해야 파이도 커지고 시장의 규모가 확대된다. K-DOCS가 바로 그런 점들을 지원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K-DOCS에는 일종의 교육 기능도 있다. ‘글로벌 피칭 아카데미:영피치’(GPA:Young Pitch)와 ‘K-피치 프레시’에서 수상하는 제작자들은 IDFA(암스테르담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현지 영화 아카데미에서 단기 교육의 기회도 제공한다.

또한, K-DOCS 피칭에 초청되어 방한하는 국제적인 프로듀서와 방송사 그리고 배급사 관계자들에게 작품 제작이나 판매에 대한 방향이나 조언도 들을 수도 있고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다양한 경로와 노하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된다.

그동안 한국의 박봉남 감독(Iron Crow, 철 까마귀)과 이승준 감독(달팽이의 별) 등이 IDFA 국제경쟁 대상을 받은 적이 있지만, 아직 한국의 다큐멘터리 제작 산업은 K-팝이나 K-드라마에 비해 갈 길이 멀다. 그러나 K-DOCS처럼 제작 지원 시스템들이 활성화된다면 머지않아 한국의 다큐멘터리 감독과 제작자들의 잠재력과 창의력이 발휘돼 우리의 다큐멘터리 콘텐츠도 K-팝에 버금가는 활약을 펼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wp@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