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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故 윤기중 교수는 누구…尹대통령 ‘제1 멘토’이자 한국 통계학계 거목
尹대통령 법대 진학, 원칙 중시 가치관 형성 등에 큰 영향
尹 “아버지 원칙 중요시한 분”…종종 애틋한 부정 드러내
윤석열 대통령의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15일 별세했다. 향년 92세. 사진은 고인이 출장을 앞두고 김포공항에서 초등학생인 윤 대통령 등 가족과 함께 촬영한 모습. [윤석열 대통령 인스타그램]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15일 별세한 故 윤기중(92) 연세대학교 응용통계학과 명예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의 부친이자 ‘정신적 지주’였다.

동시에 한국 통계학의 근간을 닦은 경제·통계학계의 거목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가진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제1 멘토”라고 밝힌 바 있다.

표현 그대로 국내 대표적인 자유주의 경제학자인 윤 교수는 윤 대통령의 가치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윤 대통령이 종종 거론하는 미국의 신자유주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는 윤 교수가 아들에게 준 서울대 법대 입학 선물이었다.

윤 대통령이 부친의 대를 이어 경제학자의 길을 걸으려다 서울대 법대로 진로를 바꾼 것도 ‘더 구체적인 학문을 하라’는 윤 교수의 조언에 따른 것이었다.

‘대통령 윤석열’ 이전의 ‘법조인 윤석열’ 탄생 배경에도 부친의 권유가 있었던 것이다.

원칙을 중시하는 윤 대통령의 가치관 형성에도 윤 교수의 영향이 컸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때 방송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대학시절 한때 공부를 소홀히 하면서 술 마시고 밤늦게 귀가했다가 부친에게 크게 혼이 난 일화를 소개하면서 “아버지 또한 원칙을 중요시하는 분이었다”고 소개한 바 있다.

그러나 윤 교수는 저항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김지하 시인의 ‘오적’을 윤 대통령에게 직접 읽어준 일화가 있을 정도로 이념적으로 편협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었을 때 김지하 시인이 별세하자 “시인이 오해와 비판을 감수하며 말하지 않았다면 이 나라의 자유민주주의와 양심은 지금처럼 성장하고 성숙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밝힌 배경에는 부친과의 추억이 자리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2021년 대선 출마를 고심할 때도 윤 교수가 故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를 소개해줘 조언을 듣도록 하고 격려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윤 대통령은 애틋한 부정을 종종 드러내곤 했다.

검찰총장을 그만둔 직후인 지난 2021년 4·7 재보궐선거 때는 부친을 부축하고 사전투표소를 찾아 “아버님께서 기력이 전 같지 않으셔서 모시고 왔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연세대 졸업식을 찾았을 때는 “연세 교정은 제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면서 “아버지 연구실에서 방학숙제를 하고 수학 문제도 풀었다. 아름다운 교정에서 고민과 사색에 흠뻑 빠졌다”고 회고했다.

윤 대통령은 부친이 연세대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인근 연희동에서 거주했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연세대 졸업식에서 처음으로 축사를 한 것은 부친과의 인연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아직도 히토쓰바시 대학이 있는 구니타치시가 눈에 선하다”며 “우에노역에서 기차를 타고 구니타치역에서 내려 아버지의 아파트로 갔다”며 부친의 유학시절을 떠올리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15일 별세했다. 향년 92세. 윤 대통령이 지난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일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윤 교수와 함께 투표를 마친 뒤 나오는 모습. [연합]

윤 교수는 대통령의 부친일 뿐 아니라 고인 스스로 경제현상을 통계학으로 해석하는 분야에서 큰 족적을 남긴 석학이기도 했다.

1931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공주에서 유년시절을 보내고 공주농고와 연세대 상대 경제학과, 대학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한양대 교수로 재직중 일본 문부성 국비장학생 1호로 선발돼 일본 히토쓰바시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이후 귀국해 연세대 상경대 교수, 상경대 학장, 한국통계학회 회장, 한국경제학회 회장, 한국연구원 이사 등을 지냈고, 1997년 연세대 상경대학 명예교수로 추대된 데 이어 2001년 한국 경제학 분야에 기여한 공로로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이 됐다.

국내 통계학의 기틀을 놓은 ‘통계학’, ‘수리통계학’, ‘통계학개론’ 등을 집필했고 ‘한국경제의 불평등 분석’ 등의 저서를 남겼으며, 소득분포 불평등 문제 연구는 1999년 삼일문화상 학술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부인 최성자 전 이화여대 교수와 사이에 장남 윤 대통령을 비롯해 1남1녀를 뒀다.

지난해 7월 아들의 초대로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을 찾은 게 마지막 공개석상에서의 모습이었다.

아들의 집무실을 찾은 윤 교수는 국민만 바라보며 직무를 잘 수행하라는 덕담을 건넸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15일 별세했다. 향년 92세.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7월 12일 윤 교수의 생신 기념일에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로 초청해 함께 기념촬영한 모습. [대통령실 제공]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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