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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메테우스가 된 원자폭탄 아버지
놀란 감독 화제작 ‘오펜하이머’ 15일 개봉
CG제로·3시간 러닝타임 “지루할 틈없어”
영화 ‘오펜하이머’의 한 장면 ` [유니버셜 픽쳐스 제공]

할리우드 거장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2년여 만에 신작 ‘오펜하이머’로 관객들 곁을 찾아온다. 특유의 날카로운 연출력이 배우들의 명연기와 만나 걸출한 작품이 탄생했다.

오는 15일 일제 항복일이자 광복절에 맞춰 개봉하는 영화 ‘오펜하이머’는 ‘원자폭탄의 아버지’인 미국 천재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격동적인 삶과 고뇌를 다룬다. 영화는 카이 버드와 마틴 셔윈의 오펜하이머 전기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를 원작으로 한다. 프로메테우스는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 신의 불을 훔쳐 인간에게 가져다 준 대가로 매일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는 형벌을 받는 신이다.

평범한 물리학 교수이었던 오펜하이머는 1942년 하루 아침에 원자폭탄을 개발하는 극비 계획 ‘맨해튼 프로젝트’의 총책임자가 된다. 독일의 나치가 원자폭탄 개발에 먼저 성공해선 안된다는 명분 때문에 이 위험천만한 프로젝트를 맡게 된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 20억 달러가 투입된 지 약 3년 뒤인 1945년 7월 14일. 미국 뉴멕시코의 사막 한 가운데서 ‘트리니티’란 작전명의 핵폭발 실험이 최초로 성공한다. 얼마 뒤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진다.

“전 제 손에 피가 묻은 느낌입니다.”

트리니티 실험 성공에 기뻐하던 오펜하이머는 이내 무거운 죄책감과 고민에 빠진다. 세계가 평화를 되찾기보단 본격적인 핵무기 경쟁에 돌입할 것이란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그는 수소폭탄 개발까지 추진하려던 정부에 적극 반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매카시 광풍 속에서 정적들에게 둘러싸여 있던 차, 오펜하이머의 소신 행동은 그를 애국자에서 소련의 스파이로 추락시킨다. 원작의 제목처럼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가 되는 순간이다.

영화는 극사실주의의 결정체다. 놀란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단 한 컷의 컴퓨터 그래픽(CG)도 사용하지 않았다. 실사 촬영을 고집하는 그의 평소 철학이 묻어나는 부분이다.

극사실주의의 백미는 실제 폭발을 촬영한 트리니티 실험 장면이다. 모두가 숨죽인 채 폭발 실험을 카운트다운 하는 순간 커다란 섬광과 버섯 모양의 불기둥이 치솟아 오른다. 시뻘건 불기둥은 모순적이게도 너무나 경이로우면서도 핵무기 시대를 알리는 섬뜩함을 자아낸다.

놀란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CG를 사용하지 않고 첫 번째 핵 폭발 실험인 트리니티 실험을 구현하는 것은 나에게도 거대한 도전이었다”면서 “영화에서 양자 역학과 물리학의 표현부터 폭탄 시험 단계 등까지 시각적 요소로 구현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킬리언 머피는 오펜하이머 그 자체다. 오펜하이머의 복잡한 내면 심리와 과학자로서의 고뇌를 깊이있게 표현하며 3시간 내내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머피는 깡마른 애연가인 오펜하이머를 최대한 닮기 위해 체중을 감량하고 촬영 내내 니코틴이 없는 허브 담배를 피웠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역시 기존의 아이언맨의 이미지를 벗고 지극히 정치적이고 이기적인 인물로 분했다. 이밖에 맷 데이먼, 조쉬 하트넷, 에밀리 블런트, 라미 말렉 등 톱스타들의 명연기도 돋보인다. 놀란 감독 특유의 웅장한 음악도 영화의 몰입감과 긴장감을 크게 높인다. 15일 개봉. 180분. 15세 관람가. 이현정 기자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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