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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재 피해자, 그 개인의 이야기를 듣다
아르코미술관, 노원희 개인전 ‘거기 계셨군요’
아르코미술관, 노원희 개인전 '거기 계셨군요' 전시전경 [이한빛 기자]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1980년 민중미술의 모태로 여겨지는 ‘현실과 발언’의 창립전이 문예진흥원 미술회관(현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출품작의 정치적 지향성을 문제삼아 전시장 대여는 취소됐고, 무산될 위기에 놓였던 전시는 상업화랑인 동산방화랑에서 열리게 됐다.

40여년이 지난 2023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은 당시 창립전 멤버인 노원희(75)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임근혜 아르코미술관 관장은 “1980년도 현실과 발언 창립전이 검열로 인해 무산됐던 바로 그 장소에서 열리는 노원희 작가의 개인전은 미술관 개관 50주년을 한해 앞두고 예술과 사회의 관계를 되돌아보는 뜻깊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1980년대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작품 95점과 아카이브자료 39점이 나왔다. 신작 회화는 물론 대형 천 그림, 참여형 공동작업, 신문 연재소설의 삽화까지 다양하다. 작가가 첫 개인전을 개최한 1977년 이후 한국사회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민주화, 산업화의 성숙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됨에도 여전히 숨겨진 부분은 존재한다. 작가는 시대 변천에 따른 역사인식, 현실인식을 토대로 개인과 집단이 만들어 낸 사회와 정치, 문화의 정황을 심리적 풍경으로 묘사한다. 그곳에는 과거 독재의 망령이 여전히 존재하고, 산업재해에 목숨을 잃는 일도 여전히 존재한다.

아르코미술관, 노원희 개인전 '거기 계셨군요' 전시전경 [이한빛 기자]

1980년대부터 다뤄온 산업재해는 이번 신작에서도 주요한 테마다. 피해자 개인,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는 작업들이다. 어느 순간 추모의 방식이 된 ‘포스트잇’ 메시지를 작업에도 차용했다. 작가는 “산업재해는 이 시대의 노동현실과 인간 존엄성에 대한 자본주의의 태도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작업에 등장하는 그림자 같은 사람의 형상은 우리 시대의 생존과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받고 있는 청년, 노동자, 투쟁하는 사람들로 이어진다.

전시의 제목인 ‘거기 계셨군요’는 작가노트에서 인용한 문장이다. 부재끝 존재를 발견한 듯한 외침은 소외된 누군가에게 말을 건네는 제스쳐이자, 작가가 그림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사회적 약자의 형상이기도 하다.

노원희는 1948년 경북 대구 출생으로 서울대학교와 동대학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했다. 1980년 소그룹 미술운동 ‘현실과 발언’의 창립동인으로 활동했으며, 1982년부터 2013년까지 부산 동의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한 바 있다. 전시는 11월 19일까지.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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