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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장에 갇혀 강제 임신 당한 여성…의문의 가면 집단[이현정의 현실 시네마]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여기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에요?"

"알고 싶지 않을 거에요."

"여기서 어떻게 나가요?

"불가능해요."

여행 도중 납치 당한 사라와 알렉. 정신 차린 사라가 주위를 살펴보니 작은 철장에 갇혀 있습니다. 남자친구 알렉은 보이지도 않죠. 옆 철장에 갇혀 있는 한 여성에게 탈출 방법을 물어보자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돌아옵니다.

이들은 알고 보니 식인 농장에 강제로 납치된 것이었습니다. 인육을 전문적으로 상품화하고 판매하는 곳이었죠. 농장의 모든 직원은 돼지나 소의 가면을 쓴 채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습니다.

온 몸이 결박돼 있는 사라. 어느 직원이 오더니 사라의 몸 속에 무언가를 주입합니다. 알고 보니 누군가의 정액. 강제로 그녀를 임신시킨 겁니다.

입마개가 채워진 알렉은 철장에 갇혀 도축될 위기에 놓입니다.

여성은 이곳에서 강제로 아이를 낳고 모유를 생산합니다. 남성은 도축 과정을 거쳐 인육으로 팔리죠.

사라의 옆 우리에 있던 여성은 2년 넘게 고통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한 차례 출산한 이후 유산 반복했죠.

그녀는 체념한 듯 말합니다.

"전 이제 곧 끝날 거에요. 이제 더 이상 임신을 못하거든요."

농장 측은 그녀가 생산적 가치가 떨어졌다는 이유로 그녀를 고리에 매달아 가차없이 도축해버립니다.

농장 주인은 철장 내 사람들을 '인간'으로 부르지 않습니다. '가축'이라고 칭하죠.

갓 태어난 아이는 기준 미달의 몸무게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곧장 폐기됩니다. 이를 바라보는 아이의 엄마는 철장 안에서 절규합니다.

농장 주인은 직원들에게 업무 속도를 끌어올리라고 주문합니다.

"2시간 30분 후엔 음식 보낼 준비가 끝나야 돼. 그리고 20분이 더 추가돼 있으니까 속도를 한 단계 끌어 올려봐. 스튜를 만들 재료는 충분한 것 같네."

철장을 가까스로 탈출한 알렉은 사라를 찾아 구한 뒤 함께 도망칩니다. 그리나 농장 주변에 설치된 덫에 걸린 알렉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탈출에 실패하죠. 농장 직원이 쫓아오자 사라는 도망치고선 다른 탈출 방법을 찾아봅니다.

이 이야기는 2018년에 개봉한 '더 팜'(The Farm)이라는 영화입니다.

영화는 인간과 가축의 현실 위치를 바꾼 작품입니다. 공장과 다름 없는 농장에서 사육된 가축들이 가차없이 도축되는 우리의 현실을 미러링한 것이죠.

영화의 전체적인 이야기 구조나 전개 방식에 대해선 일부 혹평이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과 가축의 뒤바뀐 설정은 일상에서 육류를 쉽게 접하는 우리에게 적지 않은 메시지를 던집니다.

3일 오후 광주 광산구 소촌산업단지 주변 도로에서 소가 달리고 있다. 인근 도축업체에서 탈출한 소는 산단 창고 건물 안까지 도망쳤으나 약 20분 만에 붙잡혀 끌려갔다. [연합]

지난 3일 광주의 한 도축업체에서 육우용 한우 1마리가 탈출하는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하역 과정에서 도망친 소는 왕복 7차로인 도로를 달려 약 650m 떨어진 소촌산업단지까지 달아났죠. 소는 창고 건물 안으로 몸을 숨겼는데요. 경찰과 소방관이 창고 건물의 출입문을 잠그자 별다른 저항 없이 도주를 멈췄습니다. 소는 결국 목줄을 맨 채 다시 도축장에 끌려갔습니다.

창고 구석에 내몰린 소가 별 저항이 없었다는 것. 자신의 운명을 직감하고 체념했던 것이었을까요?

우리가 쉽게 접하는 고기가 어떤 과정을 통해서 식탁으로 올라오는지 한 번쯤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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