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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치, 美신용등급 한 단계 하향조정…옐런 “작위적 결정” 반발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가 1일(현지시간) 미국의 신용등급을 최고수준인 AAA에서 한 단계 낮은 AA+로 낮췄다. 지난 2011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이어 12년 만에 나온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다.

피치는 앞으로 3년 간 예상되는 미국 정부 재정 악화와 채무 부담 증가를 이유로 신용등급(IDRs·장기외화표시발행자등급)을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피치는 올해 연방정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6.3%로 지난해(3.7%)보다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미국 경제가 신용환경 축소, 소비 둔화 등으로 2023년 4분기 및 2024년 1분기 완만한 경기침체에 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1.2%, 0.5%로 제시했다.

무엇보다 피치는 수 개월의 진통 끝에 지난 6월 타결된 연방정부 부채한도 협상이 정치적 불확실성을 보여준다면서 신용등급 강등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부채한도를 놓고 정치권의 대치가 반복되는 것은 재정 관리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피치는 “미 의회가 2025년 1월까지 부채 한도를 유예하기로 초당적으로 합의했지만 재정 및 부채 문제를 포함해 지난 20년간 지배구조 기준이 꾸준히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피치는 앞서 지난 5월 부채한도 협상이 채무불이행(디폴트) 선언을 코앞에 둘 때까지 진전되지 않자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 관찰대상(RWN·Rating Watch Negative)’으로 낮추며 이미 경고를 날렸다. 당시 피치는 부채한도를 유예하는 것은 임시 조치라며 전망을 바꾸기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협상 진행 과정이 등급 평가에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피치의 이번 조치는 미 국채의 신용도 하락과 이에 따른 리스크 프리미엄 증가로 이어져 금리 변동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미 국채뿐 아니라 금융시장 전반을 흔드는 불안요인이다.

이날 피치 발표 직후 달러는 유로 및 엔화 대비 하락했으며 미 국채 선물은 급등했다. 가뜩이나 지난달 28일 일본은행(BOJ)가 수익률곡선통제(YCC) 정책을 수정하면서 일본 투자자들의 미 국채 매도 우려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나온 이번 신용등급 강등은 미 국채 시장의 혼란을 키울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선 지난 2011년 S&P의 신용등급 하락보다 더 큰 파장을 불러올 수도 있다. S&P는 당시 부채한도를 놓고 지지부진한 정치권 논쟁이 미국의 신뢰도를 훼손하고 있다며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했다. 이로 인해 미 주식시장은 15% 가량 폭락했고 미 국채 금리는 급등하는 등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12년 전 S&P가 언급한 것과 똑 닮은 이유로 이날 피치가 미국 신용등급을 낮추면서 3대 신용평가사 가운데 무디스만이 미국 신용등급을 최고수준(Aaa)로 유지하게 됐다. 하지만 무디스 역시 지난 5월 미국이 디폴트에 빠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면서도 정치권 협상이 비관적일 경우 디폴트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미국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조정할 수 있다고 경고한만큼 금융시장 혼란은 확대될 수 있다.

반면 이번 강등 조치가 안전 자산에 대한 수요를 자극해 미 국채 매력을 높일 수도 있다. ANZ은행의 데이비드 크로이 연구원은 블룸버그통신에 “표면적으론 (강등이) 미국의 명성과 위상을 떨어뜨리는 것이지만 시장의 불안과 위험회피 움직임을 부채질한다면 안전한 피난처인 미 국채와 달러 매수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정부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이번 신용등급 하향에 대해 “작위적이고 이미 다 지나간 데이터에 기초한 것”이라며 “강하게 동의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주요국 경제 중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 의해 미국이 가장 강한 회복세를 보이는 이 시점에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하는 것은 현실에 어긋난다”고 반박했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소셜미디어 X를 통해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강해 보인다”며 “(피치의 결정은) 터무니 없고 어리석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소속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공화당의 무모한 벼랑 끝 전술과 디폴트 위협이 미국에 부정적 결과를 불러왔다”며 신용등급 강등의 책임을 돌렸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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