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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공식작전’ 김성훈 감독 “능력 한계 있어도 노력 한계 없다”[인터뷰]
실제 외교관 피랍 사건 바탕…내달 2일 개봉
“흥행 성적 나빠 꿈꿔온 미래 줄어들까 두려워”
‘들을 가치’와 ‘재미’ 우선…세심함으로 컷 완성
손 편지로 외국 배우 캐스팅하기도…“20년 넘게 설렌다”
[쇼박스 제공]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영화 ‘끝까지 간다’부터 영화의 규모를 키우고 있는데, ‘비공식작전’이 잘못된다면 여태까지 꿈꿔온 것이 축소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어요. 언젠가는 하향 곡선을 피할 수 없겠죠. 하지만 시대 흐름에 의해 떠밀려 가기보다는 엄청 전진해서 제자리에라도 있고 싶어요.”

영화 ‘비공식작전’의 김성훈 감독은 최근 서울 삼청동에서 진행된 헤럴드경제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영화 개봉을 앞둔 심정을 이같이 밝혔다.

김 감독은 내달 2일 영화 ‘터널’ 이후 7년 만에 ‘비공식작전’으로 관객들을 찾는다. 이 영화는 외교관 이민준(하정우 분)이 레바논에서 실종된 외교관 오재석을 구하기 위해 현지 택시기사 김판수(주지훈 분)와 힘을 합치는 이야기다.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한 영웅들의 재밌는 이야기”

영화는 지난 1986년 레바논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실제로 발생한 한국 외교관 납치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외교관은 1년 9개월 만에 생환했지만 생환 과정은 지금까지 기밀에 부쳐져 있다. 영화는 그 지점을 상상력으로 그렸다. ‘어떻게’ 보다 ‘누가’ 외교관을 살렸는지 초점을 둔다.

김 감독은 “이민준과 김판수는 지구를 구하진 않았어도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한 영웅들”이라며 “생명과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사람들을 재미나게 전달하고 싶었다”며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쇼박스 제공]

이는 김 감독이 추구하는 영화의 방향성과 맥을 같이 한다. 그는 ‘가치’와 ‘재미’를 영화의 필수 요소로 꼽는다.

김 감독은 “관객들이 ‘들을 가치’가 있는 이야기를 ‘재밌게’ 전달하는 것이 내가 추구하는 방향성”이라며 “이야기의 긴장과 이완을 통해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설득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영화에도 그의 방향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하정우와 주지훈의 특유의 티키타카가 재미를 보장하고, 이국적인 공간에서 벌이는 차량 추격 액션은 긴장과 이완의 쫄깃함을 유도한다.

[쇼박스 제공]
[쇼박스 제공]

이러한 재미와 긴장감은 그의 세심한 연출 덕분에 가능했다.

그는 특히 영화의 백미인 카체이싱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 대낮 카체이싱 장면은 25회차 가량 촬영할 정도로 공을 들였고, 2분 남짓에 불과한 저녁 카체이싱 장면 역시 14일 간 찍었다. 낮과 밤이 모두 살아있는 해질 무렵의 하늘 빛을 조명 없이 담기 위해서였다.

화려한 와이어 액션이 돋보이는 옥상 추격 장면에도 영혼을 담았다. 해당 장면은 모로코 촬영분와 옥천 세트 촬영분이 합쳐져 완성됐다. 그러나 합성 장면이 어색하지 않도록 그는 시간대와 날씨 별로 모로코의 하늘 빛을 모두 촬영해왔다. 한국 촬영본과 맞추기 위해서다.

[쇼박스 제공]

김 감독은 “최대한 실제의 장면을 촬영하려고 하지만 불가피하게 합성을 해야 하는 경우 실제 시간의 소스를 활용한다”며 “당시 공기가 주는 정서를 전달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이어 “능력의 한계가 있을 순 있어도 노력의 한계는 없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손 편지’ 감동한 고먼…캐스팅도 정성스럽게

영화는 레바논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외국 배우들의 비중도 적지 않다. 할리우드 영화 ‘퍼시픽 림’ 시리즈와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 출연한 번 고먼은 영화에서 미 정보국(CIA) 출신 중동 전문가로 나온다. 김 감독은 고먼을 캐스팅 하기 위해 정성이 담긴 손 편지를 쓰기도 했다. 김 감독은 짧지만 굵게 고먼의 맘을 움직였다.

“25살 때 여자친구에게 편지를 쓴 이후 당신이 두 번째입니다. 그 여성은 다행히 제 아내가 됐습니다. 당신은 제 배우가 되길 바랍니다.”

김 감독은 “다행히 편지를 보내자마자 곧바로 콜이 왔다”며 “인성 자체가 너무나 훌륭하고 젠틀한 배우였다”고 칭찬했다.

[쇼박스 제공]

하정우와 주지훈은 각각 영화 ‘터널’과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에서 작업한 바 있다. 이들을 다시 주인공으로 낙점한 이유로 그는 ‘기대감’을 꼽았다.

김 김독은 “어제 만난 친구를 오늘 또 만나는데, 뭔가 다를 것 같아서 기대되는 느낌. 그게 하정우와 주지훈의 매력”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쇼박스 제공]
“20년째 여전히 설레…다시 태어나도 감독할 것”

김 감독은 28살 때 영화계에 입문했다. 다른 이들에 비하면 꽤 늦은 나이다. 쳇바퀴 같은 직장인의 삶을 원치 않았던 김 감독은 취직 준비를 하는 대신 놀 수 있는 명분을 고민했다. 그 때 뇌리를 스친 것이 바로 극장의 기억. 그는 어릴 때 친척이 운영하는 극장에서 매주 영화 4편을 보며 자랐다.

김 감독은 “극장의 불이 꺼지고 화면이 탁 켜지는 순간이 늘 설렜다”며 “가장 재밌었던 놀이를 업으로 삼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감독의 길을 선택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시작은 처참했다. 데뷔작 ‘애정 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50만 명 채 동원하지 못하며 쓰라린 참패를 안겨줬다. 이는 7년 간의 은둔과 칩거로 이어졌다. 그러나 영화 ‘끝까지 간다’가 다행히 흥행하면서 영화 ‘터널’과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쇼박스 제공]

그렇게 20년이 훌쩍 지났다. 그 설렘이 여전히 그대로일까.

김 감독은 “쉴 땐 영화를 보는 게 제일 재밌고, 일할 땐 영화를 찍는 게 제일 재밌다”며 “머리로만 구상하던 것이 눈 앞에서 펼쳐지는 게 신기하고 흥분된다”며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촬영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창작이 만들어지면 산타 할아버지에게 큰 선물을 받은 느낌”이라며 “그 순간 만큼은 그 배우들이 내 산타가 된다”고 덧붙였다.

전날 극장에 크게 걸린 ‘비공식작전’ 포스터를 보고도 여전히 신기함을 감출 수 없었다는 김 감독. 그 신기함과 설렘을 오래도록 유지하는 것이 그의 유일한 바람이다.

“이런 일을 한다는 자체가 행복해요. 다시 태어나도 배우들을 찍는 영화 감독을 하고 싶어요. 근데 이게 익숙해지면 그만 둘 때가 됐다는 거겠죠. 계속 설레고 싶어요. 그게 제 다짐입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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