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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혜수·조인성·염정아 앙상블...시원한 ‘밀수’의 파도
여름 극장가 첫 타자 ‘밀수’...예매율 1위
물질부터 추격전까지 수중액션 볼거리
좋은 멤버, 좋은 시너지 “일체감 느껴”
류승완 감독의 영화 ‘밀수’는 배우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고민시, 김종수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개봉 전부터 예매율 1위를 기록하는 등 대중의 관심이 뜨겁다.

“촬영 현장이 늘 좋긴 하지만 행복했던 적은 없었어요. 그런데 ‘밀수’ 현장은 행복했어요.”(김혜수)

“개인적으로 굉장히 큰 행복을 준 현장이어서 정말 많이 행복했어요.”(염정아)

“김혜수 선배는 태양, 염정아 선배는 땅, 류승완 감독은 비 역할을 해서 후배들이 꽃처럼 잘 자라게 해줬어요.”(조인성)

26일 개봉한 영화 ‘밀수’는 올 여름 극장가의 치열한 경쟁을 예고한 첫 기대작이다. 개봉 전부터 예매율 1위를 기록하는 등 대중의 관심이 뜨겁다. 영화 ‘베테랑’, ‘모가디슈’ 등으로 독보적인 장르를 자랑하는 류승완 감독의 신작인데다 캐스팅도 화려하기 때문이다. 배우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고민시, 김종수 등이 등장한다. 헤럴드경제가 최근 영화 개봉을 맞아 ‘밀수’의 주역들을 만났다.

영화는 흔치 않은 소재인 해녀와 밀수를 엮었다. 일반적인 물질로 먹고 살기 어려워진 해녀들이 바다에 던져진 밀수품을 건져 생계를 이어간다는 설정이다. 여기에 악명이 자자한 밀수업자 등이 합세하면서 해녀들이 일확천금의 기회를 만난다. 영화는 1960~70년대 서해안에서 여성들이 실제로 밀수에 가담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김혜수는 거친 밀수판에서 어떻게든 살아남는 밀수업자 조춘자로, 염정아는 책임감과 의리로 무장한 해녀 엄진숙으로 분했다. 조인성은 악덕하지만 밉지 않은 전국구 밀수왕 권 상사로 변신했다 .

해녀가 중심인 영화인 탓에 수중 장면이 적지 않다. 배우들은 바다 속 깊이 들어가 해산물은 물론, 밀수 상자도 거침없이 끄집어 올린다. 물안경만 쓴 해녀들이 산소통과 칼을 쥔 밀수 패거리를 상대로 긴장감 넘치는 추격전도 벌인다.

과거 영화 ‘도둑들’의 수중 촬영 도중 공황장애를 겪었던 김혜수. 그만큼 수중 촬영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이번 영화에선 수중 촬영 과정 도중 큰 장비와 부딪쳐 이마가 ‘V’ 자로 찢어지는 부상을 입기도 했다.

김혜수는 “물을 원래 굉장히 좋아했는데 당시 촬영 이후 물만 보면 눈물이 나고 몸에 마비 증상이 왔다”며 “그래도 동료 배우들이 수중 촬영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상하게 맘이 풀려서 물에 다시 적응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평생 수영을 해보지 않은 염정아에게도 큰 도전이었다. 그는 다른 해녀 동료 배우들과 촬영 3개월 전부터 전문 수중 훈련을 받았다. 숨 참기 훈련부터 시작한 염정아는 수 개월 만에 호흡 장치인 레귤레이터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것은 물론, 깊이 6m의 수조 세트에 거뜬하게 들어갔다. 영화 촬영 동안엔 수중 전문가들이 배우들을 한 명씩 밀착 마크하며 안전을 책임졌다.

염정아는 “물에 대한 공포가 있어서 평생 아예 수영을 안할 생각으로 살았다”며 “대본이 너무 맘에 들어서 ‘어떻게든 되겠지’하고 도전했는데 보통 어려운 게 아니었다”고 되돌아봤다.

물질 장면은 대부분 세트장에서 촬영했다. 깊이 6m의 대형 수중 세트에선 물 속 장면을 찍고, 별개의 수면 세트에선 수면과 수중 장면을 동시에 찍었다. 포크레인 같은 장비로 파도를, 강풍기로 바닷가 바람을 살렸다. 배를 돌려야 하는 장면에선 배우들을 제외한 모든 스탭들이 배를 직접 돌렸다.

그러나 물이 예전처럼 공포의 대상이었다기보다 배우들의 팀워크를 느끼게 해준 매개체였다. 특히 가족 같은 단짝 사이로 나오는 김혜수와 염정아에겐 더욱 그랬다.

김혜수는 “물 속에서 사인을 주고 받고 촬영을 시작하는데, 서로를 온전히 신뢰하는 그 짧은 순간이 너무 좋았다”며 “그 순간만큼은 내가 정아씨가 되고, 정아씨가 내가 되는 경험이었다”며 눈에 눈물이 고였다.

염정아 역시 “모든 스탭들이 물 밖에서 지켜보는 동안 우리 둘만 물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눈으로만 대화하는데, 서로를 의지하는 그 짧은 순간에 많은 것이 오갔다”며 “그 순간을 생각하면 항상 눈물이 핑 돈다”며 울컥했다.

반면 조인성은 지상 액션을 책임졌다. 조인성이 장도리(박정민 분)를 포함한 여러 남성들을 상대로 칼을 휘두르는 장면은 날카로우면서도 유쾌하다.

조인성은 “처음에 시나리오를 읽을 때 바다에 들어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바다에 들어가지 않아서 육상에서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맘으로 임했다”며 “나중에 감독님이 ‘액션 영화를 본격적으로 해볼 생각이 없냐’고 물었는데, ‘나이 때문에 그럴 생각 전혀 없다’고 답했다”며 웃었다.

코로나19 팬데믹 가운데 쉽지 않은 수중 액션까지 소화하느라 고생이 적지 않은 현장이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끈끈한 팀워크를 자랑했다고 모두 입을 모았다.

염정아는 “보통 촬영이 끝나면 집에 가지도 않고 다같이 붙어서 모니터링하고 떠들며 깔깔거렸다”며 “현장에 같이 있는 자체가 그냥 재밌어서 소녀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혜수 언니는 늘 ‘너는 이래서 좋아’, ‘넌 이런 장점이 있어’라며 칭찬을 굉장히 자주 해줬다”고 덧붙였다.

김혜수는 “영화를 시작할 땐 흥미로 출발했는데 현장에서 경험한 것들이 굉장히 진했다”며 “정말 좋은 멤버들이 모였다 하더라도 늘 좋은 시너지가 생긴다고 보장할 수 없는데 그런 부분에서 굉장한 일체감을 느꼈다”고 했다.

조인성은 “만약 이 작품을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김혜수·염정아 선배를 알았을까 생각한 적이 있다”며 “뭔가 모를 때 물어볼 수 있는 선배가 있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혜수·염정아 선배의 사랑을 놓치고 싶지 않다”며 웃음을 자아냈다.

좋은 팀워크의 배경엔 류 감독의 열린 마음과 성실함도 크게 작용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김혜수는 “류 감독은 캐릭터의 생동감과 입체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배우와 어떠한 작업을 할지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며 “사전 작업 때부터 많은 부분에 대해 열려 있고, 빠른 속도로 효과적으로 수정·보완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칭찬했다.

조인성은 “류 감독은 영화 밖에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에 영화가 사라지면 류 감독이 사라지는 것이나 다름 없다”며 “그의 성실함이 류승완 감독을 만들었다”며 높이 평가했다.

염정아 역시 “대본이 너무 재밌기도 했고, 류 감독의 영화였기 때문에 수영을 할 줄 몰랐지만 무조건 한다고 했다”며 류 감독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영화 ‘밀수’는 여성 투톱 영화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오히려 ‘여러 배우들의 앙상블’에 가깝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영화의 큰 틀은 김혜수와 염정아가 이끌어가지만 조인성, 박정민, 고민시, 김종수 등 다른 배우들이 열연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김혜수는 “여성 투톱 영화로 소개되긴 했지만 대본을 보고는 캐릭터들의 앙상블처럼 느껴졌다”며 “각자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시너지가 빛을 발해야만 작품이 잘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염정아 역시 “개성이 강한 인물들이 다 살아있는 영화이기 때문에 여성 투톱 영화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나는 그저 그 중의 한 사람일 뿐”이라며 겸손함을 나타냈다.

조인성은 다른 배우들에 비해 출연 비중이 크지 않지만 영화의 판도를 바꾸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만큼 연기에 대한 부담도 컸다.

조인성은 “권 상사가 영화 판을 바꾸는 브릿지 같은 역할을 하는데 분량이 적은 것이 스트레스였다”며 “인물에 대한 설명이 잘 드러나지 않아 이를 잘 살리기 위해 연기 선생님과 뉘앙스 전달 연습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엔데믹 이후 처음 맞이하는 여름 극장가. 영화 ‘밀수’는 개봉 전인 지난 23일 오전부터 예매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더 문’, ‘비공식작전’, ‘콘크리트 유토피아’ 등 국내 대작들이 줄줄이 개봉을 앞두면서 그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배우들은 긴장감보다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혜수는 “관객들이 부담없이 극장에서 즐거웠으면 좋겠다”고 했고, 조인성 역시 “여름에 볼만한 시원한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염정아는 “여름 영화 시장에 대한 부담은 없다”며 “정말 최선을 다해서 만들었고, 작품에 대한 자신감도 어느 정도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현정 기자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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