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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정우 "고난 전문 배우? 작품 선택땐 ‘재미’만 생각"

19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린 제2회 청룡 시리즈어워즈 시상식에서 드라마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하정우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하

[헤럴드경제=이명수 기자] 하정우에게는 '고난 전문 배우'라는 별명이 따라다닌다.

'추격자'부터 시작해 '황해', '더 테러 라이브', '터널', '백두산', '수리남'까지 고생길이 훤한 작품을 잇달아 선택해서다.

2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하정우는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뿐"이라면서 "작품을 선택할 때 철저히 '재미'를 생각하지, 얼마나 힘들지를 먼저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음 달 2일 개봉하는 김성훈 감독의 '비공식작전'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이 영화에서 하정우는 납치된 동료를 구하기 위해 레바논으로 날아간 외교관 민준을 연기했다.

장기간의 해외 로케이션과 강도 높은 액션, 자동차 추격전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았으나 하정우는 김 감독의 캐스팅 제안을 수락했다.

"일단 되게 클래식한 이야기잖아요. 힘들게 동료를 구출하고 거기에 휴머니즘까지. 단순한 스토리와 전개 덕분에 다양한 걸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복잡한 스토리는 제가 뭔가를 가미하기가 어려우니까요. '비공식작전'은 제가 찾아나가고 만들어 나가는 재미가 있었어요."

예상대로 이번 작품은 고생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모로코 로케이션만 장장 4개월간 이어졌다. 마침 라마단 기간까지 겹치는 바람에 제대로 먹지도 못한 채 더위와 모래바람을 이겨내며 촬영을 거듭했다. 귀국한 다음에는 한 달간 충북 옥천에서 액션 신을 소화했다.

"옥상에서 탈출하는 장면을 한 달 내내 찍었어요. 구름이 조금이라도 끼면 해가 나올 때까지 무작정 기다려야 했죠. 몸도 힘든데 고소공포증도 있지, 덥고 습한 날에 가죽 잠바 입고 있어야지, 소품 총 파편 조심해야 하지, 낡은 차를 타는데 밑에는 흙투성이지…거의 뭐 고생 종합선물 세트랄까요. 옥천에서의 한 달은 정말 끔찍했어요. 하하."

하정우가 이를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민준과 짝을 이룬 판수 역의 주지훈 덕분이었다. 두 사람은 김용화 감독의 '신과 함께' 시리즈에서 버디 연기를 선보인 바 있다.

하정우는 "주지훈과의 인간적 유대감이 그 시간을 버틸 수 있는 힘이 됐다"고 강조했다.

"아는 사람일수록 같이 연기하기가 편해요. 지훈이랑 저는 마치 가정교육 잘 받은 형제 같았어요. 한편으론 '신과 함께' 강림과 해원맥 이미지가 대중에게 워낙 각인돼서 걱정도 했죠. 기시감이 들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것 때문에 둘이 작품을 같이 안 한다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요. 중요한 건 이 영화가 재밌느냐 재미없느냐이니까요."

주지훈과는 '비공식작전'이 끝나고 여행 예능 '두발로 티켓팅'에 출연하면서 더 가까워지게 됐다고 하정우는 말했다. 두 사람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12일간 뉴질랜드를 함께 여행했다.

"'지훈이가 이런 면 있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물론 오랫동안 알고 지내면서 안 좋은 시간도 있었고 사이가 틀어졌던 적도 있지만, 그런 시간이 쌓이고 '두발로 티켓팅'도 함께하면서 비로소 우리의 관계 성장이 이뤄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성훈 감독 역시 하정우와 연이 깊다. 2016년 712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한 '터널'로 한 차례 호흡을 맞췄다.

김 감독은 2018년 추석쯤에 '비공식작전' 시나리오를 하정우에게 건네고 스토리와 캐릭터에 관한 회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둘은 들개가 나오는 장면을 두고서 필요성에 대해 논쟁하기도 하고, 민준과 판수의 첫 만남 톤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토론하기도 했다.

그는 '비공식작전'이 어떤 의미를 가진 작품이냐는 물음에 "김성훈 감독과 저의 두 번째 작품"이라며 "'터널'로 얻은 성공 방정식이 이번에도 통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농담했다.

하정우도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서 차기작을 준비 중이다. 오는 9월 크랭크인 예정인 '로비'로, '허삼관'(2015) 이후 약 8년 만에 선보이는 하정우의 연출작이다. 하정우가 직접 주연도 맡아 국가 사업권을 따내려 골프 로비를 하는 연구원 창욱의 이야기를 그린다.

"쑥스럽지만 제 연출의 행로를 돌아보자면 감독 데뷔작 '롤러코스터'(2013)는 그냥 너무 찍고 싶은 마음에 덤볐어요. '허삼관'은 제 딴에 상업적 성공 이뤄볼까 까불면서 만들었고요. 당시 모든 역량과 영혼을 끌어모아 만들었지만, 과연 내가 순수한 마음으로 영화를 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세 번째 연출작은 '롤러코스터'처럼 제가 원해서 만드는 작품이 될 겁니다."

husn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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