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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네번째 섬, 한국인들 미개척지, 왜 시코쿠일까 [함영훈의 멋·맛·쉼]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일본은 4개의 큰 섬으로 이뤄져 있고, 혼슈(本州), 홋카이도(北海道), 규슈(九州) 다음으로, 네 번째 크기의 시코쿠(四國)가 있다.

시코쿠 리츠린공원

혼슈 만 따지면 22만여㎢로 한반도 면적과 거의 비슷하고, 홋카이도는 혼슈에 비해 3분의1, 규슈는 홋카이도의 절반이며, 시코쿠는 규슈의 절반에 약간 못미친다.

시코쿠에 넉 사(四)자가 들어가니, 네 번째 크기라서 그런가 보다 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시코쿠라는 이름이 생길 때 일본은 수십개 나라로 구성돼 있었기 때문에 네 번째 크기의 섬이라는 점을 고려해 작명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시코쿠무라의 랜드마크 계단폭포

시코쿠 여행할 때 가이드가 첫 질문으로 “왜 시코쿠일까요?”라는 반드시 묻는다. 이 때 ‘옛날 이 섬에 네 개의 나라가 있었고, 지금도 그 소지역 별 전통이 계승돼 4개의 현이 있어서, 사국(四國)이라 쓰고, 일본말로 시코쿠라 읽습니다’라고 아는 척 하면, ‘뭉쳐야 뜬다’ 식의 패키지 여행 내내 모범생 대접을 받겠다.

시코쿠엔 일본 도도부현 중에서 가장 작은 광역단체 가가와현이 여러 모로 유명하고, 한일 2000년 교류항로 세토 내해(瀨戶內海)에 에히메현과 함께 나란히 접해있다.

도쿠시마현과 고치현은 태평양과 접하는데, 태평양 바닷바람이 시코쿠 섬내 산맥을 힘겹게 넘다보니, 도쿠시마-고치엔 비가 많고, 가가와-에히메는 건조하다.

강수량이 적은 세토내해변 가가와현은 인공호수를 만들어 용수를 공급한다.

‘사누키’라는 소국이었던 가가와현은 건조한 기후 속에 밀농사를 많이 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굵고 각지며 찰진 사누키 우동이 이곳에서 탄생하게 된다. 굵고 찰진 우동 한 토막이 세로로 선 모습은 가가와의 ‘건강’을 상징하는 여러 아이콘 중 하나가 되었다.

정치색을 타지 않는 변방 지역이라 그런지, 시코쿠 사람들의 인심과 친절에선 진정성이 느껴진다. 속마음(혼네)과 겉태도(다테마에)가 다른 여느 도시 지역과는 조금 느낌이 틀리다. 요즘 젊은층에서도 표리부동의 ‘덕목’이라 불리는 다테마에-혼네 식의 태도는 점차 사라지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고토히라는 금릉인데, 왕인박사가 출항한 월출산 아래 지역도 같은 이름이라 눈길이 간다.

조선통신사 축제를 지금도 성대하게 치르고 있는 세토내해 북서쪽 고을 히로시마-오카야마 주민들 역시, 지금도 꽤 많이 남아있는 도래(한반도 등 유입) 문화 흔적 속에서, 한국민에 대한 호감이 크고, 친절함 태도 속에 진정성이 느껴진다. 세토 내해를 남동쪽에서 공유하고 있는 시코쿠도 비슷하다.

백제 땅 월출산 아래 상대포에서 출발한 4~5세기 왕인박사 등의 일본계몽선도, 고대~중세 한-중-일 무역선도, 조선통신사선도 모두 절경의 세토내해를 통과했다. 현대에 들어서도 무역루트로서 기능하고 있다. 가가와현과 에히메현의 해안 지역엔 해상물류, 수출 혹은 내수용 금속-기계-섬유-제약-제지 등 산업이 발달해있다.

사누키 우동 한상

일본내 거대 도시들이 시코쿠를 여전히 변방 취급하고 있고, 왜소한 섬 면적에다 섬 사람들이 검소하기 까지 하니 얼핏 보기에 평범하거나 일본 평균 이하의 경제수준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든다. 하지만 시코쿠 세토내해 쪽 주민들 중에는 식품가공업, 밀감 과수업 경영, 현대적 산업 종사 등으로 돈을 벌어, 장롱 속이 택택한 알부자들이 많고, 평균 소득도 일본 평균보다 높다고 한다. 시코쿠의 태평양쪽 현들은 원양 어업을 많이 한다.

규슈,혼슈,홋카이도 여행에 익숙한 한국 여행객들은 시코쿠는 잘 모르는데, 앞으로 개척할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코쿠가 다른 3개 대형 섬에 비해 덜 익숙해도, 한국인들은 시코쿠 소속인 나오시마 예술섬은 잘 안다.

나오시마 선착장 인근 빨간호박 조형물

가가와현 소속으로 세토내해 한복판에 떠 있는 나오시마 섬은 노랑호박, 빨강호박으로 일본 아트투어의 아이콘처럼 한국인을 비롯한 국제 여행객 사이에 인지도가 높다. 우리나라 최고 미술가 중 한 명인 이우환 갤러리도 있어서 친근하다.

나오시마 때문에 가가와 등 시코쿠의 매력이 점차 한국민들에게 가까워지고 있는 듯 하다.

가가와현의 대표 도시 다카마쓰에는 시코쿠 섬 전체의 문화를 한눈에 볼수 있는 사국촌 즉 시코쿠무라가 있어 시코쿠에 대한 오버뷰를 할 수 있다. 시코쿠무라엔 정글 속 연못위 다리 가즈라바시, 옛가옥들, 가부키극장, 대나무 산책코스가 있다.

정글 속 연못위 다리 가즈라바시
코토히라 몬젠마치

다카마쓰시를 한눈에 내려보는 곳 중의 하나가 코토히라 궁인데, 우리 표현으로 금릉(金陵)이다.

우연히도 왕인박사가 출발한 영암-강진 일대의 원래 이름이 금릉(金陵)인데, 금릉월산차로 유명하다. 문화유산 앞 상점가인 몬젠마치엔 금릉향이라는 양조장이 있고, 사누키우동 전문점들이 많다.

금릉주 주조장
사누키우동 종류

세토내해의 풍경을 보는 포인트는 혼슈의 히로시마현, 오카야마현에 더 많지만 가가와현의 야시마(屋島)도 유명하다. 집(屋)의 지붕처럼 생긴 이 지붕섬은 야시마 드라이브웨이 라는 관광도로를 따라 차로 간다. 세토내해의 섬과 바다건너 오카야마 해안과 가가와현 일대 해안 산업지대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와슈잔 전망대는 세토내해 건너 오카야마현 구라시키시에 있다. 가가와현에서 세토대교를 통해 차로 구경할수 있다. 대중교통 수단도 많다. 와슈잔 전망대에 오르면 세토대교의 멋진 모습과 50여개의 섬들, 패키지 여행자들의 숙소가 있는 가가와현을 한 번에 볼 수 있다. 일본의 석양 100선 중에서도 빼어난 곳이라는 평가를 듣는다.

시코쿠무라

가가와현의 최고 매력 중 하나는 리츠린 공원(栗林公園)이다. 일본 최고 정원 중 하나로 밤나무가 많이 있던 시운산을 배경으로 지어졌다. 에도 시대인 약 370년 전에 사누키 지방의 영주인 이코마 다카토시에 의해 약 1세기에 걸쳐 꼼꼼하게 조성됐다.

6개의 연못과 13개의 구릉 모양을 이룬 산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100억원 짜리 야외 분재 소나무로 유명하다.

린츠린 공원의 100억원짜리 분재 소나무

동쪽 입구 아름다운 다리 도키와바시의 건너편에서 공원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면 무척 아름다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북쪽 정원에서는 연꽃이 피어 있는 ‘부용의 늪’과 옛날 영주들이 오리사냥을 벌였다는 군오지 연못을 만난다.

기쿠게쓰테이라는 곳과 히쿠라시테이라는 정자에선 작설차, 말차 등을 마시고, 사누키 민예관에서는 지방의 특색을 그대로 살린 수공예품을 감상한다.

나오시마는 다카마쓰항에서 페리를 타고 오카야마현 쪽으로 1시간 이동하면 닿는다. 선착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빨강호박이 보인다.

나오시마 노랑호박
이우환미술관 야외조각공원

100엔짜리 순회형 섬내버스를 타고 베넷세 하우스 뮤지엄, 지중미술관(뮤지엄산 비슷한 명상형) 이우환미술관을 볼수 있다. 노랑호박은 빨강호박 반대편 츠츠지소 인근 해변에 있다.

특히 안도다다오가 도시재생에 관여한 이에프로젝트 마을은 꼭 들러볼만 하다. 노쿄마에 즉 농협 앞 버스정류소에 내리면 안도다다오 뮤지엄과 예술적 재생 마을이 있다.

쇼도시마 올리브공원

나오시마 건너 편 섬 쇼도시마(小豆島)는 일본식 올리브의 발상지이며, 리조트 아일랜드이다. 사파이어 빛의 바다와 그리스를 연상 시키는 이국적인 정취, 올리브와 간장 등 일본의 대표 소스가 들어간 시코쿠 미식 등이 조화로운 곳이다.

미개척 여행지를 반드시 개척해내고야 마는 한국 여행객들의 노마드 DNA가 머지 않아 시코쿠 사국(4현)으로 뻗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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