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담임 교사가 사망한 서울 초등학교 앞에 추모 화환이 늘어서 있다. 안효정 기자

1학년 담임 교사가 사망한 서울 초등학교 앞에 추모 화환이 늘어서 있다. 안효정 기자

[헤럴드경제=박지영·안효정·김영철 기자]서울 서초구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숨진 채 발견됐다. 관련 단체는 학생 간 다툼을 둘러싼 학부모 민원 등을 원인으로 추정하며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20일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A초등학교 안에서 20대 교사 B씨가 사망한 채 발견됐다. B씨는 지난해 A초등학교로 부임해 2년 연속 1학년 담임 교사를 맡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경위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B씨가 남긴 유서는 발견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또 다른 관계자는 아직 B 씨의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 계획은 없으나 요청이 들어오면 검토할 수 있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서울교사노동조합(서울교사노조), 한국노총 교사노동조합 등은 B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있다. 서울교사노조는 조합원의 익명 제보를 통해 “고인은 학교 생활이 어떠냐는 동료 교사의 질문에 ‘그냥 작년보다 10배 정도 힘들어요’라고 답했다”며 “지난주 고인이 맡은 학급의 학생이 뒤에 앉은 (다른) 학생의 이마를 연필로 긁었다. (긁힌 학생의) 학부모는 교무실로 찾아와 고인에게 ‘교사 자격이 없다’, ‘애들 케어를 어떻게 하는거냐’라고 강하게 항의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고인의 죽음은 학부모 민원을 오롯이 담임 교사 혼자 감당해야 하는 현재 제도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온라인 상에서는 B씨가 저년차 교사인데도 불구하고 학교 폭력 업무를 전담하는 등 업무가 과도했다는 이야기도 퍼지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서울특별시 서부교육지원청을 통해 확인한 결과 (B씨는) 학교 폭력 업무 담당자는 아니었다. 학교측은 담당 반에서 지속적으로 학교 폭력이 발생한 사건은 없었다고 교육지원청에 보고한 것으로 전달받았다”며 “다만 학생들 사이에 다툼이 있었으나 학부모 간 화해로 종결된 사안은 있다”고 말했다. B씨가 맡은 반에서 학생 간 갈등이 있었지만 학교폭력심의위원회가 열리는 등 공식적인 절차가 진행된 적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학년 담임 교사가 사망한 서울 초등학교 앞에 추모 화환이 늘어서 있다. [안효정 기자]

1학년 담임 교사가 사망한 서울 초등학교 앞에 추모 꽃다발이 늘어서 있다. 안효정 기자

B씨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직후인 지난 19일 밤부터 추모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20일 헤럴드경제 가 방문한 A학교 앞에는 오전 9시 기준 150여개가 넘는 추모 화환이 늘어서 있다. 학교 담장을 빙 둘러 100m가 넘게 화환이 줄을 지어 있었다. 화환에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동료교사 일동”, “학생들은 괜찮은가요?” 등 추모 글귀가 적혀있었다.

20일 오전 9시께 20대 교사가 사망한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앞에 추모객이 모여있다. [안효정 기자]

특히 B씨와 비슷한 연령대인 20대, 30대 동료 교사들이 출근 전 짧은 추모를 위해 학교로 모여들었다. 10여 명의 교사들이 검은 옷을 차려 입고 학교 정문을 찾았다. 추모 행렬을 보고 뒤늦게 소식을 전해 들은 주민들도 눈물을 훔쳤다. 인근 주민이자 고등학교 교사인 윤모(37)씨는 “교권 침해를 현장에서 많이 느끼고 있다. (저 역시) 버텨야겠다는 심정인데 어제밤 뉴스를 보고 마음이 아파 들렀다”며 “현장에서 교권 침해를 실감하고 있다. 교사를 선생님이 아닌 심부름꾼, 아이를 케어해주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며 눈물을 참았다. 아침 일찍 학교를 찾은 인근 주민 김모(26)씨 또한 “교사인 친구 2명이 모두 교권 침해로 힘들어한다”며 “교사가 폭행 당했다는 뉴스를 봤는데 내 주변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이런 일이 생겨서는 안 되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B씨의 사망 이후 학교는 평소와 동일하게 학생들을 등교시키고 있다. 고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들도 학교가 혼란스러울 것을 대비해 학생과 함께 등교하기도 했다. 한 학부모는 아이의 손에 추모의 의미를 담아 백합 한송이를 쥐어주고 등교시키는 모습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