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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갈길 먼 유보통합…“유아학교법 제정해야”
18일 한국국공립유치원총연합회와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국회 도서관 강당에서 ‘아이행복 유보통합, 유아학교에서 시작하다!’를 주제로 제1차 릴레이 토론회가 개최됐다. [한국국공립유치원총연합회 제공]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정부가 2025년을 목표로 추진 중인 유보통합을 두고 현행 유아교육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성공적인 유아 교육과 보육(돌봄) 통합을 위해 ‘유아학교’ 체제로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체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18일 한국국공립유치원총연합회와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국회 도서관 강당에서 ‘아이행복 유보통합, 유아학교에서 시작하다!’를 주제로 제1차 릴레이 토론회를 개최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인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토론 좌장은 박은혜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교수가 맡았다.

발제자로 나선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현행 유아교육법을 일부 개정해 가칭 ‘유아학교법’을 만들어 유보통합하는 모델을 제시한다. 유아학교법 기준을 충족한 어린이집을 향후 20~30년에 걸쳐 전환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치원’이라는 명칭을 ‘유아학교’로 바꿔 공교육 기관으로서 현행 영유아 돌봄·보육 기관의 위상을 높이고, 유아 학교 체제로 돌봄을 통합하자는 의미로 풀이된다.

현재 유치원의 유아교육 시스템과 어린이집의 보육 시스템은 뚜렷한 차이를 갖는다. 유치원은 유아교육법의 적용을 받는다. 교사, 교지 소유, 수업일수 등에서 규제를 받는다. 유치원 교사는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하거나 아동복지학 등 전공자가 교직이수를 해야한다. 반면 어린이집은 영유아교육법을 적용 받는다. 교사, 교지 소유 등 규정이 없다. 보육교사가 되는 방법도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다. 관련 학과를 졸업하지 않아도 학점은행제를 통해 17개 과목 이상, 51학점 이상을 이수하고 실습을 거치면 보육교사 자격을 갖는다.

박 연구위원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완전히 다른 체계다. 둘을 동일선상에 두고 일대일로 통합하면 성공할 수 없다”며 “유치원에도 0~2세 영아학급을 열 수 있게 해주고 명칭을 유아학교로 변경해 0세에서 취학 전까지 유보통합형 유아학교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속도 조절’도 주문했다. 그는 “대만의 2011년 유아교육과 돌봄을 통합했는데 급히 통합하다보니 아직도 법률을 전면 개정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원화된 체계 아래에서 서비스 격차를 줄이며 천천히 상향화 할 수 있는 인큐베이팅(유보통합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토론에 참여한 손혜숙 경인여대 교수(한국전문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협의회 회장)는 “교육부 중심으로 유보 통합이 되는 상황에서 유아 학교로 나아가는 방향은 당연하다”며 교육부 산하에 영·유아의 교육·돌봄 통합을 위한 별도 조직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손 교수는 “0~2세 보육·교육을 포함하는 ‘영유아지원관’을 만들고 하위 조직으로 영아전담국과 유아교육국을 설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정윤 성신여대 유아교육과 교수(4년제 유아교사 양성대학 교수협의회 회장)는 신중한 교사 양성 체제 개편을 요구했다. 권 교수는 “보육교사는 유치원 교사보다 5~6배 많고 공급 과잉 상태다. 2015년 기준 단기 속성으로 (보육교사 자격을) 취득한 비율이 60%에 달한다”며 “(보육교사에 대한) 단기간 전환 교육을 통해 교원화 하는 것은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교원 양성 기관인 대학 평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권 교수는 “유치원 교사 양성 기관은 1998년부터 교육부로부터 교원양성기관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 초중등교사 양성기관과 동일하게 사범계열 유아교육과 비사범계열 유아교육학과에서 받아온 평가 기준을 적용해야 공정과 상식에 부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찬우 나사렛대 유아특수교육학과 교수는 유보통합 과정에서 장애 영·유아 관점을 더할 것을 주문했다. 박 교수는 “영·유아 특수 교육은 어린이집과 특수 학교가 같이 분담하고 있다”며 “유보통합은 모든 아이들의 통합이다. 유아학교가 ‘보편적 학교’가 되기 위해서는 교육, 의료, 복지가 통합된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성희 구립 홍제어린이집 원장은 “단기간 성과 중심 결합이 우려되는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적 관점은 동일하다”면서도 “어린이집만을 최소 10~20년 유예 기간을 두고 20~30여년간 유아학교로의 순차적 전환을 제안하는 것은 인구 절벽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교육부-교육청 관할로 통합한 상태에서 장기간 유예하자는 것은 일방적인 유치원으로의 흡수 통합으로 보일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향후 5년간 학령 인구 변화 추이를 보면 영유아 숫자 3분의 1이 급격히 감소한다. 시기별 통합 논쟁 종지부를 찍고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상생하는 알맞은 유보통합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선경 이웃사랑 어린이집 원장 또한 “천천히 가기에는 현재 상황이 시급하다. 중요한 것들을 합의하며 5~10년 이내로 (시점을) 당기면 좋을 것 같다”며 “현재 사립 유치원, 어린이집 모두 생존을 위해 특별 활동과 특성화에 의존하면서 아이들이 놀이할 시간이 사라지고 영유아 사교육도 늘고 있다.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한 만큼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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