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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울증 아들 둔 가족의 성장 스토리...‘좋은 부모’ 역할에 대한 진지한 물음
아카데미 2관왕 플로리안 젤러 감독의 영화 ‘더 썬(The Son)’

좋은 부모란 무엇일까? 부모 역할에 최선을 다해도 자식에게 마음이 닿지 않으면 그 노력은 무의미한 것일까?

영화 ‘더 썬(The Son·사진)’은 이러한 고민을 둔 부모에게 한 줄기의 위로를 전해준다.

‘더 썬’은 누구보다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 피터와 삶 자체가 버거운 아들 니콜라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뉴욕에서 성공한 변호사 피터는 재혼 가정을 꾸리고 잘 사는 와중에 전처로부터 17세 아들 니콜라스가 학교에 한 달째 나가지 않는다는 소식을 듣는다. 이에 니콜라스를 집에 데려와 키우는 피터. 불안과 우울에 시달리던 니콜라스는 점점 회복하는 듯 하지만 이내 피터와 충돌하고 만다.

‘더 썬’은 ‘더 파더’로 아카데미 2관왕에 등극했던 플로리안 젤러 감독이 내놓은 두 번째 가족 영화로 동명의 연극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영화는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10분 간 기립 박수를 받는 등 각종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다.

‘더 파더’가 치매를 겪는 아버지를 다뤘다면 ‘더 썬’은 우울증을 앓는 아들을 그린다. 영화는 우울증 환자가 겪는 아픔에 집중하는 동시에 이로 인해 가족이 겪는 위기와 무력감을 느끼는 부모도 세밀하게 보여준다.

영화는 단순히 피터와 니콜라스의 부자 관계에만 그치지 않는다. 피터가 누군가의 아버지이기 전에 다른 이의 아들인 점을 주목한다. 과거 아픈 엄마에게 무관심했던 아빠를 원망하며 자신만큼은 좋은 아빠가 되려고 노력하는 피터. 그러나 그는 결국 아빠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며 뒤늦은 죄책감에 시달린다. 피터가 “내가 그토록 싫어하는 인간이 됐다. 아빠가 하던 싫어하던 말을 똑같이 내뱉고 있다”며 스스로를 혐오하는 장면이 단적인 예다. 피터 역시 상처 받은 아들이라는 점을 상기하며 세대를 이어 대물림되는 고통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번 영화엔 젤러 감독의 개인사가 녹아 있다. 구체적인 인물이나 상황보단 감정적인 면에서 직접 경험한 것이 바탕이 됐다. 젤러 감독의 가족 3부작은 ‘더 파더’,‘더 마더’, ‘더 썬’으로 구성돼 있는데 ‘더 마더’보다 ‘더 썬’을 먼저 택한 배경에는 자신의 양아들 가브리엘의 영향이 컸다는 후문이다. 아들은 영화에서 프랑스 출신의 인턴으로 얼굴을 내비친다. 엔딩 크레딧에도 가브리엘이 언급된다.

젤러 감독은 “영화는 우리가 모두 같은 배를 타고 있다는 것, 경험과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 완벽한 부모가 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괜찮다는 것을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정신 질환의) 경험을 하게 되면 의심과 두려움, 고통을 혼자서 감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우리는 이에 대해 더 많이 듣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화는 특별한 촬영 방식으로 캐릭터의 감정 표현을 극대화한다. 캐릭터들의 감정이 무너지는 장면에선 핸드헬드 카메라로 자연스러운 흔들림을 활용하고, 비극적인 장면은 프레임 밖에서 촬영해 의도적으로 관객들에게 보여주지 않는다. 이는 주변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의 신호를 알아차리고 행동하라는 감독의 메시지가 담겼다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이다.

휴 잭맨, 로라 던, 바네사 커비, 안소니 홉킨스 등 화려한 출연진도 시선을 끈다. 젤러 감독은 ‘더 파더’에서 명연기를 보여준 홉킨스를 캐스팅하기 위해 원작 연극에 없었던 피터의 아버지 캐릭터를 추가했다. 홉킨스는 짧게 등장하지만 강한 존재감으로 영화가 집중했던 부자 관계를 삼대로 확장시킨다. 영화 음악의 거장 한스 짐머의 음악도 영화에 섬세함을 더한다. 19일 개봉. 122분. 15세 관람가.

이현정 기자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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