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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주연속 1위 ‘엘리멘탈’ 흥행 뒷심
300만 돌파...美애니 최고 성적

16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 코로나 엔데믹 이후에도 부진을 면치 못하는 국내 극장가에서 조용히 뒷심을 발휘하는 영화가 있다. 바로 미국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이다.

10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엘리멘탈’은 이날 오전 기준 16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누적 관객 수 340만 명을 돌파했다. 쟁쟁한 할리우드 대작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나 ‘스파이더맨’ 애니메이션 시리즈 보다 거뜬히 앞선다. 천만 관객 신화를 쓴 ‘범죄도시3’도 추월했다.

‘엘리멘탈’은 개봉 2주차부터 무서운 속도로 역주행에 나섰다. ‘엘리멘탈’은 지난 주말 개봉한 지 3주가 지났는데도 거의 100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덕분에 누적 관객 수가 340만6132명으로, 올해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중 최고 스코어를 기록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를 넘어섰다다. 지난 4월 개봉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239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바 있다. 한국 흥행 누적 수익 역시 약 1713만 달러로 북미를 제외한 개봉국들 사이에서 압도적인 1위다.

‘엘리멘탈’이 유독 한국 관객들에게 통한 배경에는 영화 곳곳에 묻어나는 한국적인 요소가 크게 작용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엘리멘탈’은 불, 물, 공기, 흙이 살고 있는 ‘엘리멘트 시티’에서 사는 불 ‘앰버’가 물 ‘웨이드’를 만나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서양인에겐 불, 물 등이 그저 원소에 그칠 수 있지만 명리학이 익숙한 동양인에겐 매우 익숙한 소재다. 때문에 기본 원소를 의인화한 것이 어렵지 않게 받아 들여진 것으로 분석된다.

영화의 스토리에도 동양적인 요소들이 많다. 앰버가 아버지의 가업을 물려받아야 한다는 압박감과 자신이 원하는 진로 사이에서 고민하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부모가 반대하면서 겪는 갈등도 지극히 동양적이다. 또한 앰버의 엄마가 커플의 궁합을 봐주거나 앰버가 부모에게 절을 하고 여행을 떠나는 장면도 한국인에겐 매우 익숙한 모습이다.

이는 한국계 이민자 출신 피터 손 감독의 자전적인 요소가 많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손 감독은 “부모님은 내가 식료품 가게를 물려받기를 원하셨지만 나는 그림을 좋아했다”며 “숙제를 하지 않고 공책에 그림만 그리고 있으면, 어머니가 와서 찢어버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겪었던 부모와의 갈등을 고스란히 영화에 담은 것이다.

다만 미국에선 반응이 사뭇 다르다. ‘엘리멘탈’은 북미에서 역대 픽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중 최저 오프닝 스코어(2950만 달러)를 기록하며 초기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다. 일각에선 북미에서 손익분기점도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이는 미국 관객들에게 통하는 흥행 요소가 한국과 다른 것이 주요 원인이다. 미국 극장가에선 널리 알려진 캐릭터나 시각적인 스펙타클한 요소의 유무가 흥행 여부를 결정짓는데, ‘엘리멘탈’은 이러한 요소가 별로 없다. 실제로 지난달 미국의 주말 박스오피스 성적 1위를 차지한 작품을 살펴보면,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플래시’, ‘트랜스포머:비스트의 서막’, ‘인디애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 등 크게 알려진 캐릭터나 화려한 비주얼로 압도하는 영화가 대부분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감정선을 따라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에선 감정 중심의 영화가 잘 통하는 반면 미국은 스펙타클한 비주얼이나 유명 캐릭터의 유무가 흥행에 크게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엘리멘탈’이 미국에서 흥행에 실패했다고 확언하기엔 아직 이르다. 이날 기준 북미를 포함한 전세계 누적 수익은 2억519만 달러로 손익분기점인 2억 달러를 넘어섰다.

김 평론가는 “미국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오프닝 스코어보다 손익분기점을 넘는 지 여부”라 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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