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공정위 허위광고 단속에 긴장
대형 입시 학원들의 단골 홍보 수단인 수강생 ‘입결(입시 결과)’ 광고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교육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사교육 부조리 사례로 허위·과장 광고를 주목하면서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서울 유명 대입 전문 A학원은 지난 6월 이른바 ‘킬러 문항’ 논란이 불거진 이후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수강생 입시 실적을 비공개 처리했다. A학원은 직전까지 “2023학년도 서울대 134명, 연세대·고려대 551명, 서울대 의예 6명, 연세대 의예 9명, 의대 415명”이라는 문구를 홈페이지 중앙에 게시했다. 이보다 앞선 2021학년도 수능 직후에는 “2010학년도부터 12년 연속 전국 수석 배출”이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합격 가능’을 내세우던 또 다른 대입 전문 B학원의 광고도 사라졌다. 올해 초 B학원은 “메이저 의대 정시 정원 2명 중 1명은 B학원”이라며 “B학원 내 83등까지 합격 가능. 서울대, 연세대, 가천대, 성균관대, 고려대, 울산대 정시 총 정원 162명 중 51.2%”라고 강조했다. 수강생 141등까지는 서울 주요 9개 의대에, 426등까지는 전국 39개 의대에 합격 가능하다는 문구도 있다. 이는 실제 ‘대입 결과’가 아니다. 2023학년도 1월 1일 기준 모 입시정보 업체의 ‘합격 커트라인’ 정보를 바탕으로 수강생들의 합격 가능 여부를 예측한 것에 불과하다. 수강생들의 점수가 합격권이라는 증거는 될 수 있지만 실제 전국 의대 절반을 배출했다고 볼 수는 없는 셈이다. 다만 해당 광고가 언제 사라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B학원은 입시 결과도 꾸준히 홍보해왔다. 지난 2022학년도 수능 이후 B학원은 “서울대·연세대(신촌) 의대 31명, 메이저 의대 88명, 주요 9개 의대 232명, 전국 의대 1127명, 서울대 자연·인문 201명 합격”이라고 대대적으로 광고했다. “서울대 의대 정시 정원 30명 중 7명, 연세대 의대 정시 정원 44명 중 24명”과 같은 구체적인 대학별 입시 결과도 공개했다. 1명 학생이 2개, 3개 대학에 동시 합격한 사례도 중복으로 계산돼 최종 대입 결과와는 거리가 있다. 실제와 부풀린 과장 광고로 볼 수 있는 셈이다. 2022학년도 입시 결과는 현재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서는 볼 수 없지만, 온라인 검색을 통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사례를 눈여겨보고 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객관적 근거가 없는 합격자수(OO명 이상 합격 보장)나 강사의 스펙을 과장해 홍보하는 광고, 교재 집필자의 수능 출제 이력을 사실과 달리 기재하거나 수능 출제진과의 유착 관계를 암시하는 내용을 기재한 광고 등에 대해 교육부로부터 조사를 요청받았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7일 총 15건의 허위·과장 광고 의심 사례를 공정위에 조사 요청했다. 공정위는 교육부 자료를 바탕으로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 위반 여부 검토를 위한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법 위반 사항이 발견될 경우 과징금, 과태료, 시정 명령 등 조치가 취해진다. 교육부가 신고 센터를 통해 사교육 허위·과장 광고 의심 신고를 지속적으로 받고 있어 공정위 조사 대상이 될 학원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한 입시 전문 학원 관계자는 “입시 결과는 학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성과 지표다. 대형 학원 뿐 아니라 중소규모 학원도 대입은 물론 특목고 입학 결과까지 내세우는게 관행”이라며 “대입은 실제 합격한 사례를 바탕으로 하니 크게 문제될 건 없지만 아무래도 조심해야 할 것 같은 위기감이 있다”고 전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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