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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디 셔먼 “‘코스프레 셀피’로 사회와 남성성 비판”
여성·신체 주제로 분장 후 카메라 앞으로
작품 나올 때마다 화제…디지털 기법 활용
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서 두 달 간 전시
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 신디 셔먼 '온 스테이지 - 파트 II' 전시 전경 [루이비통 제공]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셀피의 대가’. 신디 셔먼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이 수식어가 가장 적합할 듯하다. 40년째 작가는 스스로가 선정한 인물이 되어 카메라 앞에 선다. 배우, 의상 디자이너, 모델, 기술자, 조명 엔지니어, 특수효과 코디네이터, 소품 담당자, 사진 편집자의 역할을 모두 소화한다. 수 백명의 정체성이 그 안에서 요동친다.

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은 미국의 현대 사진작가 신디 셔먼의 전시를 개최한다. 루이비통 재단이 소장한 컬렉션으로 꾸려진 전시는 베이징에 이어 서울에서 두 번째로 열리며, 도쿄, 뮌헨, 베네치아, 오사카에서도 이어진다.

작가가 늘 강조하는 주제는 ‘여성’과 ‘신체’다. 이를 바라보는 관음적이고 폭력적인 시각을 극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초반에는 스스로 젊은 할리우드 영화배우(무제 필름 스틸, 1977-1980)로 분했다. 1950년대부터 60년대까지 스크린을 휩쓸었던 소피아 로렌, 마릴린 먼로로 분장하고 포즈를 취한 것. 흑백사진으로 작업했다. 작가는 “이미지를 섹시한 것으로 착각하며 볼 거만한 ‘남성’ 관람자들에 대한 경멸”이라고 설명한다.

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 신디 셔먼 '온 스테이지 - 파트 II' 전시 전경 [루이비통 제공]

고전 서양미술 거장의 작업에 등장하는 역사적 인물(역사 인물화, 1989-1990)도 그가 한동안 천착했던 시리즈다. 15~19세기 후반 유럽 귀족의 초상화를 평범한 여성으로 탈바꿈해 패러디했다. 좀 더 직접적인 충격을 주는 작업도 있다. 광대(광대, 2003-2004)나 남성(남성, 2019-2020)으로 변신한 시리즈가 그 예다. 근작에서는 인스타그램 필터를 활용한 셀피를 통해 스스로의 초상을 태피스트리 형식으로 만드는 시도도 한다.

그의 코스프레가 향하는 지점은 코스프레 원 모델이 아닌 이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다. 모더니즘과 가부장사회가 규정한 여성성이 그 대상으로, 남장과 사회적 정체성 탐구 등을 통해 전형적 남성과 여성상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해체한다. 이처럼 사회 비판적이고 복잡 다단한 의미를 담은 사진이지만, 미술 시장에서는 열광한다. 지난 2011년 ‘무제 #96’이 크리스티 경매에서 390만 달러에 팔리기도 했다. 1960년대 젊은이처럼 분장하고 바닥에 누워있는 사진이다.

미술계에서도 그의 작업은 늘 센세이션이었다. 그녀는 ‘동화’(1985) 연작에서 보형물과 마네킹을 사용해 자신을 괴물로 표현하는 한편, ‘섹스 사진’(1992-1996)에서는 성과 신체에 대한 탐구를 섬뜩한 시각으로 풀어내며 초현실주의적 영향을 드러내기도 한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디지털 기법을 활용한 사진 보정 작업을 선보이기 시작한다. ‘헤드샷’(2000-2002)에서는 미국 동서부 해안에서의 사치스러운 여성을, 그리고 ‘사회 인물화’(2008)에서는 원숙한 상류층 여성의 사회적 코드를 모방했다. 작가는 최근작 ‘플래퍼걸’(2016) 시리즈에서 1920년대 할리우드 신예 영화배우의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다룬 바 있다.

이번 전시에는 신디 셔먼의 전체 시리즈가 다 나오지는 못했지만, 주요 작업들로 그의 예술 세계를 만나보기엔 충분하다. 9월 17일까지.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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