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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픈 딸 돌보다 아동학대범 몰린 엄마…스스로 목숨 끊었다[이현정의 현실 시네마]
마야. [넷플릭스 제공]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너무 억울해요. 절대 안 끝날 거에요. 어떻게 해도 안돼요."

미국 플로리다에 사는 마야 가족은 법원을 다녀온 뒤 대성통곡합니다.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는 대형 병원 앞에서 한없이 작게 느껴졌기 때문이죠.

마야 가족의 비극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 이야기는 실화입니다.

행복한 일상을 보내던 어린 소녀 마야는 2015년 갑자기 온 몸에 통증을 느꼈습니다. 온 피부가 타는 듯한 통증에 걷기도 불가능해졌죠.

알고 보니 마야는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CRPS)를 앓고 있었습니다. CRPS는 통증 부위를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유발하는 병으로 정확한 원인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마야네는 수소문 끝에 찾은 CRPS 전문가를 통해 케타민 치료를 받기로 합니다. 마취제인 케타민이 체내에 흡수되면 뇌를 자극해 신체를 재정비한다는 겁니다. 일반적으로 케타민의 과한 투약은 환각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CRPS 환자에겐 케타민 투여가 유일한 치료법이라는 거죠.

마야는 통상적인 케타민 투여량의 50배를 주입해 5일간 코마를 유도하는 '케타민 코마 처치법'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통증이 크게 줄었습니다. 마야는 이후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고 친구들과도 놀기도 했죠.

그러나 2016년 10월, 마야는 다시 큰 통증을 호소합니다. 이에 부모는 마야를 급히 근처에 있는 존스 홉킨스 병원 응급실로 데려가죠.

어린 시절의 마야와 엄마. [넷플릭스 제공]
하루 아침에 아동학대범…목숨 내주고 딸 구출

간호사였던 엄마는 의료진에게 마야의 상태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줬습니다. 유일한 치료법은 케타민이라고. 당시 응급실 의료진은 CRPS가 뭔지조차 몰랐습니다.

의료진은 케타민을 소량 투여했지만 효과는 미미했고, 엄마는 케타민을 더 많이 투여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병원은 부작용 우려를 이유로 이를 거부합니다. 이에 엄마가 마야를 데리고 퇴원하겠다고 하자 병원은 엄마를 아동학대범으로 신고하죠.

이때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샐리 스미스라는 여성이 병실에 나타나 부모에게 이런 저런 질문을 하고 나가더니, 곧장 부모를 마야로부터 분리 조치합니다. 엄마가 대리 뮌하우젠 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이유에서죠. 대리 뮌하우젠 증후군이란 멀쩡한 자녀가 아프다고 주장하며 여러 병원을 다니는 정신적 질환을 뜻합니다.

엄마는 하루 아침에 케타민 과다 투약 혐의로 사법당국에 기소됩니다. 아이도 볼 수 없게 되죠.

엄마는 정신 감정을 받고 대리 뮌하우젠 증후군을 판정받지 않았지만 여전히 딸을 만날 수 없었습니다.

엄마는 매일 병원에 연락해 아이의 상태와 치료 정보를 구체적으로 물었지만 이는 오히려 병원 업무에 간섭하고 월권 행위를 한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만 키웠죠. 병원과 경찰은 스미스의 말만 믿고 점점 엄마를 아동 학대범으로 몰아갑니다. 그 사이 마야는 사회 복지사 캐서린 베디의 보호를 받죠.

분리조치 87일째 되던 날, 엄마는 결국 자택에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됩니다. 유서에 사법당국에 대한 분노를 담은 채로요.

"판사님은 날마다 서서히 마야를 망치는 걸 방관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책임지길 바랍니다. 내 딸의 신체 상태가 나빠지고 CRPS가 악화돼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는 것에 대해서요."

가족들에게도 말합니다.

"미안하지만 더 이상 마야와 떨어져 지내면서 범죄자 취급을 당하는 고통을 견딜 수가 없어. 마야가 고통 받는 걸 보는 것도 힘들어."

엄마가 떠난 지 5일 뒤, 마야는 존스홉킨스 병원에서 퇴원해 CRPS 전문가가 있는 다른 병원으로 이송됩니다. 그리고 CRPS를 진단받습니다. 엄마가 목숨을 버리고 딸을 병원에서 '구출'한 셈입니다.

마야의 가족 사진. [넷플릭스 제공]
아동학대 주범, 알고 보니 병원이었다

마야의 이야기가 신문 기사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뒤 여기저기서 비슷한 억울함을 당했다는 사례가 속출합니다. 어떤 부모는 죄 없이 구속됐고, 어떤 아이는 이유 없이 위탁가정으로 보내졌다는 것. 그런데 이 모든 사례의 중심에 스미스가 있었습니다. 마야 엄마를 아동 학대범으로 몰았던 그 전문가 말이죠.

심지어 병원 지역의 어린이 격리 비율은 다른 지역의 평균보다 2.5배 높았습니다.

사회 복지사 베디 역시 문제가 많았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됩니다. 베디는 병원에서 마야에게 정서적 폭력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마야에게 "넌 위탁 가정으로 가게 될거야", "엄마는 정신 병원에 있어", "내가 널 입양할거야"라고 말하면서요. 알고 보니 베디는 아동학대 혐의로 체포된 전력까지 있었습니다.

병원 역시 앞뒤가 맞지 않은 행동을 저지릅니다. 마야에게 끝까지 CRPS 진단을 내리지 않았던 병원이 정작 마야가 입원하는 동안 보험사로부터 CRPS 치료비를 받아온 겁니다.

[넷플릭스 제공]

이 이야기는 최근 넷플릭스가 공개한 신작 다큐 "마야를 부탁합니다(Take Care of Maya)"입니다. 다큐의 제목은 엄마가 남긴 유서의 첫 문장입니다. 다큐는 미국의 아동보호 시스템의 맹점과 이로 인해 가정과 삶이 무너지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다큐는 35회 산타바바라국제영화제에서 단편 다큐상을 받았습니다.

마야 가족은 병원을 상대로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준비합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지방 법원의 승인이 필요했죠. 승인 결과가 나오기까지 5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이들은 과연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무사히 승인 받고 소송을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까요?

마야 아빠는 법원을 다녀온 뒤 이렇게 말합니다.

"진이 빠지네요. 그런데 우리가 포기하고 입을 다물면 이런 일이 또 일어날 겁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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