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창작물 예고된 혼란 본격화…계약해지까지
“웹소설 AI 표지, 내 그림 학습 시켜”
일러스트레이터 주장에 웹소설 ‘판매중단’
AI 갈등 계속되는데 해법 없어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제 그림을 학습시킨 AI 표지 사용한 작가님, 해명 부탁드립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콘텐츠 사용을 둘러싼 논쟁이 웹툰·웹소설 업계에서 지속되고 있다. 최근 일러스트레이터 A씨는 지난 2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위와 같이 주장했다. 최근 출간된 웹소설 ‘폭군이 집착하는 엑스트라’ 표지에 자신의 그림을 학습시킨 생성형 AI 그림이 활용됐다는 게 A씨 주장이다. 해당 웹소설을 출간한 출판사는 “AI 표지가 기존에 있는 일러스트레이터님들의 그림체를 흡수해서 만들어지는 점을 알지 못했다”는 입장을 내고 계약해지를 통해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AI 그림 사용이 이미 보편화되고 있음에도 정작 아직까지 뚜렷한 법적 기준이 없어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로선 저작권법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지만, 이를 일괄적으로 AI에 적용하긴 어렵다는 게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한국웹소설협회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AI 그림으로 (표지가) 대체될 것이란 흐름 자체는 부정할 수 없지만 뚜렷한 기준이 없지만 이렇다 할 사회적 합의가 없다보니 업계 혼란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AI 사용을 통한 편의성과 비용 절감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 웹소설 표지를 의뢰하려면 일반적으로 150만원선, 인기 일러스트레이터의 경우 건당 최대 500만원까지 비용이 든다고 한다.
이에 웹소설 작가 입장에선 AI 그림 사용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웹소설 판매량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표지 제작 비용을 작가가 일부 부담하는 과정에서다. 한 웹소설 작가는 “웹소설 출간 시 출판사에서 표지 제작에 지원하는 비용은 보통 100만원에 그치지만, 높은 단가의 표지를 써야 한다는 출판사 측 압박을 동시에 받아 사비를 쓰게 된다”며 “‘폭군이 집착하는 엑스트라’ 작가 역시 불가피하게 AI 그림을 썼다가 계약해지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웹소설 표지 사용을 둘러싸고 불거진 계약해지 논란에 대해서 웹소설협회 관계자는 “표준계약서상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내용’이 있다면 계약해지를 요구할 수 있지만 AI 사용과 관련해선 뚜렷한 기준이 없다”고 했다.
게임물관리위원회 분과위원인 이철우 변호사는 “(타인의 창작물을 AI에 적용했더라도) AI의 연구나 학습을 위해 쓴 것이기 때문에 공정하게 이용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어 현행법상 (AI 학습이) 저작권 침해라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웹툰 업계에서도 비슷한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한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은 1화 공개 직후, 독자들 사이에서 신체 묘사 일부분이 어색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AI가 상당 부분 활용됐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스튜디오 측은 AI를 활용해 보정 작업을 했다고 해명하면서 AI 보정을 삭제해 재업로드를 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웹툰 측은 이후 이 같은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작가들로 하여금 원칙적으로 AI 사용 금지를 권고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웹툰 공모전에서도 AI 사용 금지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실제 AI를 사용했는지 여부를 검증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현재 연재 중인 작가들에겐 구두로 AI 사용 지양을 권고한 상태”라며 “AI 활용 관련 공식 가이드라인을 만들지 여부에 대해 내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