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제이 메흐로트라(왼쪽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과 HBM 이미지[김지헌 기자, 망고보드 등 합성] |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미국의 대표적인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업계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내놓으면서 메모리 시장 반등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확대에 따른 핵심 제품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낙관론도 제기된다. 올해 상반기 최악의 실적 국면에 납작 엎드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이 하반기에 기지개를 켤 가능성이 높아졌단 진단이다.
업계에 따르면 28일(현지시간) 마이크론은 3~5월 매출 37억5000만달러(약 4조9376억원), 순손실 18억9600만달러(약 2조4964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7% 줄었지만, 월가 예상치(36억9000만 달러)를 웃돌았다.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기록하면서 실적 악화 분위기의 반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후 전망도 밝다. 마이크론은 6~8월 매출의 경우 41억달러(약 5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메모리 업계가 바닥을 통과하고 있다고 믿는다”며 “수급 불균형이 해소됨에 따라 마진이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해 10월 메모리 빅3 업체 중 가장 먼저 감산에 돌입한 마이크론은 감산 기조를 내년까지 이어가며 수익성을 방어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마이크론은 “최근 D램과 낸드플래시 웨이퍼 투입량을 (기존 25%에서) 30%까지 더 줄였다”고 했다.
이에 일각에선 메모리 1위인 삼성전자와 2위 SK하이닉스 역시 실적이 예상치를 웃돌 것으로 분석한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론이 실적을 회복한 것은 아니지만, 최악의 국면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국내 업체들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직원이 3D 낸드플래시를 검사하는 모습.[삼성전자 제공] |
인공지능(AI) 서버 개발에 필요한 D램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한 수요가 올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호재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28일 올해 전 세계 HBM 수요가 2억9000만기가바이트(GB)로 작년보다 60% 가까이 증가하고, 내년에는 30% 더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HBM은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성능 제품이다. AI 서비스가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방대한 데이터를 원활히 처리할 수 있는 고성능·고용량 D램이 필수다. 아직 HBM이 전체 D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지만, 챗GPT에 쓰이는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에 탑재되면서 메모리 불황의 돌파구로 주목받는다.
트렌드포스는 “현재 HBM 수요가 증가하는 원동력은 엔비디아 GPU를 탑재한 AI 서버와 자체 주문형 반도체(ASIC)를 개발 중인 구글과 AWS 등 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 중 SK하이닉스가 당장 긍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3년부터 HBM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현재 유일하게 4세대 HBM 제품(HBM3)을 양산하고 있다. 이 제품은 챗GPT에 사용되는 엔비디아의 GPU H100에 적용된다. 삼성전자도 차세대 HBM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3 16GB와 12단 24GB 제품도 샘플 출하 중으로 양산 준비를 이미 완료했으며, HBM3의 양산 준비를 완료한 데 이어 시장이 요구하는 더 높은 성능과 용량의 차세대 HBM3P 제품도 하반기 출시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최근 삼성전자는 메모리 시장 악화로 인해 인텔에 반도체 판매 1위(파운드리를 제외한 칩 브랜드 회사 기준) 자리를 내줬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매출은 89억2900만달러(약 11조8000억원)로, 전체 2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를 기점으로 인텔에 계속 1위를 내주고 있다. 주력인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사업이 장기 부진에 빠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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