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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격인하 러시’?…나머지 라면업체·제빵업계 뒤따를듯 [푸드360]
서울 시내 한 마트의 판매대에 라면이 진열돼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가격을 인하해 달라는 정부의 ‘공개 압박’ 이후 농심과 삼양식품이 일부 제품가를 내린 가운데, 밀가루 사용량이 많은 제빵업계로도 ‘가격 인하’ 여파가 번지고 있다. 제분업계가 7월 밀가루 출고가 인하를 결정하면서 제과·제빵업계는 물론 밀가루를 주로 사용하는 식품업체 사이에서 가격 인하 소식이 줄을 이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일부 품목에 대한 선택적 인하에 그칠 경우 먹거리 식품 전반에 유의미한 물가 안정을 불러오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추경호, ‘라면 저격’에…농심·삼양식품 ‘백기’

28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삼양식품에 이어 오뚜기, 팔도 등 다른 라면업체들도 라면값 인하를 검토 중이다.

앞서 27일 라면업계 매출 1위인 농심은 7월부터 신라면과 새우깡의 출고가를 각각 4.5%, 6.9% 내린다고 발표했다. 18일 추경호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상파 방송에 출연, 가격 인하를 압박한 지 채 열흘도 안 돼서다.

농심은 제분업계가 소맥분 출고가를 7월부터 5% 인하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면서도 가격 인하로 인한 나머지 120억원의 추가비용은 회사가 부담한다는 입장이다. 삼양식품도 같은 날 삼양라면, 짜짜로니, 맛있는라면, 열무비빔면 등 12개 대표 제품 가격을 평균 4.7%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농심은 7월 1일부터 신라면과 새우깡의 출고가를 각각 4.5%, 6.9% 인하한다고 27일 밝혔다. 농심은 소매점 기준 한 봉지에 1000원에 판매되는 신라면은 50원, 1500원인 새우깡은 100원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라면(왼쪽)과 새우깡. [농심 제공]
라면업계, 13년만에 가격 인하…“보여주기식 대응” 지적도

라면업계의 가격 인하는 2010년 이후 13년 만이지만, 일각에서는 계속되는 정부의 압박에 “보여주기식 대응을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밀가루 등 원재료 가격이 평년 수준보다는 여전히 높은 상황인데다 가스·전기·인건비 등 생산비용 부담이 여전히 높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농심이나 삼양식품 같은 경우는 업계에서도 실적이 좋은 편에 속한다”며 “영업이익률이 낮은 업체는 여력이 없는 것아 현실”이라고 말했다. 올렸던 모든 제품 가격이 인하되는 것도 아니다. 농심의 경우 대표 품목 2종에 대해서만 가격 인하를 결정했고, 삼양식품은 대표 제품인 불닭볶음면이 인하 대상에서 빠졌다.

향후 이어지는 인하 비율도 소맥분 출고가 인하 예상비율인 5%를 크게 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11월 라면가격이 10%가량 상승을 했던 것에 비해서는 못 미치는 셈이다. 당시 라면업체들은 각각 평균 ▷농심 11.3% ▷오뚜기 11% ▷팔도 9.8% ▷삼양식품 9.7%의 인상률을 적용했다.

‘삼양라면’ [삼양식품 제공]
라면→제빵→제과…식품업계 전반에 ‘인하 여파’ 미치나

라면업계의 결정을 계기로 다음 가격 인하 ‘타깃’은 제빵업계로 옮겨 붙는 모양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소협)는 27일 성명서를 내고 SPC삼립 등을 중심으로 한 제빵업계도 가격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소협은 성명서에서 “2022~2023년 누적 24.3% 가격이 인상된 SPC삼립의 빵 가격은 꺼질 줄 모른다. 가격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소비자단체들의 가격 인하 요구에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SPC그룹·CJ푸드빌을 비롯 PB(자체브랜드)빵을 생산하는 편의점업계도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SPC의 경우 27일 “가격 인하를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냈다.

한 편의점에 진열된 양산빵 매대 [헤럴드경제DB]

SPC삼립은 지난해와 올해 일부 양산빵 가격을 각각 8.2%, 12.9% 인상했다. SPC 계열 파리바게뜨의 경우 지난해 2월과 올해 각각 일부 빵·케이크류 품목에 대해 평균 6.7%, 6.6%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CJ푸드빌의 뚜레쥬르는 지난해 7월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9.5% 인상한 데 이어 올해 4월에도 7.3% 올린 상태다. CU·GS25는 지난해 10월 베이커리류 PB제품 가격을 4% 올렸다.

빵값 잡을 수 있을지 ‘미지수’…‘非프랜차이즈’ 절반 넘어

다만 잇단 가격 인하에 이들 업체가 동참하더라도 편의점·마트에 파는 양산빵과 베이커리에서 가격 인하율은 온도 차가 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베이커리시장은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베이커리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업계는 빵 소매시장에서 양산빵과 베이커리 전문점의 비율을 3대 7 정도로 보고 있다.

한 마트에서 소비자가 진열된 빵들을 보고 있다. [헤럴드경제DB]

‘KB자영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전문점의 시장 점유율은 47%이다. 절반이 넘는 매장이 비(非)프랜차이즈 매장인 셈이다. 이들 매장이 밀 가격 외에도 매장별 임대료, 인건비 등 생산비용 부담을 감수하고 가격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가맹점이라도 본사 납품 양산빵의 비중도 다르고 공정거래법(재판매 가격 유지행위 금지)에 따라 가맹점 판매가격은 본사가 강제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식품업계 ‘눈치싸움’ 본격화…‘다음 타자’는 누구?

정부가 제분업체를 압박하며 라면업체로 가격 인하 움직임을 본격화하자, 빵을 비롯해 과자, 유제품 등 다른 식품업체들도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한 업체 관계자는 “원가율이 상승한 이후 아직 떨어지지 않아 가격 인하를 검토하고 있진 않지만 원부자재 가격과 에너지 비용이 하향 안정화될 경우 제품의 양을 늘리거나 제품 가격을 인하하는 쪽으로 고심 중”이라고 털어놨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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