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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사우디 50억 달러 수주, K건설 제2 중돔붐 계기로

현대건설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50억달러(6조5000억원)에 달하는 플랜트 건설사업(아미랄 프로젝트)을 수주했다는 낭보가 전해졌다. 한국 기업이 사우디에서 수주한 사업 중 최대 규모다. 역대 기록을 봐도 아랍에미리트(UAE)의 바라카 원전,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공장 프로젝트에 이어 7위에 해당한다. 반도체와 중국 등 주력 업종과 시장의 부진으로 흔들리는 한국 경제에 가뭄 속 단비 같은 소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해외 수주 500억달러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인프라 건설을 새로운 수출동력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강조한 이후 첫 대형 수주라는 의미도 크다.

아미랄 프로젝트는 사우디의 국영기업 아람코가 프랑스 석유회사 토탈과 함께 사우디 동부 주바일지역에서 추진하는 사우디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사업이다. 설비가 완공되면 ‘화학산업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을 연간 165만t 생산할 수 있다. 특히 주바일은 한국과 인연이 깊다. 1976년 정주영 당시 현대건설 사장이 공격적인 입찰로 유럽 업체들의 벽을 넘고 ‘주바일 산업항’공사를 따내 중동신화를 쓰기 시작한 상징적인 곳이다. 당시 수주액 9억6000만달러는 그해 우리나라 예산의 4분의 1에 달했다. 그 때는 가격경쟁력과 6개월 공기 단축이 사우디의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지금은 앞선 기술력과 신뢰가 성공요인이다. 요즘 사우디와 부쩍 가까워지는 중국이 가격경쟁력을 앞세웠으나 사우디는 결국 한국의 손을 들어줬다. 사우디가 2030국제박람회(엑스포) 유치경쟁국인 한국을 선택한 것은 그만큼 기술력과 공기 준수에 대한 신뢰가 높다는 것을 방증한다.

대규모 해외 수주는 기업과 정부가 한팀이 돼 벌이는 국가대항전이라는 점이 이번 사례로 더 분명해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정상회담차 내방한 사우디 빈 살만 왕세자를 한남동 관저 첫 손님으로 환대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원팀 코리아’를 민관 합동으로 꾸려 지금까지 3차례 사우디에 파견하기도 했다. 사우디가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과 교역액을 크게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일궈낸 승리여서 더욱 값지다.

중동 주요국이 고유가로 챙긴 ‘오일 머니’를 탈(脫)석유 및 산업 다각화를 위한 대형 프로젝트에 쏟아붓는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각국의 물밑 수주전이 치열하다. 사우디가 추진하는 5000억달러(약 650조원) 규모의 네옴시티, 쿠웨이트 압둘라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이라크 바그다드 해수처리 등 굵직한 사업 등이 대기하고 있다. 정주영의 도전과 기업가정신을 이어받은 오늘의 K-건설이 정부와 원팀이 돼 ‘제2 중동신화’를 써갈 수 있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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