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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증여세로 손발 다 묶여, 일가친척 총동원”…태어나지도 않는 자녀 세금 플랜까지[더 리치 서울]

‘서울 부자’는 어떤 사람들일까.

수년간 거침없이 상승하던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코로나19 팬데믹 후 횡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자산가들의 최근 움직임은 투자자들의 관심사다. 이에 헤럴드경제는 지난 15일 ‘질서의 재편, 새로운 길’이란 주제로 ‘헤럴드 금융·부동산포럼 2023’을 개최하며, 우리금융경영연구소와 공동으로 ‘서울 자산가들의 생각, 더 리치서울’ 보고서를 발간했다. 올해 첫 회차 보고서에는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이상·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300명 부자들의 생각이 담겼다. 헤럴드경제와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5명의 자산가들의 심층인터뷰도 함께 진행했다.

부자들의 생각은 투자의 정답이 아닐지라도, 돈이 모이는 곳에 대한 참고가 될 수 있다.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증여세로 손발이 다 묶였다” 헤럴드경제와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진행한 심층인터뷰에서 대부분의 자산가들이 토로한 말이다.

죽음(Death)과 세금(Tax)은 피할 수 없다고 했다. 세금, 그 중에서도 증여세는 부자들이 가장 피하고 싶은 것 중 하나다. 증여세 특성상 수증자가 세금을 부담해야 하다보니 주는 부모도, 받는 자식도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부자가 되기 위한 주 발판이 증여·상속이었던 만큼 각종 문서 편법은 물론이고, 일가 친척을 동원하고 태어나지도 않은 자녀의 플랜까지 고민하는게 현재 부자들의 현실이다.

부자의 첫 단추는 증여·상속…강남 부자일수록 더 중요

헤럴드경제와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공동 발간한 ‘2023년 서울 부자 보고서(The Rich Seoul)’에 따르면 서울 거주 부자들이 금융자산 10억을 마련하는데 기여한 원천 중 증여·상속(34.0%)을 꼽은 비중은 34%에 달했다.

증여·상속이 자산형성에 기여한 비중은 사업소득(61.30%)이나, 부동산 투자(44.0%)에 이어 3위다. 증여·상속을 1위로 꼽은 비중도 18%에 달했다.

시드머니 원천에서도 증여·상속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했다. 원천 1순위로 증여·상속을 뽑은 비중은 24%로 사업소득(37%)에 이어 두번째로 높았다. 원천 1~2위 안으로 확장하면 38.3%로 더욱 높아졌다. 사실상 부자로 가는 첫 단추가 배경에서 왔다는 소리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서울 부자들은 사업소득을 바탕으로 하되 증여 및 상속, 부동산 투자로 현재 재산을 이뤘다”며 “지역별로 보면 강남 부자에게 증여 및 상속, 비강남 부자에게는 부동산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고 말했다.

실제, 현재 자산규모를 기여한 원천에서 증여·상속을 택한 비율이 강남은 41.9%, 비강남은 31.6%로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연합]

“손발 다 묶는 증여세”…자녀 생기기 전부터 고민

증여·상속 자금의 원류(源流)가 부모님을 포함해 가족이다보니 이들은 증여세를 최소화하는 것에 대한 고민도 컸다. 현재는 만 19세 이상 성년인 자녀에 10년 통산 5000만원까지 증여세 없이 증여할 수 있다. 수십억원 이상 자산을 가진 사람일수록 물려받거나 물려줄 때 세금 부담이 급격히 늘 수 밖에 없다.

심층인터뷰를 진행한 40대 자산가 A씨는 2000년대 중반 대치동에 아파트를 샀다. 본인 자산 외에 추가로 증여받은 자금 5억원을 포함해 10억원에 육박하는 가격이었다. A씨는 “당시 현금으로 5억원을 그대로 받다보니 증여세가 상당했다”며 “(증여세 떼는 것을 보면) 피할 길 없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는 정말 대단한 나라”라고 말했다. 어린 자녀를 키우고 있는 A씨는 주변사람들과 증여세를 피할 방법을 매번 고민하지만, 도저히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고도 했다.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일대. [연합]

해서는 안되지만 각종 편법도 동원된다. 30대 자산가 B씨는 “학생때 처음 부동산을 사서 대출을 받았는데, 삼남매가 함께 대출받았다”며 “부모 재산을 담보로 받고, 남매가 나에게 증여를 하는 것으로 서류 작업을 통해 현재 나의 재산이 됐다”고 말했다.

증여 고민은 비단 중장년층 이상 몫만도 아니었다. 젊은 부부에게는 결혼 후 자녀 계획을 세운 순간부터 증여세 고민이 시작되기도 했다. 자녀를 계획하고 있다는 30대 C씨도 “현재 일가 친척을 다 동원해 조카에게 증여를 해주고 있다”며 “자녀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시민권부터 시작해 매월 해외주식 증여 등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 증여세를 줄일지 몇년 전부터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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