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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디다스 삼선·FILA 로고…패스트패션, 추상이 되다
타데우스 로팍, 코리아크 앤젤 개인전
코리 아크앤젤 작가 [이한빛 기자]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전세계 어딜 가든 어디서나 이 삼선 아디다스 트레이닝 복을 입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콕 찝어서 둘의 관계를 정의할 순 없지만, 내가 사는 스칸디나비아반도에서 난 알루미늄과 패스트 패션의 도상을 한자리에 불러 새로운 화두를 제시하고 싶었다” (코리 아크앤젤)

아디다스의 삼선과 FILA의 로고가 얇은 알루미늄판에 새겨졌다. 조각하듯 뚫어낸 방식으로 큼직하게 자리잡은 로고는 우리 현실을 말한다. 작가는 스튜디오 바닥에 운동복을 깔아놓고 핸드폰으로 촬영한 뒤, 이를 자르거나 확대해 일련의 선이나 곡선 혹은 문자가 담긴 모양으로 만들어낸다. ‘알루스’ 연작이다.

Cory Arcangel~3.2022.057~2x1.2~E62022금 양극 산화 처리된 알루미늄(BWB-Bausilber 2 E6)200 X 120 cm (78.74 x 47.24 in)Courtesy Thaddaeus Ropac gallery, London • Paris •Salzburg • SeoulPhoto:Stefan Alternburgher©Cory Arcange

언뜻 힙해 보이는 알루스 연작에는 작가가 ‘우리가 사는 세상의 기초’라 여기는 자원과 에너지에 대한 고찰이 담겨있다. 알루미늄은 작가가 거주하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주 생산품이다. 작가는 원 알루미늄, 분말 코팅 알루미늄, 금속 알루미늄 등 3가지 알루미늄을 활용해 제작한다. 특히 금속 양극산화 처리된 알루미늄은 애플의 맥북 커버에 쓰이는 것으로 ‘고급라인에 해당하는 작품군’이다. “자원인 알루미늄을 가공할 때 이미 많은 에너지가 쓰인다. 사실 현대문명이 모두 에너지다. 원자재가 집이되고 빌딩이 되고 비행기가 되고 작품이 된다”

작가가 파악하는 세상은 층위가 명확하다. 아디다스 삼선 트레이닝복을 입은 일반인이 사는 세상이 있는가 하면, 메가요트 라이언하트를 타는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 있다. 그 반대편에는 유투브로 대표되는 실체는 없지만 견고한 디지털 세상이 있다.

전시장은 작가의 세계관을 충실히 반영한다. 한 벽을 가득 채울정도로 프린트된 메가요트 라이언하트 이미지 옆으로 알루스가 걸렸고 전시장 가운데엔 AI봇이 만든 싱글채널 영상 ‘당신의 관심사’가 놓였다. 세계적 자원과 부의 계층적 분배를 상징한다. 작가는 “한쪽 끝에는 땅 속에서부터 발굴해 엄청난 에너지를 들여 가공한 알루미늄이 있다. 그리고 그 꼭대기에는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메가 요트 위에 떠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현대 사회의 스펙트럼의 단면이다”고 설명한다.

유리에 부딪히지 말라는 의미로 붙인 포스트잇. 코리 아크앤젤 작업이다. [이한빛 기자]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유리에 붙여진 포스트잇이다. 이곳에 유리가 있으니 조심하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세계적 공용어’다. 미국 캘리포니아 애플 신사옥에서 직원들이 유리가 있는 줄 모르고 다니다 부상당하는 사건에서 착안한 작업이다. “새들이 유리에 와서 많이 부딪혔다고 한다. 까마득한 계층이 있는 이 현대사회에서, 우리도 새들처럼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히지 말라는 의미로 전시장 여기저기에 붙여보았다” 전시는 7월 29일까지. 그리고 유리, 조심!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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