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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콘서트에 전시회까지...영화만 보는 극장이 사라진다
코로나 엔데믹에도 “관객 너무 없다”
가수 불러 콘서트·작가와 함께 전시
체험형 라이프스타일 공간으로 진화
국내 극장들이 엔데믹 전환에도 코로나19 이전의 매출 수준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면서 영화 상영 중심의 사업구조를 개선하는 등 다양한 자구책 방안을 꾀하고 있다. 사진은 한 극장가 모습. [연합]

극장들이 달라지고 있다. 영화 상영관에 그쳤던 공간을 콘서트장, 전시장 등 다양한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긴 터널을 지나왔는데도 관객들이 극장으로 돌아오지 않자 필사적으로 자구책을 마련하는 모양새다.

특히 CJ CGV는 1조원의 출자를 받는 등 그룹의 든든한 지원 하에 ‘Next CGV(넥스트 CGV)’ 슬로건을 걸고 사업 구조를 대대적으로 개편한다는 구상이다.

22일 영화업계에 따르면, CGV를 비롯한 멀티플렉스 극장들은 영화관을 넘어선 체험형 라이프스타일 공간 사업자로 진화하고 있다.

CGV는 최근 상영관에서 라이브 콘서트를 열기로 결정했다. 극장에서 콘서트 실황 영화를 개봉한 적은 있지만, 실제 콘서트를 개최하는 것은 처음이다. 첫 타자는 가수 10CM(십센치)다. 10CM는 오는 29일 서울 CGV 영등포를 시작으로 극장에서 라이브 콘서트를 개최한다.

극장을 스포츠 공간으로 활용하는 시도도 늘고 있다. CGV는 서울 종로와 구로에 이어 최근 신촌에 클라이밍 짐 ‘피커스’ 3호를 연 데 이어 골프 스튜디오 ‘디어프로치’도 올해 처음 문 열었다.

CGV는 또 BTS 영화, 임영웅 콘서트, 스포츠 경기 실황 등 영화 외의 다양한 콘텐츠로 관객들을 모으고 있다. 이 같은 대안 콘텐츠는 꾸준한 인기를 모으며 지난달 이미 지난해 전체 실적(42만명)을 넘어섰다.

롯데시네마도 공간 활용을 다양화하는 가운데 전시 공간에 초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건대 입구점에 전시 공간 ‘CxC 아트뮤지엄 x 롯데시네마’을 개관한데 이어 이달엔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 체험형 전시 공간 ‘랜덤 다이버시티’를 열었다. 관객과 전시 관람객의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메가박스는 고급 영화관 전략에 중점을 두고 있다. 메가박스의 시그니처 상영관인 ‘돌비시네마’를 확대하고 큐레이션 프로그램인 클래식 소사이어티 등을 통해 콘텐츠를 다양화하고 있다. 아티스트들과의 협업도 확대 중이다.

메가박스 관계자는 “극장의 스크린, 음향 등 훌륭한 자원을 활용해 공간을 영화 이외에 소비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극장들이 이같이 비(非)영화 분야로 눈을 돌린 배경에는 코로나 팬데믹이 지났는데도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극장가의 현실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해 영화 관객 수는 지난달 기준 1163만여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의 같은 기간(4693만여 명)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극장가의 매출은 실제로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의 지난해 매출 합계는 1조9958억원, 영업손실 합계는 837억원에 그친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매출 3조461억원, 영업이익 1620억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갈 길이 먼 셈이다.

이는 코로나 기간 동안 영화 티켓 값이 급격히 인상된 데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영화를 보는 문화가 정착되면서 기존의 상영관에서 영화를 봐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많이 희석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극장의 진화는 향후 더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나선 곳은 CGV다. CGV는 지난 20일 이사회를 열고 총 5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CJ그룹은 이와 별도로 100% 자회사인 시스템통합(SI) 기업 CJ올리브네트웍스의 지분 전량(4500억원 규모)을 현물 출자하기로 했다. CGV에만 총 1조원 이상의 출자를 결정한 셈이다.

CGV는 이번에 받은 출자금액 중 일부인 3800억원만 부채를 상환하는데 쓰고, 나머지는 미래 신사업 계획인 ‘NEXT CGV 전략’에 투자할 계획이다. CGV는 공간 활용을 더욱 다양화하는 동시에 고급 영화관 전략을 확대하기로 했다. 기존 일반 상영관 대신 4DX, 스크린X, 프리미엄관 등 특별관을 늘려 흥행이 담보되는 ‘텐트폴’ 작품들을 집중 배치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극장 시장이 살아나고 있는 미국이나 유럽, 동남아 등에 특별관 설치를 확대하는 등 해외 시장도 적극적으로 공략할 방침이다.

실제로 CGV의 특별관 매출 비중은 지난달 기준 31%로, 2019년(16%)에 비해 약 두 배 뛰는 등 수요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아울러 자회사로 편입한 CJ올리브네트웍스와 스마트시네마를 구축하는 등 극장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한 첨단 문화 공간을 조성하는 등 다양한 시너지를 노린다는 계획이다.

CGV 관계자는 “영화관에 와야 하는 이유를 영화관이 제시하는 차원에서 전략을 짜고 있다”며 “극장이 OTT보다 더 좋은 이유를 마련해 관객들이 지속적으로 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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