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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 “올바른 길”·習 “상호존중”…삼성전자, ‘새우등’ 우려 씻고 ‘8만전자’ 재도전? [투자360]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모습. [로이터·AP·123rf]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미국과 중국이 그동안 막혀 있던 대화의 물꼬를 트기 시작하면서 주요 2개국(G2) 간의 ‘패권 경쟁’에 끼어 양자택일을 강요받고 있던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한숨을 돌릴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탈동조화(디커플링)’ 대신 ‘위험 감축(디리스킹)’에 초점을 맞출 경우 중국에 대규모 생산 기지를 운영하고 있고, 중국을 주요 고객으로 갖고 있는 국내 반도체 ‘빅(Big) 2’가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양사 주가 역시 지정학적 리스크 감소에 따른 추가 상승 동력을 얻게 될지도 주목된다.

美中, 대만 문제 놓고는 여전히 평행선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중국 외교라인 1인자 왕이(王毅)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을 만난 것은 물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까지 만나 대화에 임한 것은 미국이 재편 중인 공급망에서 중국을 철저히 배제하는 것을 자제하겠다는 미국의 입장 표명이란 해석이 나온다. 상승일로에 놓여 있던 갈등 수위를 조절하고, 경제적 분야에 대해서 만큼은 무조건적인 배제가 아닌 ‘경쟁’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대화를 통해 나온 미중 정상들의 발언에서도 양국간 갈등 완화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는 점을 읽을 수 있다.

시 주석은 전날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블링컨 장관과 만나 “두 강대국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윈윈(win-win)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양국이 올바르게 공존할 수 있느냐에 인류의 미래와 운명이 걸려 있다”며 양국 관계의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19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캘리포니아주(州) 샌타클래라를 방문한 자리에서 “(미중 관계는) 지금 여기 올바른 길 위에 있다”고 말했다.

다만, 두 정상의 발언 속에는 ‘앙금’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도 드러났다. 시 주석은 “미국이 중국을 존중하고 중국의 이익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고, 바이든 대통령도 블링컨 장관의 방중으로 양국 관계에 진전이 있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알다시피 난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는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는 구도가 뚜렷했다.

美 ‘디커플링→디리스킹’ 선회, 中 비중 높은 韓 반도체엔 호재

미중 양국 관계의 완전한 회복은 아닐지라도 중국을 대하는 미국의 태도가 ‘디커플링’에서 ‘디리스킹’으로 소폭 선회한 것만으로도 공급망 재편에 따른 각 산업계의 피해 우려가 줄었다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나온다.

특히, 블링컨 장관의 방중에 이어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 등의 방중이 추가로 진행될 경우 경제분야 미중 고위급 소통이 재개되고, 이 과정에서 중국과 공급망 문제에 대한 합의점이 마련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블링컨 장관의 방중에 앞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을 만나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중국을 다녀간 것 역시 정부 간 화해 무드 조성에 앞서 민간교류가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중 관계 개선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반도체 압박 강도 강화로 부담스런 상황에 놓였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도 긍정적인 요소다. 특히, 미국의 대중(對中) 수출통제에서 1년 유예를 받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유예 연장 등에도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국내 반도체 수출의 약 40%를 차지하며 최대 소비시장이자 우리 기업들의 메모리반도체 생산거점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西安)에 낸드플래시공장을, 쑤저우(蘇州)에 패키징공장을 두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우시(無錫)에 D램공장을, 충칭(重慶)엔 패키징공장을 가동 중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낸드플래시의 40%를, SK하이닉스는 D램의 50%를 중국에서 만든다. 중국 시장을 접게 되면 이 공장들도 장기적으로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美中 긴장 완화, 주가 끌어올릴 새 호재”

미중 간 긴장 완화 국면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엔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생산기지가 있는 중국과 단절할 수 없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강하게 조여 오던 미국의 제재 압박이 완화되며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7만전자’에 진입한 이후 등락을 거듭하며 횡보하는 ‘고구마’ 행보를 보이고 있는 삼성전자로서는 중국 시장에 대한 리스크가 감소한다는 점은 주가에 호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업황 반등 기대와 인공지능(AI) 반도체 훈풍 등은 이미 최근 주가 급등 국면에서 상승을 위한 재료로 소비된 측면이 있다”며 “주가를 상승시킬 새로운 호재가 필요했던 상황에 미중 긴장 완화는 분명 긍정적 신호”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달리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던 SK하이닉스 주가 역시 ‘12만닉스’ 고지에 오르는 것은 물론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호재로 미중 긴장 완화가 활용될 수 있다고 보인다.

다만, 바이든 미 행정부의 움직임과 달리 보수층을 중심으로 한 미 의회 내 움직임은 여전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30일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은 상무장관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기업들이 수출 통제를 약화하고, 규정을 우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반도체를 비롯한 기술 수출에 대한 미국의 규제를 강화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의 데릭 가위 선임연구원 역시 “기업들이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주면 기술 통제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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