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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종 선물 받은 독일 친왕, 국내 노다지 금광도 갔다
하인리히 왕자 선물받은 갑옷 투구 재현
한국문화재재단, 20일~ 덕수궁 특별전시
독일 마이어상사의 당현금광 임직원 치하
예포 의전 받고 고종과 함께 열병식도 거행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1897년 10월 12일 대한제국 수립을 선포한 고종 황제는 청과 일본의 세력을 둔화시키기 위해 서방 외교를 강화한다. 커피와 클래식을 더욱 즐긴 이유이고, 왕실 고위층이 오면 아낌없이 선물도 했다.

그 중 한 명이 독일제국 황제 빌헬름 2세의 동생인 하인리히 친왕이다. 당시 한국엔 1884년 상륙한 독일 마이어 상사의 제물포지점 세창양행이 있었다. 한국에 등록된 독일 회사 세창양행은 당현금광을 운영하고 있었다.

흔히 진귀한 것을 ‘노다지’라고 하는데, 이는 영어로 노터치(No Touch)이다. 금광의 특성상 철저하고 세심한 금 관리를 위해, 서양의 감독관은 늘 한국인 인부들에게 노터치(만지지 마시오)를 강조했고, 우리는 진귀한 것을 뜻하나보다 하면서 “노다지”라고 불렀던 것이다.

독일 외에 여러 동서양 제국의 대한 투자 금광이 전국에 여럿 있었다. 일제는 20세기 초 들어 헐값 혹은 무상으로 임의로 채굴해 태평양전쟁 준비에 썼다.

1899년 6월8일 도이칠란드호를 타고 제물포항에 도착한 하인리히 친왕은 예포 21발을 쏘는 우리군의 의전을 받는다. 9일 오후 9시 경운궁 함녕전에 있는 고종을 알현한다.

10일엔 한성 유람을 하고 동궐과 창덕궁을 구경한다. 입국 직후 하인리히의 방문을 받았던 고종은 이날 오전 11시 익선관을 쓰고 황룡포를 착용한 뒤 하인리히의 빈관인 대관정을 답방해 주었다. 오후 7시엔 황태자가 개최한 야연에서 선유락 공연을 관람했다.

고종황제가 독일 왕실에 준 선물 재현품
최응천 문화재청장이 독일관계자와 악수하고 있다.
최영창 한국문화재재단 이사장의 '하인리히 왕자에게 보낸 선물' 특별전 개막 축사

11일에는 대원수복을 입은 고종황제가 황태자와 함께 하인리히 친왕을 초청해 서궐에서 병사훈련을 검열하고 활쏘기 체험을 함께 했다. 일종의 국가원수에 준하는 열병식과 부대행사였다.

하인리히 친왕은 12일 새벽 서울을 출발해 14일 당현에 도착, 자국 자본가가 지휘하는 당형금광 광산을 둘러보고 임직원들을 치하한다. 16일까지 있었으니 한국에서 캐는 금에 꽤나 진심이었던 모양이다.

18일 경성으로 돌아온 하인리히 친왕은 19일 새벽부터 대한제국 대신들과 전별인사를 나눠었고, 20일 새벽 떠나기전 고종이 갑옷과 투구를 선물했다.

덕국(德國)은 ‘덕이 있는 나라’라는 뜻의 독일을 이르던 말이며, 친왕(親王)은 황제의 아들이나 형제를 지칭한다.

고종황제가 독일 왕실에 준 선물 재현품
하인리히왕자에게 보낸 선물 전시 개막식

고종황제는 13일간의 국빈 방문에 신속하고 정연한 의전을 통해 제국으로서의 위엄을 드러내고자 했으며, 갑옷·투구 등을 비롯한 선물을 하사했다. 이 갑옷·투구 등 고종의 독일에 대한 선물을 그대로 재현한 것들이 국민에게 선보인다.

한국문화재재단은 포르쉐코리아의 지원으로 문화재청 덕수궁관리소와 함께 한·독 수교 140주년 기념, 국외소재 전통공예품 재현 사업 특별전 ‘1899, 하인리히 왕자에게 보낸 선물’을 오는 20일부터 7월 2일까지 덕수궁 덕홍전에서 개최한다.

개막식 문화유산 도슨트

19일 개막식에는 갑옷·투구·갑주함(갑옷과 투구의 보관함) 3종을 재현한 작품이 첫 선을 보였다. 재현 작품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10인의 무형문화재 전승자들이 재현 작업에 참여하여 완성했다.

원작은 독일 로텐바움 세계문화예술 박물관에서 소장 중이다.

포르쉐코리아의 한국 문화유산 진흥 지원

하인리히에 준 선물의 재현 사업은 지난해 독일 명품 자동차회사 포르쉐코리아의 지원으로 시작되었다. 포르쉐코리아는 이번 프로젝트와 더불어,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와 보유단체를 대상으로 총 3000만원의 전승지원금을 한국문화재재단을 통해 전달했다. 지원 대상자로는 국가무형문화재 대금산조 이생강 보유자, 가곡 김영기 보유자, 망건장 강전향 보유자, 악기장 김현곤 보유자 등 4명과 북청사자놀음보존회가 선정됐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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