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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아세안 영화기구’ 설립 무산...영진위, 무원칙 예산지원 도마위
문화체육관광부가 영화진흥위원회의 사업 및 운영 체계를 전면 정비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극장가 모습 [연합]

한국 영화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영화진흥위원회의 방만 경영이 도마 위에 올랐다. 5년간 20억원 이상의 혈세를 쓴 한·아세안 영화기구 설립사업이 별다른 진전이 없는 데다 원칙에 어긋난 예산 지원을 하는 등 문제점이 발견돼 정부는 관련 사업 및 운영 체계를 전면 정비키로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5일 영화발전기금을 방만하게 운영하고, 원칙과 어긋난 지원 대상 선정 등을 한 영진위에 대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 및 혁신을 주문했다.

문체부에 따르면 영진위는 5년간 진행해 온 ‘한·아세안 영화기구(ARFO) 설립운영사업’이 결국 성과 없이 끝나 예산만 썼다고 지적했다. 한·아세안 영화기구 설립은 지난 2019년 부산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에서 공동 의장 성명에 나온 내용이다. 영진위는 이를 위해 5년간 69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기구 설립을 추진했지만 아세안 국가 간 합의 도출에 실패해 기구 설립이 사실상 결렬됐다. 영진위는 하지만 올해에도 교류행사 명목으로 예산을 책정하는 등 지난 5년간 24억원의 혈세를 낭비했다는 게 문체부 측 설명이다.

이와 함께 원칙에 어긋난 예산 지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지난 2022년에 추진된 독립영화 전용관 운영지원사업에서 채무가 있는 상영관은 지원 자격이 없는데도 신청을 받아 줘 일부 상영관은 1억1400만원의 예산을 받기도 했다. 그해 국정감사에서 부당 지원에 대한 지적이 있었지만 후속 조치로 자격요건을 ‘사업 신청 시까지 채무가 없을 것’을 ‘심사 개시 전까지 채무가 없을 것’으로 변경하는 데에 그쳤다.

또 공모사업에 대한 심사의 전문성도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진위는 공모 심사를 위한 1000여명의 심사위원 풀을 운영 중인데 후보자 자격 기준이 타 기관과 비교할 때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영진위의 공모사업 심사위원 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업력 5년 이상 또는 최근 10년 내 1편 제작·연출 등의 요건을 갖추면 된다. 하지만 비슷한 성격의 기관인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공모 심사위원이 되려면 업력 10년 이상 및 최근 3년 이내에 작품에 참여한 이력이 있어야 한다.

이 밖에도 ‘한한령’과 코로나19로 역할이 축소된 중국 사무소 인력을 지난해까지 4명으로 유지하다가 올해 들어 2명으로 줄여 방만경영을 한 점, 해마다 100억원 이상 예산이 편성되는 영화제작 지원사업의 실집행률이 최근 3년간 30~40%대에 불과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애니메이션 지원사업은 콘진원과 사업 내용이 겹친다는 지적도 있었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영화계 간판 단체인 영진위가 국민의 피와 땀이 들어간 혈세를 낭비하고, 공모 심사에도 특혜 시비와 불공정성을 드러냈다”며 “정부의 영화산업 진흥을 위한 다양한 진흥책이 국민적 호응을 얻으려면 영진위의 심기일전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한빛 기자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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