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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 “도 넘은 싱하이밍” 이례적 직격...기피인물 지정 카드도
위안스카이에 비교...내정간섭 경고
中, 즉답 피해...외교문제 부각 차단
대통령실 “판단은 상대국에 달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싱하이밍(邢海明) 주한중국대사에 대해 “부적절한 처신에 국민이 불쾌해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대통령이 특정국 대사를 직접 비판한 것은 이례적으로, 외교관례에 어긋나는 싱 대사의 ‘베팅’ 발언이 내정간섭에 해당할 정도로 도를 넘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이 싱 대사에 대한 중국 당국의 조치를 요구한 것은 한중 관계를 ‘상호존중’의 관계로 재정립하겠다는 기조를 명확히 하겠다는 의지로, 정부는 이번 사태의 해결은 전적으로 중국에 달려있다는 입장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외교적 기피 인물) 지정을 언급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4일 윤 대통령이 싱 대사를 언급한 발언에 대해 “국민들이 느끼는 감정 그대로 그 시선을 담아 말씀하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전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싱 대사의 언사를 두고 위안스카이(袁世凱)에 비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안스카이는 개항기인 1885년 총리교섭 통상대신으로 조선에 부임해 조선의 내정과 외교에 간섭한 인물로, 싱 대사의 발언이 내정간섭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국민적 공분을 동력으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상호 존중’의 한중 관계를 재정립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싱 대사의 태도를 보면 외교관으로서 상호 존중이나 우호 증진의 태도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정책에 있어서도 상호주의에 위배되는 부분은 철저하게 바꿔나가겠다는 의지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대통령실은 한중 관계의 비대칭성을 탈피해 당당한 외교라는 선명성을 강조해 왔다. 최근 발간한 국가안보전략에도 “상호 존중, 우호 증진, 공동 이익에 입각해 더욱 건강하고 성숙한 관계로 나아간다”는 한중 관계를 설정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상호의 우호 증진, 상호 존중이라는 대원칙의 양국 관계는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우리가 가져가야 할 관계 설정에 있어서의 기준점”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이 중국 측에 ‘적절한 조치’를 요구한 것도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이다. 싱 대사의 발언이 개인적인 발언인지 당국과 조율 끝에 나온 것인지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이번 사태가 양국 관계 재정립의 시작이 될지, 악화일로를 걸을지는 외교사절의 문제적 언행에 대한 중국 당국의 조치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고위 관계자는 “상황의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서 조치를 해야 할 부분은 상대국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판단은 상대국에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대통령실의 ‘적절한 조치’와 관련해 즉답을 피하면서 한국 언론을 향해 화살을 돌렸다. 최근 싱 대사가 지난 5월 부인과 함께 울릉도의 고급 리조트에서 국내 기업으로부터 무료 숙박을 제공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을 지목한 것이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인사 조치나 경고 등 한국 측의 요구를 명확하게 거부하기보다는 “대대적으로 부각할 화제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그동안 싱 대사와 한중 관계에 대한 기본 입장을 밝힌 것을 통해 대통령실의 입장은 충분히 전달됐다고 본다”며 말을 아꼈다.

특정국 대사에 대해 윤 대통령이 직접 문제점을 거론하면서, 중국은 문제가 확산되는 것을 피하면서 상황관리를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이번 사태로 ‘전랑(戰狼·늑대전사)외교’가 국제적인 문제로 부각되는 것도 우려의 지점이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13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싱 대사의 발언 등 중국의 무모한 외교 관행에 대한 입장을 묻자 “한국은 우리의 가까운 동맹이며 우린 역내 이슈에 대해 그들과 협력을 지속하겠다는 것 외에는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여권에서는 싱 대사를 ‘외교적 기피인물’로 지정하고 추방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 제9조에 따라 외교사절이 주재하는 국가는 언제든지, 이유를 밝히지 않고 외교사절이 기피인물이라고 파견국에 통보할 수 있다. 기피인물로 지정된 인사는 통상 72시간 내 출국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김대중 대통령 시절인 1998년 한러 외교관 맞추방 사건 당시 주한러시아 참사관을 추방한 것이 유일한 사례다.

최은지·박상현 기자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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