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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공자’ 김선호 “내 연기 보고 소리 지를 뻔…폐 끼치기 싫었다”[인터뷰]
21일 개봉 ‘귀공자’…김선호 스크린 데뷔작
사생활 논란 이후 복귀…“배우로서 책임감”
캐릭터 구축에 심혈…다양한 장르·배역 욕심
[스튜디오앤뉴 제공]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큰 화면에서 제가 연기하는 걸 보는데 소리 지를 뻔했어요. 제 단점 밖에 안 보였거든요. 그런데 김강우 선배가 저를 잡아줬어요.”

12일 서울 종로구의 카페에서 만난 배우 김선호는 자신의 영화 데뷔작 ‘귀공자’ 시사회를 처음 본 후 소감을 이같이 말했다.

김선호는 오는 21일 개봉하는 영화 ‘귀공자’에서 귀공자 역할을 맡았다. 겉은 평범해 보이지만 실제론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처리하는 킬러다. 귀공자는 돈이 필요한 복싱 선수 마르코 앞에 나타나 알 수 없는 광기의 추격전을 벌인다.

캐스팅 직후 사생활 논란…“책임감 다하고 싶었다”
[스튜디오앤뉴 제공]

김선호는 연극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10년 넘게 연기 생활을 했다. 2009년 연극 ‘뉴 보잉보잉’을 시작으로 드라마 ‘백일의 낭군님’(2018), ‘스타트업’(2020), ‘갯마을 차차차’(2021) 등으로 연기의 지평을 넓혔다. 그러나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감회도 남다르다.

그는 “영화를 보면서 내가 연기를 더 잘할 수 없었나 하는 아쉬움이 컸다”며 “촬영을 일 년 전에 했는데 지금의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영어로 말하는 장면이 제일 민망했고, 다른 배우들이 연기하는 장면이 가장 맘이 편했다”며 웃었다.

평소 박훈정 감독의 팬이었다는 김선호. 박 감독이 실제로 시나리오를 건네자 고민 없이 합류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영화 크랭크인까지 순탄치 만은 않았다. 캐스팅 직후 그의 사생활 논란이 불거진 것. 그러나 박 감독은 그의 손을 놓지 않았다.

김선호는 “당시 ‘할 수 있어?’라는 감독님과 제작사 대표님의 질문에 ‘하고 싶다’고 답했다”며 “더 이상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고, 배우로서 인간으로서 책임감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당시를 되돌아봤다. 이어 “나중에 들어보니 박 감독이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하는데, 사실 겉으로는 고민하는 모습을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다”며 죄송함을 나타냈다.

“추격전 많아 힘들어…태주가 있어 버텼다”
[스튜디오앤뉴 제공]

‘귀공자’의 백미는 단연 액션이다. 총격, 와이어부터 차량 추격 장면까지 볼거리가 화려하다. 김선호는 특히 마지막 대규모 액션 장면에서 맨손, 칼싸움, 총격 등 모든 액션을 쏟아부었다. 김선호는 이에 대비해 오랜 시간 액션팀과 합을 맞췄다.

그는 “박 감독은 리얼함에 대한 엄격한 기준이 있다”며 “액션을 준비해 가도 현장에서 많은 수정을 거쳤고, 촬영 도중 넘어지더라도 넘어지는 대로 액션을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액션을 계속 반복했다”고 설명했다.

귀공자는 그 어느 캐릭터보다 독특하다. 순수하지만 잔인하다. 콜라를 달고 사는 어린 아이 같은 면모가 있는가 하면 임무를 수행할 땐 피도 눈물도 없다. ‘미친 캐릭터’라는 수식어가 어울릴 정도다. 김선호는 독특한 캐릭터를 완성하기 위해 박 감독의 전작들을 통해 그의 세계관을 파악하고, 박 감독이 추천한 영화 ‘시계태엽 오렌지’도 참고했다. 박 감독과도 많은 시간 상의했다.

[스튜디오앤뉴 제공]

김선호는 “‘귀공자는 왜 마르코를 따라다닐까’는 질문부터 시작해서 질문이 없어질 때까지 감독님께 여쭤봤다”며 “그럴 때마다 박 감독은 1초 만에 대답해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처음엔 박 감독의 디렉팅을 이해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는데, 한 번 이해하고 나니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고 ‘이러한 장면이야’라고만 말해도 이해가 갔다”고 덧붙였다.

추격전 답게 김선호는 영화에서 쫓고 쫓는다. 너무 많이 뛴 탓에 바지가 찢어질 정도였다.

그는 “귀공자 캐릭터상 뛸 때마저 여유가 있어야 해서 힘들었는데 바로 앞에 몇 개월째 뛰는 태주가 있어서 힘든 티를 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무 힘들어서 쉬고 있으면 태주가 ‘이거 먹으면 한 시간은 거뜬히 뛸 수 있다’며 아르기닌을 건네주기도 했다”며 웃으며 말했다.

“장르 가리지 않고 한다”…박훈정 차기작 ‘폭군’에 캐스팅
[스튜디오앤뉴 제공]

‘귀공자’로 스크린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김선호는 더욱 다양한 작품에 도전하고 싶다는 욕심을 내비쳤다. 그는 “느와르를 비롯해서 장르를 가리지 않고 드라마와 영화 대본이 들어오는 대로 다하고 싶다”면서도 구체적으론 영화 ‘택시운전사’의 김만섭(송강호)과 같은 배역을 맡아보고 싶다고 했다.

김선호는 “영화 ‘택시운전사’의 주인공 역할이 너무 해보고 싶어서 집에서 대본을 펼쳐 놓고선 혼자서 연습해봤는데 쉽지 않았다”며 “애드립이나 대사가 작품을 재밌게 할 뿐만 아니라 캐릭터와 장면을 풍부하게 해준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김선호는 박 감독의 차기작인 영화 ‘폭군’에서도 합을 맞췄다. 박 감독의 작품에 연달아 캐스팅된 것에 대해 그는 “박 감독이 생각보다 남자답고 와일드해서 (같은 배우를 기용하는 것을) 리스크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며 “내 배우 모토가 ‘다음에도 불러주는 배우’인데 다시 불러주셔서 기뻤다”며 감사함을 표했다.

최근 공식 석상에서 박 감독은 김선호와 싸우지 않는 이상 귀공자 시리즈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선호는 웃으며 말했다.

“저는 감독님과 싸울 리가 없어요. 전 말을 잘 듣습니다. 감독님이 불러주시면 언제든지 갈 겁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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