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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양말 한켤레가 4만원, 말이 돼?” 비싸니 더 잘 팔리는 인기 비밀 [지구, 뭐래?]
[파타고니아 홈페이지 리뷰 캡쳐]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삼성·애플 마니아도 저리 가라.”

브랜드 마니아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게 갤럭시·아이폰의 삼성·애플 마니아다.

하지만 알고보면 이 브랜드 마니아엔 비할 수 없다. 티셔츠 한 벌에 10만원, 양말 한 켤레에 4만5000원이더라도 인기다. 많이 만들지도 않고 매장도 별로 없어 구매할 때마다 줄서기 일쑤다. 심지어 “사지 마라”고 대놓고 광고해도 앞다퉈 산다.

사랑받는 기업 조사에서 애플, 삼성, 아마존 등 굵직한 기업들을 모두 제치고 당당히 1위에 오른 이 회사, 바로 파타고니아다.

이본 쉬나드의 젊은 시절

파타고니아를 창업한 이본 쉬나드는 등반가이자 서퍼, 환경운동가 출신이다. 그는 등반을 하던 중 암벽에 손상이 없는 등산장비는 없을까 고민하다 직접 장비를 만들어보기로 한다. 그러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아웃도어용품, 의류 등으로 사업 영역이 확장됐고, 현재 가장 널리 알려진 건 의류 브랜드로의 입지다.

이본 쉬나드

일단 이 회사는 목표 자체가 다르다. 간단히 말해, ‘환경이 목적·사업은 수단’이다. 지구를 위해 제품을 만들고 돈을 벌겠다는 의미다. 말만 그럴까? 다음은 공식 문서로 정리된 파타고니아 기업 철학의 일부다.

“우린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위기를 맞고 있다는 데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회사의 모든 결정은 환경 위기를 염두에 두고 내린다. 성장과 확장은 우리 회사의 가치가 아니다.”

이본 쉬나드는 자서전에서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게 파타고니아의 존재 이유”라고 밝혔다. 사실 모든 기업이 최고의 제품을 앞세운다. 이들과 차이가 있다면 최고란 무엇인가다.

파타고니아는 모든 면제품을 유기농 원료로 쓰며, 생산뿐 아니라 유통·판매까지 공정거래를 적용하고, 친환경 소재 개발에 진심으로 뛰어든다. 최대한 덜 쓰고 오래 쓰길 유도한다.

그가 거듭 강조하는 최고의 가치는 ‘내구성’과 ‘다기능성’에 있다. 오래 쓰고 또 살 필요가 없는 제품. 그가 말하는 최고의 제품이다.

이미 이 시대 소비는 ‘계획적 진부화(planned obsolescence, 새롭게 소비를 유도하고자 의도적으로 기존 제품을 진부하게 만드는 경영활동)에 익숙해 있다. 2년마다 신형 스마트폰을 사는 게 당연한 시대이고, 숨 가쁜 유행 속에 멀쩡한 제품도 이내 촌스럽게 느껴진다.

파타고니아는 이를 정면으로 비판한다. 더 오래, 더 다양하게 쓸 수 있도록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파타고니아 홈페이지]
[파타고니아 홈페이지]

파타고니아는 비싸다. 유기농 소재는 다른 소재보다 비싸며, 공정 거래 비용도 온전히 반영된다. 매출의 1% 이상을 ’지구세‘란 명목으로 환경운동에 지원하고 있다. 오래 입을 수 있고 세탁이 쉬운 재질과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을 개발한다. 그래서 옷이 비싸다. 대신 오래 입을 수 있다.

파타고니아는 수선도 대대적으로 장려한다. 옷을 새로 사 입지 말고 수선해 오래 입으라는 것. 로즈 마카리오 파타고니아 CEO는 “소비자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물건을 오래 쓰는 것”이라며 “실과 바늘만으로도 우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수선이야말로 급진적인 환경운동”이라고 강조한다.

[파타고니아 홈페이지]

‘이 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라는 광고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새 제품을 사지 말고, 오래 입고 수선해 입자는 파타고니아의 철학을 담았다.

파타고니아는 최근 미국 여론조사기관 해리스폴 등이 조사한 브랜드 설문조사에서 미국 소비자가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코스트코, 3위는 존디어였다. 한국 기업으론 삼성(7위), LG(18위) 등이 순위에 들었다. 도요타도 6위를 기록했다.애플이나 구글은 각각 10위, 35위를 차지했다.

쉬나드는 현재 지분을 모두 창립 재단과 비영리단체에 넘겼다. 4조원에 이르는 규모다. 그야말로 기업 전체를 사회에 환원한 것. 그는 당시 공개 편지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지구는 파타고니아의 유일한 지주입니다(Earth is now our only shareholder).”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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