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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사 후에도 ‘끝나지 않는 취준’…해외 떠나거나 중고신입 도전
워홀·대기업 재취준 청년들 목소리 들어보니
첫 직장 마음에 안 들어서 퇴사 후 입사 꿈꿔
[연합]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전새날·양근혁 수습기자] #1. 중견기업 3년차 직장인인 조모(30) 씨는 아직도 취업준비생이다. 올해 상반기에 대기업 3곳을 지원한 조씨는 퇴근 후에는 대기업 입사를 위해서 영어공부와 인적성검사 공부를 틈틈이 하고 있다. 그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에 써먹기 위해 일한 내용도 꾸준히 정리하고 있다”며 “사원급 직장인들은 다 중고신입을 준비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친한 사원 4명 모두 대기업 신입공채 공고를 기다렸다”고 말했다.

#2. 상습적인 야근·수직적인 조직문화로 첫 회사에서 상처를 입고 퇴사한 정모(26) 씨는 내년 초 캐나다 워킹홀리데이를 떠날 예정이다. 해외에서 새로운 직무로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이다. 정씨는 “1년간 해외 기업에서 일하면서 나에게 맞는 문화와 적성을 찾는 것이 목표”라며 “해외에서 미래 방향성을 잡으려 한다”고 말했다.

낮은 첫 직장 만족도로 입사 후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입사 후에도 원하는 일자리를 얻을 때까지 입사 지원을 이어가는 한편, 해외에서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사람도 늘고 있다. 당분간 양질의 일자리 공급이 더욱 어려워지는 만큼 청년들의 ‘끝나지 않는 취준’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

첫 직장을 이탈해 다른 곳으로 취업한 신입사원은 실제로 크게 늘었다. 지난 3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지난해 대졸 신규 입사자 22.1%는 다른 곳에서 일을 해본 신입사원이었다. 5명 중 1명이 ‘중고신입’인 셈이다. 중고신입의 평균 경력 기간은 1.4년이었다. 1년 이상 2년 미만의 근무 경력이 있는 신입사원이 4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6개월 이상 1년 미만 37.3%로 뒤를 이었다. 2년 이상 3년 미만으로 일한 신입사원도 17.3% 순으로 조사됐다.

'2023 종로구 온·오프 청년취업박람회'를 찾은 구직자가 문서 작성대에서 입사지원서를 든 채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

국내 대기업이 아니라 새 삶을 찾아 해외로 떠나는 신입사원도 있다. 사무직으로 일하다 지난해 퇴사한 정현정(25) 씨는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고 있다. 정씨는 “퇴사 후 8주 동안 캐나다 단기 어학연수를 다녀오고 용기를 얻어서 호주에 온 지 2달 째”라며 “주변 친구들은 좋은 회사에 취업해 자리 잡아 막막하기도 했지만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는 양질의 일자리가 대거 줄어 첫 직장에 대한 만족도가 낮아진 탓이 크다. 규모 있는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중단하는 현상이 이어져 대졸 청년들이 일단 눈을 낮춰 회사에 입사한 뒤,재취업을 준비하는 것이다.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매출 500대 기업 중 올해 상반기 채용을 안 하거나 계획을 세우지 않은 기업이 54.8%로, 지난해 50%보다 소폭 상승했다. 채용을 하는 기업도 “직전 해보다 사람을 덜 뽑는다”고 답한 비율이 24.6%로 2022년 4.3%보다 크게 늘었다.

원하던 업종이 악화하는 등의 이유로 원래 꿈꾸던 일을 접고 다시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항공사 승무원을 꿈꾸던 권재윤(25) 씨는 다른 일을 하다 다시 원하는 일을 준비 중이다. 권씨는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어려워져 차선책으로 여행사를 준비했으나 코로나가 길어지면서 부동산업계로 취업했다”며 “더 나이 들기 전에 외국 생활을 해보고 싶어 퇴사를 했다”고 말했다.

향후 몇 년 간 취업한파가 예상되면서 청년들의 첫 직장 이탈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3~2027년 전체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연평균 7만~14만 명으로 집계됐다. 2010~2019년 평균치인 34만4000명에 크게 못 미친 수치다.

최근 3년간(2019~2022년) 취업자 증가 수치는 평균 노동시장 진입·퇴장률로 추정하면 7만 명, 최대한 긍정적인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14만명으로 수준이다.

binna@heraldcorp.com
newd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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