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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0년생 ‘K-클래식 스타’ 탄생 …성악 김태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영상 갈무리]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한국 성악가 김태한(바리톤)이 아시아권 남성 성악가 중 처음으로 세계 3대 클래식 경연대회로 꼽히는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는 본선 무대부터 한국인 참가자가 최다를 차지하고, 조수미 성악가가 심사위원에 선정돼 한국 클래식의 힘을 드러낸 바 있다.

김태한은 4일(현지시간) 새벽 벨기에 브뤼셀 보자르에서 진행된 성악 부문 경연 최종 순위 발표에서 1위로 호명됐다. 1988년 이 대회에 성악 부문이 신설된 이후 한국은 물론 아시아권 남성 성악가로는 첫 사례다. 또 한국은 첼로 부문으로 열린 지난해 대회에서 우승한 최하영에 이어 2년 연속 대회를 석권하게 됐다.

김태한은 선화예고와 서울대 음대를 졸업했고 오는 9월부터 2년간 독일 베를린 슈타츠오퍼의 오페라 스튜디오 멤버로 활동할 예정이다. 2000년 8월생으로 이번 대회 12명의 결선 진출자 중 최연소이자 작년 9월 독주회에 갓 데뷔한 성악계 샛별이다.

그는 2021년 국내에서 개최된 한국성악콩쿠르, 한국성악가협회 국제성악콩쿠르, 중앙음악콩쿠르에서 각각 2위를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작년에는 스페인 비냐스·독일 슈팀멘·이탈리아 리카르도 잔도나이 등 3개 국제콩쿠르에서 특별상을 수상하며 차츰 해외로 무대를 넓혔다. 이후 성악 부문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높은 시상대에 오르며 또 한 명의 ‘K-클래식 스타’의 탄생을 알렸다.

총 12명이 진출한 이번 대회 결선 무대는 지난 1일부터 전날 오후까지 사흘에 나눠 진행됐다. 결선 진출자는 최소 3곡에서 6곡을 부르고, 두 가지 이상 언어 및 오페라 아리아 1곡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전날 무대에 오른 김태한은 이탈리아 작곡가 베르디의 오페라 ‘돈 카를로’ 중 ‘오 카를로 내 말을 들어보게’, 코른콜트 ‘죽음의 도시’ 중 ‘나의 갈망, 나의 망상이여’ 등 네 곡을 선보였다. 특히 그는 이탈리아어로 부르는 것이 일반적인 베르디의 곡을 불어 버전으로 완벽하게 소화해 주목을 받았다. 벨기에가 불어권이라는 점에서, 관객들에게 전달력을 극대화한 탁월한 전략이었다는 평가다.

벨기에 왕가가 주관하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매년 피아노·첼로·성악·바이올린 부문 순으로 돌아가며 개최된다. 폴란드의 쇼팽 피아노 콩쿠르, 러시아의 차이콥스키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음악 경연대회로 꼽힌다. 역대 한국인 우승자로는 홍혜란(성악·2011년), 황수미(성악·2014년), 임지영(바이올린·2015년), 최하영(첼로·2022년) 등 네 명이 있다.

올해 대회의 경우 본선 무대부터 한국인 참가자가 최다를 차지하며 초반부터 현지 매체의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 한국이 낳은 세계적 성악가 조수미가 올해 심사위원으로 선정되면서 의미를 더했다.

조수미는 결과 발표 전 연합뉴스와 만나 “이제는 정말 많은 한국인, 아시아계 예술가들이 굉장히 많아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심사하면서 느낀 건 역시 우리 한국 성악가들이 정말 세계적 수준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신을 갖게 됐다”고 뿌듯해했다.

우승자에게는 향후 열리는 시상식에서 벨기에 마틸드 왕비가 직접 시상하며, 2만5000유로(약 35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주벨기에유럽연합 한국문화원은 올해 대회까지 9년 연속 주최측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한국인 참가자들을 지원했다. 문화원은 추후 콩쿠르 입상자들을 초청해 갈라 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다.

ey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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