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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처님오신날이네요, ‘절밥’은 비건일까요? [세모금]
사찰음식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부처님오신날, 채식이 떠오른다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비건 관련 단체들이 5월이 되면 채식 촉구 기자회견을 하기도 해요. 사찰음식 때문입니다. 고기를 찾아 보기 어려운 사찰음식은 불살생(不殺生)의 관점에서 비건(vegan, 식물성 음식만 먹는 채식주의)과 맞닿아 있습니다. 그렇다면 절에서 먹는 사찰음식은 곧 비건일까요? 그건 아닙니다. 이 차이를 이해할 때는 오신채(五辛菜)지범개차(持犯開遮)라는 불교 용어를 알면 도움이 됩니다.

1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신세계푸드의 전문 셰프가 동자승들에게 대안육 ‘베러미트’ 런천구이를 반찬으로 전달하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사찰음식 전문가인 박성희 씨와와 협업해 대안육, 식물성 빵 등을 활용한 어린이 식물성 영양식단을 개발하고 29일까지 조계사에서 진행되는 단기출가 과정 ‘보리수 새싹학교’ 참가 동자승들에게 제공한다. [신세계푸드 제공]
사찰음식, 비건 음식과 달라요…어떻게?

최근 CJ제일제당은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고기와 오신채를 넣지 않은 ‘사찰식 왕교자’를 출시했어요. 대한불교조계종 사업지주회사인 도반HC와 CJ제일제당이 공동 개발한 이 왕교자에는 달래·마늘·부추·파·흥거(아위)가 들어가지 않은 게 특징인데요. 오신채는 바로 이 다섯 가지 채소를 의미합니다.

불교에서는 이 채소들이 향과 열을 내는 음식이기에 먹는 것을 권하지 않아요. 재료의 성질이 강해 정력(精力)을 높여 수행을 방해한다는 이유 때문이죠. 불교 밖 세상에서는 이 오신채는 인기가 높아요.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영양을 채울 수 있어 맛과 향을 돋우는 식재료로 쓰인답니다.

사찰음식에서도 못 먹는 채소가 있어요

한국 사찰음식에 일반적으로 고기가 들어가지 않는 것은 맞습니다. 한국이 속한 북방불교인 대승불교 경전 ‘대반열반경’에서는 “고기를 먹는 것은 자비의 종자를 끊는 것”이라는 부처님의 말씀이 담겨 있어요. 불교에서는 육식이 다른 생명체의 목숨을 잃게 하는 탐욕의 행위라고 본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단 모든 종단과 불교 국가에서 육식을 금하는 것은 아닙니다. 불교에서는 수행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먹는 행위를 허락합니다. 적절한 영양을 섭취하지 못해 생존이 어려운 지경에 도달하는 것 또한 수행에 방해가 된다고 보기 때문이지요.

육식 허용된 불교도 있다…어느 나라에서?

남방불교라고도 불리는 소승불교를 믿는 미얀마,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등에서는 육식이 가능해요. 소승불교권에서는 스님들이 탁발(托鉢·승려가 동냥하는 일)과 청식(請食·신자들의 식사 초대)를 통해 끼니를 해결하는데 이때 음식을 선택하거나 거절할 수 없기 때문이죠. 대신 그곳의 승려들은 정오 이후에는 식사를 하지 않는 ‘오후 불식’을 지킵니다. 참고로 한국 불교에서는 조계종의 경우 1964년부터 탁발을 종법으로 금지하고 있어요. 승려의 위상을 높이고 다른 종교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는 것이 그 이유였죠.

대승불교권인 티베트와 몽골의 스님도 육식이 가능합니다. 육식을 하지 않으면 생존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죠. 고산지대인 티베트에서는 고기를 먹지 않으면 고산병에 걸리기 쉽다고 해요. 몽골 같은 경우는 목축을 통해 얻은 고기가 주식(主食)입니다. 한국 같은 농경 국가가 아니라서 채소를 구하는 일 자체가 어려웠다고 해요.

CJ제일제당이 대한불교조계종 사업지주회사와 함께 개발한 사찰식 왕교자 [CJ제일제당 제공]

한국 불교에서도 절대로 고기를 먹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한국 사찰음식에서는 병이 났을 때는 육식이 허용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병든 수행자에게 3가지 조건(삼정육·三淨肉) 에 해당할 경우 먹는 것을 허용했다고 합니다. 삼정육은 ▷나를 위해 죽이는 것을 직접 보지 않은 고기 ▷나를 위해 죽인 것이라는 말을 듣지 않은 고기 ▷나를 위해 죽인 게 아닌 고기를 의미합니다.

불교 식문화…음식에 대한 ‘집착’ 경계

일각에서는 육식이 허용되는 상황을 ‘큰 것을 위해 작은 것을 범할 수 있다’는 지범개차의 맥락에서 해석하기도 합니다. 지범개차는 상황에 따라 예외를 허용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데요. 수행이라는 큰 뜻을 이루기 위해 육식이라는 행위가 문화적, 상황적 현실에 따라 허용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오히려 불교 식문화가 강조하는 것은 육식에 대한 금지와 허용을 넘어 음식에 대한 집착을 경계하는 일인 셈이죠.

즉 음식이 나에게 오기까지의 과정에서 절제·수행·불살생을 지키도록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사찰음식에서 고기가 빠진 대신 강점도 있습니다. 오신채 같이 강렬한 식재료가 빠져 오히려 사찰음식은 식재료 본연의 맛이 극대화되는 특성이 있어요. 그래서 사찰음식은 ‘보양식이 아니지만 몸에 자연 그대로의 맛을 전하는 보양식’으로 불리기도 하지요.

1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동자승을 위해 선보인 메뉴. 베러미트 다짐육을 활용한 짜장소스와 식물성 계란볶음밥이다.[신세계푸드 제공]

식품업계에서는 육식이 없다는 점에서 비건과 교집합을 가지는 사찰음식에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불교 신자 뿐만 아니라 자극적인 음식을 지양하는 이들에게도 매력적인 음식이기 때문이죠. 신세계푸드는 우유·계란·버터 없이 100% 식물성 재료로 만든 웰빙 단팥빵을 29일까지 신세계그룹 내 베이커리 매장과 SSG닷컴에서 판매합니다.

역시 29일까지 진행되는 조계사의 어린이 단기 출가 과정인 ‘보리수 새싹학교’ 동자승들을 위해 식물성 식단을 제공하는 행사를 진행합니다. 식물성 대안육 런천미트 ‘베러미트’를 활용한 영양 식단을 만들어 고기 아닌 스테이크, 대안육 불고기 등을 제공한답니다. 고기 없는 식단을 대중화하는 시도라는 점에서 비건과 불교로부터 모두 환영받는 메뉴라는 점이 눈에 띕니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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