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몸싸움 안 끝났다면 어깨 흔든 행위는 정당방위…대법, 2심 파기
회사 대표 어깨 잡고 흔든 혐의 기소된 A씨
1·2심 유죄로 선고유예→대법서 파기환송
대법 “대표의 침해상황 종료되지 않았을 여지”
폭행 혐의 함께 기소된 대표는 유죄 확정
서울 서초구 대법원. [연합]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몸싸움이 완전히 끝났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상대방의 어깨를 잡고 흔든 행위를 정당방위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가해행위가 종료되지 않았을 여지가 있는데도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은 2심 판결에 대해 다시 심리·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24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폭행 혐의로 기소된 회사 대표 A씨(남성)에 대해 벌금 8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하지만 함께 폭행 혐의로 기소된 회사 직원 B씨(여성)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해 선고유예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선고유예는 범행이 경미한 경우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특정한 사고 없이 유예기간이 지나면 형의 선고를 면하게 하는 것이어서 일단 유죄가 전제돼야 한다.

A씨는 2018년 3월 회사 영업직 외주전환 등에 대해 직원들의 항의를 받던 중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40대 여성 직원의 옆구리를 걷어차고 오른쪽 허벅지를 밟은 뒤 또 다른 여성 직원을 밀어 넘어뜨린 혐의로 기소됐다. A씨의 경우 1심에서 유죄가 인정돼 벌금 8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고 2심도 그대로 유지됐다.

B씨는 A씨가 항의를 무시하고 사무실 밖으로 빠져나가려 하자 따라가 어깨를 잡고 흔든 혐의로 기소됐다. 일반적으로 폭행은 때린 경우를 흔히 지칭하지만, 폭행죄에서의 ‘폭행’은 다른 사람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 행사를 의미한다.

B씨는 재판에서 다른 동료를 넘어뜨리는 등의 행위를 한 A씨에 대해 정당방위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은 유죄를 인정하면서 경미한 범행이라고 보고 선고유예를 선고했다. 2심도 “B씨가 A씨의 어깨를 흔들 당시 A씨가 B씨의 다른 동료들에 대한 가해행위가 이미 종료 상태였던 사실이 인정된다”며 소극적 저항행위를 넘어서는 적극적 공격행위에 해당해 정당방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대법원은 A씨의 직원들에 대한 가해행위가 종료됐는지 여부를 다시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일련의 연속되는 행위로 인해 침해상황이 중단되지 않거나 일시 중단되더라도 추가 침해가 곧바로 발생할 객관적 사유가 있는 경우라면 전체적으로 침해상황이 종료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A씨는 근로자들과 장기간 노사갈등으로 마찰이 격화된 상태에서 사무실 밖으로 나가기 위해 좁은 공간에서 다수의 근로자들을 헤치거나 피하면서 앞쪽으로 움직이던 중 출입구 직전에서 직원과 엉켜 넘어졌다”며 “근로자들 중 일부에 대한 가해행위만을 두고 침해 상황의 종료를 판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심의 판단에는 정당방위의 현재성, 상당성, 공격방위의 가능성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덧붙였다.

dand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