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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조 부족도 지옥인데…30조 결손 예상, ‘불용’ 역대 최대 우려 [홍태화의 경제 핫&딥]
2017~2021년 총지출 기준으로도 평균 불용 10.8조 불과
총세출 기준으론 더 적어…예상되는 세수 결손 감당 역부족
결국 중요도 따라 일부 강제 불용 불가피, 칼자루 쥔 국고국
“민생 관련 예산은 차질 없다”…사업 예산 위주로 사라진다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초과세수는 큰 문제가 아니다. 기획재정부만 좀 힘들면 된다. 그런데 세수가 부족하면 모두가 도탄에 빠진다. 당장 부처에 예산 배정을 해주지 않는다. 지금은 조기집행이 평가척도니 국고국을 서비스직으로 보지만, 그때가 되면 칼자루를 쥔 진짜 ‘트레저리(재무부)’가 된다. 예산 확보 전쟁이 일어나는 것이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가 한 말이 불과 1년만에 사실이 되고 있다. 세수 부족 현상이 심화하면서 정부가 ‘불용’ 예산을 적극 이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용은 이미 확정된 예산을 쓰지 않는 것을 말한다. 세수 호황기에는 어쩔 수 없이 집행하지 못한 사업을 말하지만, 세수가 부족할 땐 얘기가 다르다. 강제적 불용, 즉 삭감이 일어난다.

당장 일선 사업 부처에선 비상이 걸렸다. 실질적인 불용 결정은 기재부, 세부적으론 국고국이 담당한다. 당장 “국고국 문지방이 닳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21일 정부에 따르면 기재부는 올해 세수 펑크 상황을 예산 불용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4일 “매년 재정집행을 하다보면 제대로 연중에 집행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는데 연내에 저희들이 재정집행을 하면서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 확인되면 ‘집행 효율화’ 차원에서도 대응할 수 있다”고 직접 밝혔다. 집행 효율화를 쉽게 풀어 말하면 불용을 이용하겠단 소리다.

문제는 통상적 불용 예산이 세수 부족을 충당할 만큼 충분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2017~2021회계연도 총지출 기준 집행실적’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평균 불용액은 10조8491억원이다. 이월액 3조5612억원을 합친 미집행액으로 봐도 14조4103억원에 불과하다.

2021년으로 한정해 봐도 불용액은 14조4894억원 수준이다. 이월액은 4조2499억원으로 나타냈다. 이·불용을 합친 미집행액은 18조7393억원을 기록했다. 20조원이 채 되지 않는다.

5년 평균 집행률이 97.1%에 달하면서 이·불용액 규모가 전체 예산에 비해 그리 크지 않은 수준을 기록했다. 2021년 집행률은 97.0%였다. 세수 호황기 시절엔 집행률을 성과 척도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는 총지출 기준이다. 기재부가 흔히 사용하는 총세출 기준으로 분석하게 되면 불용 규모는 더 줄어든다. 총지출은 일반회계와 특별회계, 기금을 포함한 것이고, 총세출은 기금을 포함하지 않는다. 기금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에 총지출이 통상 더 크다.

현재 예상 되는 세수 부족 수준은 30조원에 육박한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발표한 3월 국세수입을 분석하면 현 상황에서 추정해볼 수 있는 올해 세수 결손 규모는 28조6000억원이다. 5개년 평균 불용액보다 17조원 이상 많다. 결손은 부동산 등 자산시장 침체, 기업 실적 부진이 함께 맞물리면서 나타났다. 현 상황으로 볼 때 4월과 5월은 그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

10년 전으로 시계를 돌리면 그 당시에도 세수가 부족해 불용으로 재정을 충당했다. 2013년 당시엔 국세수입이 201조9000억원으로 세입예산(210조4000억원) 대비 8조5000억원 부족했고, 2014년 국세수입은 205조5000억원으로 예산 대비 10조9000억원이 덜 들어왔다.

그때를 기억하는 관료들은 당시를 ‘예산 확보 지옥’이라고 회고한다. 그런데 올해엔 1분기에 벌써 30조원에 달하는 세수 부족이 점쳐진다.

이미 일선 부처에서는 예산 배정이 과거와 달리 쉽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기재부는 민생 예산의 경우 삭감없이 집행하겠다고 수차례 밝혔다. 결국 일선 사업예산이 이를 위해 희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추 부총리도 앞서 “민생 관련 등의 지출은 차질 없이 (집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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