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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계대출 5년 뒤 오르는데...“美처럼 30년 고정금리 나와야”
고정금리대출 5년 뒤 변동 전환
가계부채 안정화 효과 보려면
20~30년 초장기 고정금리 필요
자금조달 안정성 낮아 도입 한계

은행권이 최근 취급한 가계대출 가운데 고정금리 비중이 5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변동으로 인한 가계부채 부실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효과를 나타낸 셈이다. 그러나 미국처럼 30년 만기의 초장기 고정금리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국내은행은 5년 고정금리 적용 뒤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혼합형’ 상품 비중이 높아 금리변동에 따른 부작용을 방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가계대출서 고정금리 비중 높아졌지만...“‘혼합형’은 ‘안정성’에 한계”=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예금은행이 지난 3월 취급한 가계대출 중 고정금리의 비중은 57.5%다. 전달(48.3%)과 비교해 9.2%포인트 상승했다. 2020년 1월(50.2%) 이후 3년 2개월 만에 과반을 넘어섰다. 전년 동기(19.5%)와 견주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작년 3분기를 기점으로 주요 시중은행의 주담대 변동·고정금리 역전 현상이 시작했다. 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예금금리를 올리면서 이와 연동된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지수가 급증한 영향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올해 은행 주담대 장기 고정 금리 비중 목표치를 71%로 제시해 고정금리 수요가 늘었다.

그럼에도 고정금리 비중 확대가 가계부채 안정화에 미치는 영향이 한정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주요 은행이 취급하는 고정금리 상품은 대부분 대출 실행 3~5년 후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혼합형’ 상품이어서다. 고정금리 상품으로 취급되지만, 만기 내 고정금리 기간이 끝나면 변동 위험성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특성이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주담대는 10~15년 내 대출을 상환하거나 대환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이 때도 최소 절반 이상 기간에서 변동금리가 적용되거나 금리 수준의 변동을 겪어야 한다”며 “변동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수십 년간 고정금리가 적용되는 미국과 같은 수준의 안정성을 가졌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주담대 금리가 치솟으며 고정금리 적용 기간이 끝난 혼합형 주담대 대출자의 아우성은 계속되고 있다. 올해 첫 영업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 상단(8.12%)은 5년 전 혼합형 주담대 금리 상단(4.85%)과 비교해 3.27%포인트 상승했다. 2018년 5억원의 혼합형 주담대(만기일시상환)를 실행한 차주는 고정 기간이 끝나는 올 1월부터 약 136만원의 이자 부담을 추가로 떠안은 셈이다.

▶“미국처럼 ‘30년 주담대’ 나와야”...은행권, “현실적으로 무리”=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계부채 안정화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미국과 같이 20~30년 이상 초장기 고정금리 상품이 주류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KB금융지주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21년말 기준 국내은행에서 취급 중인 주담대 중 고정금리(혼합형 제외) 비중은 5%에 불과하다. 혼합금리의 비중은 35%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 은행 주담대 중 15~30년 고정금리 비중은 77% 안팎이다.

국내의 초장기 고정금리 수요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장 50년간 4%대의 고정금리가 적용되는 주택금융공사의 특례보금자리론은 출시 석달만에 30조원이 넘는 신청액이 몰리며 공급 목표 80%가량이 소진됐다.

다만 현재 구조로는 초장기 고정금리 도입에 한계가 있다는 게 은행권 입장이다. 자금조달 안정성이 미국에 비해 현저히 낮아서다. 미 은행의 자금조달 방식 중 예금의 비중(81%)은 국내은행(62%)에 비해 높다. 또 무원가성 예금에 해당하는 요구불예금의 비중(23%)이 국내은행(9%)에 비해 2.7배가량 많다.

요구불예금 등 무원가성 예금은 금리 변동이 있더라도, 일정하게 낮은 수준을 유지한다. 따라서 무원가성 예금 비중이 높은 미국 은행은 금리 변동이 있더라도 비교적 자유로운 자금 운용이 가능하다.

한국 사정은 다르다. 초장기 고정금리를 판매하기 위해선 은행의 장기 채권을 주금공 등 자산유동화기관이 매입해 은행에 현금을 공급해야 한다. 매입한 대출채권은 우량 주택저당증권(MBS)으로서 기관투자자에 판매된다. 은행은 현금을 다시 MBS등 채권에 투자해 자금을 운용하는데, 장기간 자산을 운용 과정에서 요구불예금의 안정성이 활용된다. 낮은 요구불예금 비중이 초장기 고정금리 대출의 걸림돌이 되는 이유다.

김진성 KB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은행의 장기 고정금리 대출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은행의 지급결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해 요구불예금을 확대해야 한다”며 “그래야 주금공의 30년 고정금리 대출 MBS에 대한 투자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우 기자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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